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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미녀가 알려주는 우리 아이 부자 세팅법 - 내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거대한 자산은 ‘돈’이 아니라 ‘세금을 다루는 지식’이다.
김희연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세금 설계에서 가장 비싼 단어는 '나중에'였습니다 절세미녀 김희연 신간 읽고
수요일이라 분리수거부터 하고 왔습니다. 박스 접어 내놓고 손 씻고 들어와서 책상 위에 놓인 놈을 집었는데, 들자마자 손목이 먼저 알아채더군요. 보통 소설책보다 제법 두툼한 편이에요. 이거 다 읽기 전에는 종이류로 나갈 일이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절세미녀가 알려주는 우리 아이 부자 세팅법》, 김희연 회계사가 쓰고 모티브에서 이번 달 초에 나온 신간이에요.

첫 장부터 숫자 하나가 훅 들어옵니다.
프롤로그에 저자 사무실을 찾아온 제조업 사장님 이야기가 나와요. 맨손으로 시작해서 100억 원짜리 회사를 일군 분. IMF도, 금융위기도, 코로나도 다 버텨낸 분이 어느 날 자식 이야기를 꺼내면서 묻습니다. 평생 일군 거 애들한테 온전히 물려주고 싶은데 얼마나 들겠냐고요. 저자가 계산기를 두드려 보여준 숫자가 상속세 약 45억이었다고 합니다. 평생 모은 것의 절반이 단 한 번에 사라지는 셈이죠. 한참 말이 없던 그분이 천천히 되물었다는 문장이 있습니다. "그럼… 내가 더 열심히 일할수록 자식한테 줄 게 줄어든다는 얘기네요?"
책의 첫 페이지가 이 질문으로 열립니다. 저는 여기서부터 자세를 고쳐 앉았어요.

책 제목만 보고는 솔직히 좀 삐딱했습니다. 부자 세팅법이라니, 있는 집 얘기겠구나 했거든요. 그런데 1장에 붙은 문답 하나가 그 생각을 슬쩍 건드립니다. 자산이 많지 않은데도 미리 알아야 하냐는 질문에, 설계의 효과는 시간에서 나오기 때문에 자산이 적을 때 시작할수록 유리하다고, 자산이 적다는 건 오히려 옮기는 비용이 가장 쌀 때라는 뜻이기도 하다고 답하더라고요. 뒤에서도 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작은 집은 작은 대로, 큰 집은 큰 대로 같은 원칙 위에서 설계가 이뤄진다고요.
물려받는 쪽도 당사자라는 대목도 걸리더군요. 주는 입장만 생각했지, 받는 입장에서 세금이랑 자금 출처를 알아야 손해를 안 본다는 건 미처 생각을 못 했어요.
다른 데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건 2장 끝의 네 가지 원칙이었습니다. 일찍, 나눠, 기록, 점검. 복잡한 세법 조문은 잊어도 이 네 단어만 기억하면 큰 방향은 안 잃는다고 저자가 정리해두는데요, 저처럼 세금 문외한한테는 이 네 글자가 지도 노릇을 합니다. 일찍은 옮기는 비용이 싸고 자녀 명의에서 불어난 상승분에는 세금이 안 따라붙는다는 얘기. 나눠는 한 번에 큰 덩어리로 옮기면 높은 세율 구간으로 직행하니 시점과 대상을 쪼개라는 얘기.
그중에 기록 파트가 제일 실용적으로 읽혔어요. 증여는 신고로, 차용은 차용증과 이자 이체로, 자금의 흐름은 이체 메모로 남기라고 합니다. 기록 없는 자산은 결정적인 순간에 출처 불명이라는 약점이 되고, 절세의 절반은 기록이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입증 책임이 납세자한테 있다는 설명이 붙으니까 수긍이 가더라고요. 억울해도 증명은 내가 해야 한다는 거죠.
"세금 설계에서 가장 비싼 단어는 '나중에'이고, 가장 값진 단어는 '지금'이다."
이 문장 앞에서 좀 찔렸습니다. 프롤로그에서도 저자가 14년간 배운 가장 비싼 단어로 '나중에'를 꼽거든요. 나중에 하자, 아직 정정하시니 천천히, 애가 좀 더 크면, 지금은 너무 바쁘니까. 제가 딱 그 말들로 살아온 사람이라서요.
제 나이대에 제일 아프게 읽힌 건 중장년기 챕터였습니다. 40~60대를 긴 세대, 샌드위치 세대라고 부르면서 세 개의 시계 이야기를 꺼내는데요. 위로는 부모 부양, 아래로는 자녀, 가운데는 내 노후. 이 세 시계가 서로 다른 속도로, 그런데 같은 통장에서 돌아간다는 표현이 나와요. 문제는 세 시계가 모두 '지금' 돈을 요구한다는 것.

읽으면서 저희 집 통장을 떠올렸습니다. 순서가 늘 헷갈렸거든요. 부모님 병원비, 아이 학비, 내 노후 적립. 이 책은 정답은 없다고 하면서도 원칙 하나는 분명히 합니다. 부모의 자산은 부모를 위해 먼저 쓴다는 것.
거기 붙은 현장 사례가 남 얘기 같지 않았어요. 50대 초반의 한 분이 부모님 요양 비용, 두 자녀 등록금, 본인 노후 적립을 각각의 통장으로 따로 관리하다가 늘 현금이 빠듯했다는 이야기. 정작 부모님 자산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는 한 번도 정리해본 적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세 시계를 하나의 큰 시계로 놓고 보니 그제서야 어디에 돈을 먼저 써야 할지 순서가 보이기 시작했다고요.
저희 부모님 자산 구성, 저도 모릅니다. 여쭤본 적도 없고요.
부모에게 받을 상속과 내가 자녀에게 줄 상속을 따로 보지 말고 세 세대의 호흡으로 보라는 대목이 이 책에서 제일 시야를 넓혀준 부분이었습니다. 같은 재산에 상속세가 두 번, 세 번 매겨지는 구조라는 설명을 들으니 그림이 그려지더라고요.
걸렸던 부분도 있어요. 뒤로 갈수록 규모가 훌쩍 커집니다. 꼬마빌딩, 가족법인, 패밀리오피스, 지주회사 같은 단어가 줄줄이 나오는데 저 같은 월급쟁이한테는 딴 세상 얘기처럼 느껴지는 구간이 분명 있습니다. 목차만 봐도 기가 좀 죽어요. 그리고 세법은 매년 바뀐다고 저자 스스로 점검 파트에서 말하고 있으니, 여기 나온 한도나 숫자들을 몇 년 뒤에도 그대로 믿으면 곤란하겠구나 싶었습니다. 실제로 한 꼭지에서는 예전에 가장 강력했던 특례의 문이 지금 닫히고 있다는 이야기도 하고요.
두께도 솔직히 부담스럽습니다. 앉은자리에서 쭉 읽는 책은 아니에요.
그런데 그게 단점만은 아닌 게, 목차가 0세부터 60세까지 나이순으로 짜여 있어서 내 위치를 찾아 펼치기가 편합니다. 저는 중장년기 챕터를 먼저 봤고, 아이 계좌 얘기가 나오는 앞쪽으로 되돌아갔어요. 저자도 처음부터 차근차근 따라오기를 권하긴 하는데, 급한 사람은 자기 나이부터 펴도 길을 잃진 않을 거 같아요. 이건 소장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는 쪽에 가깝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톤이에요. 세금 피하는 요령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고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못을 박습니다. 정확하게 신고하고, 떳떳하게 기록을 남기고, 법이 열어둔 길을 제대로 밟는 합법적인 절세만 이야기하겠다고요. 편법은 잠깐의 이득처럼 보여도 결국 더 큰 대가로 돌아온다는 문장이 있는데, 회계사가 이렇게 쓰는 게 반가웠습니다.
14년간 수많은 가족의 희로애락을 지켜보고 내린 결론이 의외로 단순하다고 해요. 가장 완벽한 절세는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가족 간의 신뢰와 '미리 준비하는 사랑'이라는 것. 돈은 빼앗길 수 있어도 부모가 물려준 '세금을 보는 눈'은 평생 아이를 지켜준다는 말로 프롤로그를 닫습니다.

이 대목에서 잠깐 멍해졌어요. 저는 아이한테 물려줄 게 별로 없다는 생각으로 이 주제를 아예 안 쳐다보고 살았거든요. 근데 물려줄 게 통장 잔고만은 아니라는 거죠.
책 읽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부모님께 전화 한 통 드려야겠다는 거였습니다. 자산 얘기를 대뜸 꺼내긴 어색하겠지만, 기억 또렷하실 때 여쭤보는 게 맞다는 걸 이 책이 계속 말하고 있어서요.
9월도 끝자락이라 아침저녁으로 공기가 제법 서늘해졌는데, 이런 책은 딱 이맘때 읽기 좋은 거 같습니다. 한 해 정리하는 기분도 들고, 내년엔 뭐부터 해볼까 셈도 서고요. 세금 책 읽고 기분이 좋아질 줄은 몰랐는데, 모르고 지나갈 뻔한 걸 알게 돼서 든든한 쪽에 가깝습니다. 저는 일단 기록부터 해보려고요. 지금부터.
물려줄 돈이 많든 적든, 부의 이전을 가르는 건 액수가 아니라 시작한 시점이라는 걸 알려주는 생애주기 절세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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