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제미나이 & 노트북 - 초보자도 AI&AX 전문가로 만들어 주는 50가지 레시피
반병현.황현목 지음 / 생능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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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초록과 흰색뿐인 표지에 김이 오르는 종이컵 하나가 큼직하게 앉아 있습니다. 뚜껑은 반쯤 열려 있고, 그 위로 붙은 빨간 스티커에는 '딸깍!' 한마디. 손글씨체로 적힌 '50가지 레시피'까지 보고 나면 기술서라는 생각보다 부엌 선반에 꽂아 두는 조리법 책 쪽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북유럽 카페를 통해 서평단으로 받은 도서인데, 교재 판형에 두께도 과하지 않아 처음 펼칠 때 부담이 적었습니다.


반병현, 황현목 두 저자가 쓴 <딸깍! 제미나이 & 노트북>은 구글 Gemini와 Gemini Notebook을 업무에 붙여 쓰는 방법을 다룹니다. 겨냥하는 독자가 분명합니다. 서류에 파묻힌 직장인과 공무원, 그리고 AI가 그럴듯한 거짓말을 내놓는 바람에 한 번 실망하고 손을 뗀 사람들이죠. 앞부분은 접속과 계정, 요금제 같은 '밑준비' 열 항목으로 조용히 시작하고, 그다음부터 레시피 번호가 붙은 실습이 쭉 이어집니다.


책의 성격이 확실히 잡히는 지점은 Notebook을 소개하는 9장입니다. 참고자료를 올려 주지 않으면 대화조차 안 되는 서비스라고 먼저 선을 긋습니다. 삽화에서는 로봇이 의자에 축 늘어져 "참고자료를..주세요..."라고 중얼거리고, 팔짱 낀 담당자가 세계 1위라며 왜 아무것도 모르냐고 쏘아붙입니다. 그러다 자료가 들어가면 "순식간에 천재로 돌변합니다"라고 적어 두었어요. 지원하는 파일 형식을 네 줄 표로 빼곡하게 보여 준 다음, 종류를 외울 필요는 없다고 곧바로 정리해 버리는 방식도 인상적입니다. 실무자 입장에서 정작 걸리는 대목은 그 아래 한 줄이었습니다. 한컴오피스 HWP는 인식되지 않으니 워드나 PDF로 바꿔 올려야 한다는 안내. 공공기관과 국내 기업의 문서 환경을 떠올리면 이 문장이 사실상 가장 높은 문턱입니다.


같은 챕터 끝에서 저자는 웹에서 소스를 검색해 오는 기능을 소개하자마자 되도록 쓰지 말라고 권합니다. 편리한데도 말이죠. AI가 찾아온 정보를 다시 AI에게 근거로 넘기면 이 도구를 쓰는 의미가 퇴색된다는 이유였습니다. 사람이 직접 검토하고 골라낸 자료를 올려야 답변이 정교해진다는 말을 덧붙이는데, 기능 설명서에서 갑자기 태도에 관한 이야기로 건너가는 순간입니다. 결국 도구가 좋아질수록 무엇을 읽히고 무엇을 덜어낼지 판단하는 몫은 사람에게 남는다는 뜻이겠지요.


11장에 실린 '해 본 적 없는 업무' 레시피는 보는 각도가 조금 다릅니다. 로봇 다섯이 책상을 둘러싸고 서명이 누락됐다, 명조체로 적어야 한다, 저장하라고 저장, 하며 동시에 소리치고 담당자는 서류 더미 속에서 머리를 감싸 쥐고 있습니다. 첫 업무를 받아 든 사람의 얼굴이라 낯설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제시하는 첫 수가 대단한 기술이 아니에요. 지방세 관련 법령과 조례 마흔여덟 건을 올려 둔 채, 업무를 어떻게 파악하면 좋을지 안내해 달라고 물으면서 "처음 맡는 업무야."라는 한마디를 붙입니다. 옆자리 선배에게 건네는 말투 그대로입니다. 이후 마인드맵으로 수십 개 문서를 네 갈래로 묶고, 필요한 노드만 펼쳐 보고, 인포그래픽 한 장과 실무 가이드라인 보고서, 발표용 슬라이드까지 뽑아내는 흐름이 순서도 한 장으로 정리됩니다. 요즘 공공기관 보도자료에서 자주 보이던 그 깔끔한 그림체가 대부분 이 도구의 결과물이라는 설명에는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바로 다음 레시피는 사회복지시설 사례를 다룹니다. 노인복지시설을 신축한 법인이 운영자금 때문에 1층 일부를 카페로 임대했고, 그 면적이 연면적의 5%가 안 되는데도 시청이 건물 전체에 재산세를 부과한 상황. 4컷 만화 마지막 칸에서 담당자와 민원인이 물음표만 띄운 채 서 있는 그림이 사안의 난감함을 압축합니다. 실제 공무원이 마주하는 사건에 비하면 이조차 매우 요약된 자료라는 단서도 달려 있어요. 이 챕터에서 오래 남은 것은 법령 해석 결과보다 곁에 놓인 두 조언이었습니다. 하나는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창을 내려두고 다른 일을 하거나 잠시 일어나 기지개를 켜라는 권유인데, 뒤에 "농담이 아닙니다"라고 못을 박고 그것도 실무자에게 필요한 역량이라고 씁니다. 다른 하나는 출처를 일일이 열어 소스와 답변이 서로 맞는지 확인하는 검증을 AI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고 규정한 대목입니다.


다만 책 전체를 덮고 나서 한 가지가 계속 걸립니다. 표지와 소개글은 칼퇴를 약속하는데, 6장 오디오 오버뷰 챕터의 삽화에는 밥 먹을 시간도 사치라며 더 배우고 더 일하겠다고 되뇌는 인물이 그려져 있고 그 아래 "저자는 평생을 이렇게 살아왔습니다"라는 문장이 붙어 있습니다. 스스로를 일중독자라 부르며 이동 시간과 식사 시간까지 학습으로 채워 온 사람이 절약한 시간의 쓸모를 어디에 두는지는 끝내 명확하지 않습니다. 순서도의 마지막 두 칸, 퀴즈로 복습하고 오디오로 추가 학습하는 단계까지 성실히 따라가면 도구를 익히는 일이 또 하나의 업무처럼 불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효율을 올리는 방법은 충분히 배웠는데, 그렇게 번 시간을 쉬는 데 쓰겠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에필로그에서 AI를 잘 사용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되묻는 만큼, 그 답의 한쪽에 '덜 일하기'도 놓였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렇다고 한 권의 값이 깎이지는 않습니다. 부서가 바뀌어 낯선 규정 앞에 앉아 본 사람, 매뉴얼을 넘겨받고도 어디서부터 읽어야 할지 몰라 첫 장만 만지작거려 본 사람이라면 짚이는 대목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서평단으로 읽은 책 가운데 이렇게 곧바로 실무 화면을 열게 만든 도서는 드물었습니다. 화면을 따라 하는 쪽보다, 무엇을 읽히고 무엇을 버릴지 고르는 손이 결국 사람 몫이라는 문장 하나 때문에 기억에 남는 한 권이 되었습니다.


아침 공기가 서늘해지고 해가 짧아지는 요즘, 두툼한 이론서보다 이렇게 필요한 항목만 펼쳐 보는 안내서가 손에 잘 맞습니다. 컵에서 김이 오르는 표지가 계절과도 잘 어울리네요.


도구를 빠르게 익히게 해 주는 실습서이면서, 자료를 골라 담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고 말해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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