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주역은 60대
우메즈 유키에 지음, 신현암 옮김 / 세이코리아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검정 바탕에 흰 글자로 눌러 쓴 제목을 보면 이 책이 하고 싶은 말은 표지에서 이미 끝납니다. 설득의 과정을 생략하고 결론부터 박아두는 방식이고, 위쪽에는 마지막 블루오션이라는 문구가, 아래쪽에는 경영자와 마케터의 필독서라는 띠지 문구가 자리를 잡았어요. 양옆을 받친 황토빛 세로 띠 덕분에 인상은 꽤 단단한데, 막상 손에 들면 판형도 두께도 부담이 없습니다. 북유럽 카페를 통해 받아 며칠에 나눠 편하게 읽었습니다.


지은이 우메즈 유키에는 일본 시니어 여성 매체 하루메쿠의 '생활 방식 연구소' 소장입니다. 매달 도착하는 독자 엽서와 해마다 900명 가까운 인터뷰에서 건져 올린 자료를 다섯 장에 나눠 담았고, 번역은 신현암이 맡았습니다. 앞머리에 나오는 일본 60대 여성의 1년 지출 순위부터 통념을 흔듭니다. 1위가 손주에게 쓰는 돈, 2위가 덕질이고, 의약품과 의료용품은 그 다섯 분의 일에도 못 미칩니다. 덕질 지출은 50대보다 60대가, 60대보다 70대 이상이 더 크다는 숫자까지 나오면 시니어 소비를 병원비와 건강기능식품으로 그려온 머릿속 그림이 한 번 지워집니다.


이 책이 진짜 붙들고 있는 주제는 소비가 아니라 어긋남입니다. 마음은 젊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상태, 저자는 이것을 인생 전환기의 특징이라고 부릅니다. 60대 여성들의 목소리가 네 개 실려 있는데 구조가 똑같아요. 손주는 귀엽지만 온종일 돌보는 일은 솔직히 힘들다는 말, 어머니를 사랑하지만 간병은 체력적으로 버겁다는 말,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하나를 배우면 하나를 잊어버리니 끝이 없다는 말. 그중 저를 오래 붙든 건 이 문장이었습니다.


"계속 일하고 싶지만 쉽게 피로해져서 예전만큼의 활력이 나지 않아요."


돌봄, 간병, 노동, 학습. 일본 이야기라고 밀어두기에는 한국의 50대와 60대가 놓인 자리와 너무 닮았습니다. 아직 역할이 남아 있는 세대라서 그 어긋남이 더 크게 벌어진다는 설명도 수긍이 갔고요.


기업이 이 간극을 어떻게 다루는지 보여주는 세 가지 사례가 2장의 중심입니다. 백발 관리 제품을 소개할 때 백발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플래티넘 그레이라고 부릅니다. 백발을 숨기며 염색하는 것이 아니라 백발을 살린다는 발상이죠. 청력을 보완하는 기기로는 보청기 대신 넥밴드형 집음기를 고릅니다. 이어폰처럼 생겨서, 청력이 떨어진 게 아니라 세상 소리가 작을 뿐이라고 둘러댈 여지를 남겨준다는 대목에서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고객에게는 보행 보조기 대신 여행 가방처럼 생긴 캐리어를 권하는데, 이유가 분명합니다. 연배 있는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손잡이를 잡고 걷는 모습 자체가 노인을 상징하기 때문이라는 것.


읽으면서 걸린 지점도 여기입니다. 하루메쿠는 보행 보조기의 기능이 뛰어나다는 걸 알면서도 취급하지 않습니다. 이미지가 걸린다는 이유로요. 그 판단이 배려인지, 필요한 사람에게서 선택지를 하나 치워버리는 일인지 책은 끝까지 정리해주지 않습니다. 4장에 나오는 '인생의 카운트다운 소비'도 비슷하게 마음이 복잡해졌어요. 저자는 세일 종료 타이머 같은 광고 기법을 설명한 뒤, 그 시간의 잣대를 체력의 한계로 치환한 것이 이 세대를 움직인다고 짚습니다. 논리는 정확한데, 남은 시간을 세어보는 사람의 마음이 판매 기법과 나란히 놓이는 순간 어딘가 서늘해집니다. 저자도 그걸 아는지 곧바로 일일일생이라는 격언을 끌어와 기업이 계기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톤을 정돈하는데, 배치가 남긴 인상까지 지워지지는 않더군요. 시니어 비즈니스 실무서라는 성격상 어쩔 수 없는 자리이기도 하겠습니다.


그래도 이 책이 오래 남는 건 숫자 사이사이에 사람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2024년에 시작하고 싶은 일을 물은 조사에서 50대와 60대, 70대 이상 모두 1위가 정리정돈이었습니다. 절약이나 저축은 상위 스무 개 안에 아예 들어오지 않았고, 투자와 자산 운용은 올라왔어요. 일과 투자가 나이에 따라 쑥 빠지는 자리를 스마트폰과 SNS 공부, 수공예와 나홀로 여행이 채우는 흐름도 눈에 들어옵니다. 응답을 관통하는 조건은 하나였습니다. 건강할 때, 체력이 있을 때, 갈 수 있을 때. 유럽 여행을 가고 싶다고 답한 61세 여성의 셈법이 특히 그랬습니다.


"나이를 생각하면 앞으로 15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어요. 요즘은 자연재해가 많아 좋은 계절을 따지다 보니 먼 곳은 매년 한 번 정도밖에 기회가 없더라고요."


앞으로 몇 년이 아니라 앞으로 몇 번이라는 단위로 계산하는 마음. 마흔 후반이면 아직 먼 이야기일 법한데, 읽는 동안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책의 끝자락은 뜻밖에 개인적입니다. 저자는 환갑을 맞은 남편이 자신을 신인류 시니어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이야기로 마지막 글을 엽니다. 오키나와 여행에서 배운 어떻게든 될 거라는 뜻의 방언, 라이온 킹에서 따온 문제없다는 뜻의 노랫말을 남편이 입버릇처럼 달고 산다고 적어두었어요. 워크숍에서 그 말을 닉네임으로 삼은 60대 초반 여성 이야기도 함께 나옵니다. 그러고는 노후의 불안과 불편도 그 정신으로 건너가기를 바란다고 씁니다. 마케팅서로 출발한 책이 세대를 이해하는 일에 관한 이야기로 닫히는데, 60대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 질문과 시선은 어느 연령대에나 공통된다는 마지막 문장이 이 책을 비즈니스 서가 바깥으로 데리고 나옵니다.


서평단으로 여러 권을 만나다 보면 실무 지침서는 읽는 동안만 유용하고 덮으면 흐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도서는 조금 달랐습니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기획하는 사람에게 쓸모 있는 자료인 건 분명하지만, 부모 세대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고 싶은 마음으로 펼쳐도 충분히 값을 합니다. 저처럼 곧 그 나이대에 진입할 사람이라면, 마케팅 사례집이라기보다 몇 년 앞을 미리 읽는 안내서에 가깝게 읽힐 거예요.


9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아침저녁 공기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계절이 넘어가는 자리에서 이런 한 권을 읽으면, 나이 드는 일을 대비의 대상으로만 두었던 시선이 조금 느슨해집니다.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괜찮다는 마지막 인사가,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


60대의 지갑을 분석한 책인데, 읽고 나면 나이 드는 마음을 이해하는 쪽으로 남습니다.


#소비의주역은60대 #우메즈유키에 #신현암 #세이코리아 #SAYKOREA #시니어마케팅 #시니어비즈니스 #초고령사회 #하루메쿠 #신인류시니어 #액티브시니어 #경제경영도서 #마케팅책추천 #트렌드도서 #웰에이징 #인스타그랜마 #서평단 #북유럽카페 #책추천 #독서기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