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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골 3 : 흐름의 법칙 ㅣ 더 골 (40주년 기념판) 3
에프랏 골드랫-아쉬라그 지음, 이정숙.이주영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6년 6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각각 아흐레가 걸리는 일이 세 개 있습니다. 하나씩 차례로 처리하면 첫 번째 일은 아흐레째에 손을 뗍니다. 그런데 셋을 조금씩 번갈아 붙들면 첫 번째 일이 끝나는 데 스무하루가 걸립니다. 세 개 전부가 마무리되는 시점은 어느 방식이든 스무이레째로 같습니다. 얻은 것 없이 앞의 두 건만 늦어진 셈이죠. <더 골3 흐름의 법칙>의 강의실 장면에 나오는 계산인데, 화이트보드에 그려진 사각형 줄을 보던 수강생이 "말도 안 돼요! A 프로젝트를 끝내는 데 9일이 아니라 21일이 걸리네요!"라고 소리칩니다. 책장을 넘기다 저도 비슷한 소리가 나왔습니다.
표지는 그 계산만큼 단호합니다. 흰 바탕을 검정과 붉은색이 갈라놓고, 굵은 세리프체로 눌러 박은 글자 아래 파이프를 문 흑백 사진이 놓여 있어요. 표지에 적힌 한 줄에서는 이제 성과가 속도에 있지 않고 '흐름'에 있다고 못을 박습니다. 경영서라기보다 선언문 쪽에 가까운 인상입니다. 다만 판형은 손에 쥐기 편하고 두께도 만만해서, 표지가 주는 압박과 달리 읽는 동안은 편안했습니다. 260쪽을 앉은 자리에서 상당히 밀어낼 수 있는 종류의 도서예요.
이 책은 엘리 골드렛이 평생 붙들었으나 끝내 완성하지 못한 '흐름의 법칙'을 딸이자 조력자였던 에프랏 골드렛 아쉬라그가 이어받아 내놓은 결과물입니다. 시리즈답게 소설 형식이고요. 매각 위기에 놓인 윌슨 사에서 엔지니어링 부서를 맡은 마크가 MBA 수업을 들으며 회사를 구해보려는 이야기가 축입니다. 이론서로 읽히지 않도록 저자가 애쓴 흔적이 곳곳에 보입니다.

앞부분에서 마크가 처음 손대는 일은 프로젝트 사양을 훑어 '있으면 좋은 것'을 걷어내는 작업입니다. 엔지니어들이 임의로 얹어둔 항목이 여러 건 발견되고, 중요해 보이는 한두 개만 남기고 지웁니다. 여기서 눈에 걸린 건 기술적 판단이 아니라 감정이었어요. 마크는 누구의 기분도 상하게 하고 싶지 않고 갈등도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실제로 불필요한 항목을 지우자고 말해본 사람은 이 망설임을 알 겁니다. 고객과 화상 회의를 하니 이틀 뒤 대부분의 요구를 내려놓겠다는 답이 오는데, 대신 마감이 임박했을 때는 요구 사항을 줄여달라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붙습니다. 같은 요청이 시점에 따라 협의가 되기도 하고 변명이 되기도 한다는 이야기라 이 단서가 오래 남았습니다. 그렇게 프로젝트 두 개를 취소하고도 벌어들인 시간은 약간이었고, 상황을 뒤집기엔 턱없이 부족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 정직함이 마음에 들었어요.

본론은 나쁜 멀티태스킹을 다루는 장입니다. 리처드 교수는 피로와 번아웃, 자원 충돌 같은 익숙한 부작용을 먼저 나열한 뒤 그것들이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자릅니다. 진짜 문제는 이것이 프로젝트에서 시간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살인마라는 점이라고요. 마크가 속으로 표현이 극적이라고 삐딱하게 받는 대목이 있어서 설교로 기울지 않습니다. 이어지는 수강생들의 증언이 이 장의 힘입니다. 자리에 앉아 이메일을 절반도 읽기 전에 휴대폰이 울리고, 옆자리에서 부르고, 전화를 대기로 돌려놓고 갔더니 정작 휴대폰은 책상에 있고, 돌아오니 새 메일이 쌓여 있고, 정신을 차리면 오전의 절반이 지났는데 끝낸 일은 없습니다. 강의실에 웃음이 터졌다고 적혀 있어요.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저 말고도 여럿이라는 뜻이겠죠. 개발자 수강생의 말은 더 아픕니다. "설령 그 멍청이가 나 자신이었을지라도, 왜 그렇게 코딩을 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요." 결국 다 갈아엎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처방은 간명합니다. 진행 중인 일의 개수를 통제하라는 것. 이미 시작한 것 하나를 끝낸 뒤에 새로운 것에 착수하라는 것. 그런데 이미 일정이 꽉 찬 조직에는 훨씬 과격한 조치가 붙습니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 일부를 동결하라는 겁니다. 어떤 회사는 전체의 20~30퍼센트부터 세워보고, 흐름이 심하게 막힌 곳은 70~80퍼센트를 멈춘 뒤에야 숨이 트인 경우도 봤다고 합니다. 학생들이 침묵에 잠겼다는 서술이 나오는데, 독자도 같이 멈추는 자리입니다. 교수의 표현으로는 먹기에는 쓴 약이지만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무조건 한 번은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제목이 인상적인 장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일찍 시작하는 것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다루는 대목이에요. 마크가 아버지에게 설명하면서 통념을 먼저 인정하고 들어갑니다. 마감을 맞추려면 수주하는 즉시 착수해야 하고 일찍 시작할수록 제때 끝낼 가능성이 커진다고 믿었다는 것이죠. 아버지가 "그렇지"라고 받는 짧은 대사가 좋았습니다. 이건 무지한 사람의 오해가 아니라 경영자라면 누구나 품는 상식이라는 뜻이니까요. 반박은 한 문장으로 끝납니다. 모두 일찍 시작한다는 건 진행 중인 작업이 그만큼 불어난다는 뜻이고, 그것이 오히려 마감을 맞출 기회를 위태롭게 만든다는 것. 대안으로 나온 방식은 프로젝트를 중앙에서 하나의 목록으로 관리하고, 담당자가 하나를 끝내면 곧바로 다음 것을 받아가는 구조입니다. 제조 라인의 대기열을 사무실로 옮겨온 셈인데, 실무자 입장에서 가장 바로 써먹을 만한 처방으로 보였습니다. 저자가 이 대목에 붙인 문장이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였다"인 것도 이 시리즈의 화법답습니다.
가장 좋았던 통찰은 뒤쪽에서 나옵니다. 마크가 흐름을 손보자 생산 부서를 맡은 누나에게서 항의 전화가 옵니다. 일주일에 프로젝트 세 개가 한꺼번에 넘어왔다는 겁니다. 여기서 마크가 알아차립니다. 여러 건을 번갈아 진행하면 완료 시점도 비슷하게 몰리고, 그것이 뒤 공정의 작업량에 파도 같은 변동을 만든다는 사실이요. 손 놓고 기다리는 시기와 주문이 쏟아지는 시기가 번갈아 오던 이유가 실은 앞 공정의 습관이었던 겁니다. 부서 간에 오래 쌓인 불평의 시작점을 다시 그려주는 장면이라, 남 탓하던 목록을 조용히 지우게 만듭니다.
물론 전부 수긍하며 읽지는 못했습니다. 걸린 건 동결을 실행하는 주체입니다. 마크는 부서장이고, 게다가 오너의 아들입니다. 아버지가 아들과의 관계를 생각해 재량권을 내주는 장면이 분명히 적혀 있어요. 그 위치가 아니었다면 이 실험은 시작도 못 했을 겁니다. 중간에 끼인 실무자가 자기 판단으로 프로젝트를 세워둘 수 있는 조직이 국내에 얼마나 될지 생각하면 답이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고객이 이틀 만에 요구 대부분을 내려놓는 전개도 이야기로는 매끄럽지만, 우리 발주 관행에 대보면 다소 수월해 보입니다. 하루 단위 처방이 결국 개인의 규율로 돌아오는 점도 아쉬웠어요. 옆자리에서 부르고 전화가 걸려오는 상황 자체를 개인이 통제할 수 없다는 게 그 아침 장면의 핵심인데, 그 부분은 다소 비껴갑니다. 이런 의문을 안고 읽는 편이 오히려 이 책과 잘 맞는 방식일 것 같기도 합니다. 소크라테스식으로 질문을 던지는 책이니까요.

마음에 오래 남은 문장은 이론 쪽이 아니었습니다. 아들의 계획을 들은 아버지가 감명받으면서도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계산하는 대목의 끝에 이런 서술이 놓여 있습니다. 그들에게 시간이 더 있기를 바랐지만, 그에게 가장 부족한 게 바로 시간이었다고요. 흐름을 다루는 책의 정서적 바닥에 결국 시간의 부족이 놓여 있는 배치가 잘 짜여 있습니다. 방법을 알아도 늦게 알면 소용이 없다는 사실, 그리고 알았을 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사실. 성과 이야기를 하는 책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위로를 여기서 받았습니다.
읽고 나서 달라진 건 거창하지 않습니다. 손에 잡고 있는 일의 개수를 세어보게 됐어요. 그게 이 책이 요구하는 첫 단계이기도 하고요. 프로젝트 목록이 자꾸 늘어나기만 하는 부서를 맡고 있다면 중반부의 동결과 풀 키트 대목을 천천히 보시면 좋겠습니다. 경영서라는 말에 손이 안 가는 분도 소설이라 생각보다 잘 넘어갑니다. 실적을 재촉받는 자리에 있으면서 정작 왜 안 되는지 설명하기 어려웠던 사람에게는, 그 곤란함을 말로 만들어주는 도서 한 권이 될 겁니다. 서평단으로 읽어온 책 가운데 일하는 방식을 이렇게 직접 건드린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처서가 지났는데 낮의 열기는 아직 그대로입니다. 그래도 저녁 공기가 조금씩 물러나는 게 느껴지고, 곧 하반기 계획을 다시 세우는 시기가 옵니다. 밀린 것들을 한꺼번에 붙들고 속도를 올릴 궁리를 하기 쉬운 계절이죠. 그전에 목록을 한 번 줄여보는 쪽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빨리 일하는 방법을 찾던 손에 쥐어진, 붙든 일의 개수를 줄이라는 답. <더 골3 흐름의 법칙>은 성실함과 성과가 어긋나는 이유를 아주 담담하게 계산해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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