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없음 - 인재는 어디서 일하려 하는가
오용석 지음 / 경이로움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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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표지 가운데에 사원증 하나가 걸려 있습니다. 파란 목걸이 줄에 매달린 카드는 이름도 부서도 비워둔 채, 대신 "인재는 어디서 일하려 하는가"라는 문장만 담고 있어요. 제목은 <인재 없음>이라고 딱 잘라 말하는데, 표지 아래쪽에 적힌 한 줄은 곧바로 그 선언을 되돌립니다. '인재'가 없는 게 아니라, '인재가 머물 이유'가 없는 것이다. 회의실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한숨을 제목으로 앞세우고 그 한숨의 방향을 슬쩍 돌려세우는 구성이라, 첫 장을 펴기 전부터 저자가 어느 편에 서 있는지 짐작이 됐습니다.


저자 오용석은 삼성중공업 인사기획팀을 거쳐 SAP Korea의 기업문화총괄로 일하는 20년 경력의 HR 실무자입니다. 이력만 보면 컨설팅 언어로 가득한 책일 것 같았는데, 읽어보니 결이 조금 달랐어요. 숫자와 이론이 자주 등장하지만 그 숫자들이 결국 가리키는 곳은 사람이 아침에 자리에 앉아 겪는 아주 평범한 몇 분입니다.


가장 먼저 마음을 붙든 건 이직의 이유를 다루는 앞부분이었습니다. 회사를 고를 때 사람들이 첫손에 꼽는 항목은 늘 연봉입니다. 잡코리아 설문에서도 신입과 경력직 모두 그랬다고 해요. 그런데 직원 유지 쪽으로 시선을 옮긴 조사에서는 일에 대한 만족감이 1위로 올라오고 높은 연봉은 다섯 번째로 내려앉습니다. 저자는 여기에 함정이 있다고 짚습니다.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과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하는 계기가 애초에 같은 항목이 아니라는 것이죠. 연봉은 내년 액수를 대략 계산할 수 있는 정적인 조건이니 당장 짐을 싸게 만들지 못하지만, 매일 마주하는 결핍과 성장의 정체는 즉각적인 결심을 부른다고 설명합니다.


그 뒤에 놓인 문장이 오래 남았습니다. 높은 근속률이 안정의 증거는 아니라는 대목이에요. 직원이 남아 있는 이유가 만족과 성장이 아니라 관성, 불확실성, 대안 부족이라면 그 조직에서는 언제든 급격한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회사는 오래 다닌 사람이 많다는 말을 자랑처럼 꺼내는 자리를 여러 번 지나온 사람이라면, 이 진단 앞에서 잠시 표정이 굳을 것 같아요. 남아 있음과 머물고 싶음이 전혀 다른 상태라는 사실을, 이 책은 데이터로 조용히 확인시킵니다.


3장으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개인 쪽으로 좁혀집니다. 심리적 안전감을 다루는 자리에서 저자는 아무리 좋은 제도와 파격적인 복지를 갖추더라도 이것이 결여되면 성과는 모래성처럼 무너진다고 씁니다. 조직문화의 거장 에드거 샤인이 말한 두 가지 불안, 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생존 불안과 새 시도 앞에서 느끼는 학습 불안을 소개한 뒤, 리더가 압박으로 생존 불안을 키우는 쪽보다 학습 불안을 낮추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정리하지요. 그리고 이런 문장이 따라옵니다.


"학습 불안이 해소될 때 구성원은 자신의 실수를 방어하는 데 쓰던 에너지를 내려놓고 성과 창출을 위한 실험을 시작한다."


방어에 쓰이는 에너지라는 표현이 유난히 구체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느 조직에나 실제 업무가 아니라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두는 일들이 있잖아요. 그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과 마음의 총량을 계산해본 사람은 아마 드물 겁니다. 구글의 프로젝트 아리스토텔레스가 2년간 180개 팀을 뒤져 얻은 결론도 이 지점과 맞닿습니다. 학벌이나 전문성, 심지어 점심을 함께 먹는지 여부까지 250개가 넘는 변수를 넣었더니, 팀 성과를 가른 것은 구성원의 면면이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였다고 해요. 실수를 드러내도 보복당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는 팀은 이직률이 낮았고, 그 팀의 아이디어가 실제 사업에 채택될 확률은 두 배 이상 높았다고 합니다.


티모시 클라크가 정리한 네 단계도 곱씹을 만했습니다. 팀에 속해 있고 존중받는다는 믿음에서 시작해, 질문하고 실수해도 보호받는 신뢰, 기여할 기회를 얻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 단계를 지나, 기존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도전 단계에 이른다는 흐름이지요. 경력이 길어지면 앞의 두 단계는 이미 통과했다고 여기기 쉬운데, 정작 발이 묶이는 곳은 마지막 문턱입니다. 회의실에서 하고 싶은 말을 삼킨 채 나온 날들의 정체를 이 표는 꽤 정확하게 설명해줍니다.


저자가 이 지점에서 리더의 인성이나 배려로 답을 몰지 않는 것이 좋았어요. 심리적 안전감은 시스템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에어비앤비가 인사팀 대신 직원경험팀을 두고 업무 과정의 불안 요소를 데이터로 추적하는 사례, 링크드인이 커리어 경로를 시각화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막막함을 구조적으로 걷어내는 사례가 이어집니다. 현장에 필요한 약속으로는 구성원을 전문성 있는 파트너로 대우하는 실질적 존중, 사고가 났을 때 누구의 잘못인지보다 시스템의 어느 부분이 문제였는지를 파헤치는 비난 없는 피드백, 그리고 명문화된 그라운드 룰을 꼽습니다. 심리적 안전감이 리더의 기분에 좌우되지 않도록 규칙으로 못 박아야 한다는 문구는 짧지만 서늘했습니다. 그 기분에 하루의 온도가 결정되는 부서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권한 위임을 다룬 장은 이 책에서 가장 목소리가 단단해지는 대목입니다. 업무 방식은 실무자에게 맡기면서 예산과 인력 운용 권한은 놓지 않는 관행을 두고 저자는 이렇게 씁니다.


"실질적 자원 결정권이 없는 위임은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이어지는 진단은 더 직설적입니다. 한국 기업에서 단순 반복 업무는 전결 규정대로 처리되지만 주요 의사결정은 여전히 최종 결재선을 거치고, 중간 리더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사안이 거의 없다는 관찰이지요. 그 결과 실무자는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기보다 보고서 꾸미기에 매몰되고, 현장 맥락을 담당자보다 모르는 최상위 결정권자가 자신의 과거 경험에 빗대어 결론을 내리는 순환이 반복된다고 합니다. 보고서 꾸미기라는 다섯 글자는 부연이 필요 없을 만큼 정확했습니다.


다만 뒷부분에서 한 번 걸음이 멈췄어요. 수평적 문화는 안락한 파라다이스가 아니라는 절입니다. 직급이 역량을 보증하지 않는 환경에서 준비가 덜 된 사람에게 위임은 자유가 아닌 방치가 된다고 저자는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수평 문화를 옹호하는 책이 그 문화의 가혹함까지 적어둔 셈이니 서술은 정직합니다. 그런데 그 방치의 자리에 놓인 사람을 어떻게 건져 올릴지에 대한 이야기는 글로벌 기업의 단계적 위임을 소개하는 정도에서 마무리됩니다. 오래 일해온 사람 중에도 결정의 무게를 져본 경험이 거의 없는 이들이 많고, 그 공백은 개인의 게으름 탓으로 돌리기 어려운 구조의 산물일 텐데요. 프로의 세계라는 규정만으로는 조금 성급하게 넘어간 느낌이 남았습니다. 물론 이 책이 조직 설계자를 향한 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초점 이동일 수도 있겠습니다.


몰입을 다룬 마지막 흐름에서 이 도서의 주장은 한 문장으로 좁혀집니다. 리더가 먼저 할 일은 무언가를 새로 얹는 쪽이 아니고, 구성원이 매일 부딪히는 걸림돌을 하나씩 확인해 덜어주는 쪽이라는 이야기예요. 배달의민족의 월요일 오후 출근, 직방의 가상 오피스, 휴넷의 주 4일 근무제 같은 국내 사례가 붙어 있어 훨씬 가깝게 읽혔습니다. 두나무가 무이자 주택자금 대출로 주거 불안을 덜어준다는 사례는 이 땅의 직장인에게 유독 실감이 클 것 같고요. 결국 조직문화란 행복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기보다 그 앞을 막고 선 것들을 치우는 일이라는 저자의 정의가, 앞의 모든 논지를 하나로 묶어냅니다.


보통 판형에 보통 두께라 부담 없이 넘길 수 있었고, 그동안 읽어온 조직문화 관련 도서들이 대체로 이상적인 그림에서 멈췄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한 권은 실행의 언어에 더 오래 머무는 편이었어요. 경영자와 HR 담당자를 향해 쓰인 안내서인데, 실제로는 팀 하나를 맡고 있거나 위와 아래 사이에서 결정을 전달하는 위치에 선 사람이 더 많은 밑줄을 그을 것 같습니다. 조직을 바꿀 권한이 없다고 느끼는 자리에서도, 자기 팀의 회의 한 시간에는 여전히 쓸 수 있는 문장들이 꽤 남아 있습니다.


늦더위가 아직 물러가지 않았지만 저녁 공기의 결이 조금씩 바뀌는 시기입니다. 하반기 조직 개편과 평가 이야기가 슬슬 오르내리기 시작하는 무렵이기도 하지요. 이맘때 이 책을 펴두면 제도 하나를 새로 만들 궁리보다, 우리 팀이 매일 넘어지는 지점이 어디인지 먼저 적어보게 될 것 같아요. 걷어낼 것을 찾는 계절로 8월의 끝은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사람이 떠나는 자리는 연봉 협상 테이블이 아니라 매일의 평범한 장면이고, 그 장면을 손보는 일이 조직문화라고 말하는 실무자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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