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그를 선택했는가 - 삼성 출신 면접관들이 공개한 ‘뽑히는 사람’의 결정적 차이
이재혁 외 지음 / 더난출판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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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파란색 한 장으로 승부를 겁니다. 그 파랑이 어느 기업의 상징색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드물 테니, 제목을 읽기 전에 이미 어디 이야기인지 짐작하게 되는 표지예요. 네 귀퉁이에 작게 박힌 빛 반짝임이 없었다면 꽤 서늘했을 텐데, 그 작은 표시들 덕분에 누군가를 가만히 알아보려는 시선 같은 인상이 남습니다. 띠지에 적힌 "삼성에 합격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문장은 단호하고요. 이런 종류의 단호함은 대개 부담스럽지만, 30년 넘게 사람을 뽑아온 이들이 하는 말이라 일단 들어보게 됩니다.


<우리는 왜 그를 선택했는가>는 삼성에서 인사와 채용을 맡았던 네 분이 함께 쓴 책입니다. 자기소개서 쓰는 법에서 시작해 전문성 면접, PT, 토론, 비대면 면접을 지나 최종 임원 면접까지 이어지고, 부록에 실전 100문 100답이 붙어 있어요. 판형도 두께도 편안해서 며칠이면 넘어갑니다.


책장을 천천히 넘기게 된 곳은 3장 뒤쪽이었습니다. '탈락을 부르는 결정적 장면'이라는 제목 아래 실제 사례 열 건이 이어지는데, 그중 스펙이 모자라 떨어진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그날 지원자 가운데 가장 뛰어났던 사람, 수학과를 나와 금융공학 석사를 마친 사람, 퀀트 분석 실력이 발군이었던 사람이 각각 다른 지점에서 미끄러집니다. 지원 동기가 평이했고, 아는 것을 구조화해 상대를 설득하지 못했고, 분석 설명에 머물러 투자 판단까지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준비를 많이 한 사람이 그 준비를 전부 말하려다 핵심을 흐렸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저자들은 열 건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자기중심적 사고의 함정을 꼽고, 이렇게 정리합니다. "결국 면접의 본질은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지를 증명하는 과정이 아니라, 이 조직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설득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 대목이 아프면서도 어딘가 힘이 되는 이유는, 떨어진 사람들이 부족한 사람으로 그려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들 충분히 애쓴 사람들이었고, 전달의 방향이 조금 어긋났을 뿐이라는 이야기예요. 밤새 스펙을 쌓아온 청년들에게 이 진단은 위로가 될 수도, 더 막막하게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4장에는 반대편 장면도 실려 있습니다. 성적이 거의 최하위였던 지원자가 그 사실을 숨기지 않고 담담하게 인정한 뒤,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했고 어떻게 자신을 바꾸려 했는지를 설명해 합격한 이야기가 나와요. 면접관들이 공통으로 받은 인상은 약점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넘어선 사람이라는 점이었다고 합니다. 경험이 없다고 답해야 하는 순간에 대한 조언도 인상적입니다. "그런 경험은 없습니다. 다만 그런 상황이 온다면 이렇게 대응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가능성이 남아 있고, 없습니다로 끝내면 자신의 가능성까지 스스로 닫아버린다는 것.


같은 장 끝자락에서 저자는 가장 중요한 준비를 놓치는 지원자가 많다고 말합니다. 회사 정보를 외우고 예상 질문을 돌리는 일 이전에,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꿈이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이 일이 어떤 의미인지에 스스로 답을 가진 사람은 외운 답이 아니기 때문에 꼬리 질문에도 흔들리지 않는다고요. 면접관도 그런 사람은 알아본다면서 "이 사람은 자신이 왜 이 자리에 왔는지 알고 있구나."라는 문장을 놓아둡니다. 취업 안내서를 펼쳤다가 삶의 방향을 묻는 질문지를 받아 든 기분이었어요.


물론 고개가 갸웃해지는 대목도 있었습니다. 초봉이나 근무지, 야근 여부부터 묻는 지원자를 두고 면접관 입장에서는 조금만 힘들어도 쉽게 이탈하겠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는 서술이 그렇습니다. 채용하는 쪽의 경험칙으로는 이해가 갑니다. 다만 근로조건을 확인하는 일이 예의 없는 행동으로 읽히지 않는 시대가 이미 왔고, 그런 질문을 삼가라는 조언이 앞으로도 유효할지는 물음표가 남더군요. 이 책이 조직 쪽에 서서 쓰인 기록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어야 하는 지점입니다.


그래서 6장이 더 반가웠습니다. '합격 이후가 진짜 시작이다'라는 제목 그대로, 입사한 다음의 이야기가 붙어 있어요. 저자 한 분이 12월 퇴근 무렵 승진 소식을 전화로 듣던 장면에서 시작해, 30년 넘게 지켜본 결론으로 넘어갑니다. 성장의 차이는 실력의 차이라기보다 태도와 신뢰의 차이였다는 문장입니다. 함께 일했던 후배 일곱 사람이 가명으로 등장하는데, 지시를 받으면 회의부터 길게 하지 않고 이미 첫 줄을 쓰고 있었다는 사람, 이 정도면 됐다는 말이 나올 때 분위기를 되돌려 세운 사람, 자기 역할이 아닌 빈틈을 먼저 메운 사람이 차례로 나옵니다.


여기서 저자가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는 대목이 좋았습니다. 신입사원 대부분은 꿈을 갖고 시작하지만 임원이 되는 사람은 1퍼센트에 불과하다면서, 꿈은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못 박아요. 성공담을 늘어놓고 끝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뒤이어 나오는 신언서판 이야기도 고전적인 훈계로 흐르지 않고 현장의 언어로 풀려 있고요. 잘 작성된 문서 한 장이 길게 설명한 말보다 강하다는 대목에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게 됐습니다.


네 분이 나눠 쓴 책이라 장마다 목소리의 결이 조금씩 다릅니다. 3장은 보고서에 가깝게 건조하고, 4장 후반은 조언에 가깝고, 6장은 회고에 가까워요. 통일감이 아쉬운 순간도 있지만, 면접장에 실제로 여러 사람이 앉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 편차가 오히려 현장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서평단으로 여러 책을 만나다 보면 읽고 나서 누구에게 건네야 할지 바로 떠오르는 책이 가끔 있는데, 이 한 권이 그랬어요. 하반기 공채를 앞두고 자기소개서 파일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청년이라면 3장과 4장만으로도 충분히 값을 합니다. 그리고 조직 안에서 몇 해를 보낸 사람에게는 6장이 다르게 읽힐 겁니다.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서요.


늦더위가 아직 남아 있지만 아침 공기에는 서늘한 기운이 섞이기 시작했습니다. 9월이 오면 채용 공고가 다시 쏟아지고, 어느 집 식탁에는 말수가 줄어든 사람이 앉아 있을 테고요. 그런 계절에 이 파란 표지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뽑히는 요령보다는, 당신이 지나온 시간을 당신의 언어로 설명해보라는 권유에 가깝습니다. 그 정도의 조언이면 충분히 든든한 것 같아요.


합격의 기술을 알려주는 책처럼 보이지만, 실은 자신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를 묻는 안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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