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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해내는 사람의 일의 공식 - 대체 불가능한 나로 성장하는 일잘러 사수의 인사이트
김영진(모두의 사수)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26년 8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488쪽. 손에 얹으면 무게가 그대로 전해집니다. 표지는 흰 바탕 위에 노랑과 파랑만 써서 시원하게 트여 있고, 굵은 손글씨풍 레터링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듯 배치되어 있어요. 목소리가 큰 선배가 문 앞에 서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첫 장을 펼쳤을 때 조금 의외였습니다. 들어가는 글의 제목이 '저는 당신보다 느린 사람이었습니다'였거든요.
김영진 저자는 디자이너로 첫 직장에 들어갔는데 포토샵을 다룰 줄 몰랐다고 밝힙니다. 두 번째 직장인 마케팅 대행사에서는 마케팅의 'ㅁ'자도 모르는 상태로 현장에 던져졌다고 하고요. 자기계발서의 서문이 대개 성취를 앞세우는 것과 반대편에서 문을 여는 셈입니다. 자신을 최고의 실력자가 아니라 해설자로 규정하는 대목에서, 이 두꺼운 도서가 훈계집은 아닐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결국 해내는 사람의 일의 공식>은 일머리를 다섯 계단으로 나눠 놓았습니다. 마음가짐과 태도에서 시작해 사회성, 실무 능력, 협업 능력을 거쳐 자기 확신에 이르고, 그 뒤에 패시브 스킬이라는 별도의 장을 붙여 사람 공부와 문제 정의, 인맥, 신뢰를 자산으로 정리합니다. 저연차든 고연차든 반드시 첫 단계부터 읽으라는 당부가 앞머리에 놓여 있고요. 저자는 이 책을 단숨에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부탁합니다. 머리로 안다고 생각하지만 행동할 수 없다면 진짜 아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였습니다. 두께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마음이 그 문장 앞에서 조금 풀렸습니다.
제 나이대의 직장인이라면 이 책의 제목이 되는 단어 하나에 걸릴 겁니다. 사수요. 저자는 평사원으로 입사한 지 2년 만에 사수도 인수인계도 없이 팀장 자리에 올랐다고 씁니다. 리더십을 배워 본 적 없는 상태에서 타인을 관리하고 성과를 책임져야 했고, 임원진은 팀원을 관리하라고 지시했지만 방황하는 자신을 이끌어 줄 사람은 조직 안에 없었다는 서술이 이어집니다. 도움을 기다릴 수 없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는 흐름인데, 그 질문이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만약 나를 진심으로 돕는 멘토가 곁에 있다면, 지금 나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까?"
챙김을 받아 본 기억은 희미한데 어느새 누군가를 챙겨야 하는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을 거예요. 이 책이 사수를 빌려준다는 카피를 앞세운 이유가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의 뒷부분에 친구 이야기가 하나 나옵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회사 생활을 했던 친구가 커리어 정체를 겪으며 저자에게 털어놓은 말이라고 해요.
"누구보다 열심히 할 자신은 있는데, 무엇을 열심히 해야 할지 그걸 못 정했어. 이걸 누가 정해줬으면 좋겠다."
성실함으로 버텨 온 세대의 곤란이 이 짧은 문장에 다 담겨 있습니다. 저자는 여기서 많은 사람이 성실하게 일할 준비는 되어 있지만 방향을 잡지 못해 방황한다고 정리하고, 친구가 갖지 못했던 역량을 자신을 경영하는 힘이라고 이름 붙입니다. 그 힘을 기르는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이 셀프 피드백 루프고요. 한 달에 한 번, 딱 한 시간을 잡아 여섯 가지 질문에 답하는 방식입니다. 출근하는 원동력이 무엇인가,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가,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가로 이어지는 문답인데, 세 번째 질문의 설명이 오래 남았습니다. 직함과 명함을 걷어냈을 때 자신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 묻는 자리라고 하더군요. 이 단계의 예시로 가족의 안정적인 생활 보장이나 건강하고 안정적인 노후 준비 같은 문장이 붙어 있는데, 어느 연차에서 이 문장을 적게 되는지 짐작이 갔습니다.

답이 금방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는 안내가 붙어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저자 자신도 어떤 질문에는 수개월 동안 명확한 답을 적지 못했다고 고백합니다. 그 한 줄이 있어서 여섯 질문이 과제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신뢰를 다루는 장은 이 책에서 가장 단단합니다. 급여를 일터에서 보낸 시간에 대한 대가로 보지 않고, 쌓아 올린 신뢰의 크기를 돈으로 환산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하거든요. 서문에서 돈을 지불하는 사람은 이유 없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고 던져 둔 이야기를 책의 끝자락에서 회수하는 구조라, 500쪽에 가까운 분량이 흩어지지 않고 한 방향을 향합니다. 특히 일관된 원칙과 문제 해결 능력을 조직 시스템을 벗어나는 순간에도 나에게 귀속되는 이동 가능한 자산이라고 부르는 대목은, 표지에 적힌 '대체 불가능한 나로 성장하는'이라는 부제와 정확히 맞물립니다. 회사 밖으로 무엇을 가지고 나갈 수 있는지 슬슬 계산이 시작되는 나이라서 이 문단이 유독 실감 나게 읽혔습니다.
같은 장에서 저자가 자기 인식을 되짚는 부분도 좋았습니다. 신입 시절 실수가 두려워 질문을 참고 상황을 모면하려 했던 행동을, 자신의 부족함을 타인이 눈치채지 못하게 감출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이었다고 적어요. 이어 내가 친절했으니 상대도 보상해야 한다고 여긴 계산적 태도 역시 상대를 통제하려는 오만이었다고 인정합니다. 위축과 오만을 한 뿌리에서 나온 것으로 묶는 관점인데, 잘 보이려는 마음과 마음대로 하려는 마음이 결국 같은 곳에서 자란다는 이야기로 읽혔습니다. 성취의 순간에도 내 말이 곧 정답이라고 믿는 순간 스스로가 도려내야 할 대상이 된다고 못 박는 대목에서는, 저자가 자기 성공 서사에 직접 브레이크를 걸어 두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다만 끝까지 매끄럽게 동의만 하지는 못했습니다. 새벽 4시에 물류팀으로 출근해 제품을 적재하고 6시에 생산팀으로 옮겨 공정 시간을 재고 9시에 운영팀으로 돌아왔다는 하루의 동선, 탕비실 커피머신 청소부터 아무도 하지 않는 궂은일까지 먼저 손을 들었다는 진술은 분명 저자를 지금의 자리로 데려간 힘일 겁니다. 그런데 책 중간에 이런 일화가 나옵니다. 팀장 시절 한 동료가 왜 그렇게 아등바등 사냐, 그렇게 일하면 건강만 버린다며 적당히 일할 것을 권했다는 이야기요. 저자는 그 말을 들은 뒤 자기 일의 원동력이 돈이 아니었음을 확인했다고 쓰고 넘어갑니다. 건강만 버린다는 지적 자체에는 응답이 없었어요. 헌신의 강도를 성장의 조건으로 놓는 서술이 요즘의 노동 감각과 어디까지 나란히 갈 수 있을지, 그 대목에서 잠깐 걸음이 멈췄습니다. 신뢰를 깨는 태도는 교육이 아닌 배제의 대상이라는 단언도 방향으로는 옳지만, 인사권이 없는 중간 자리에서 실제로 얼마나 실행 가능한 조언인지는 조금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이 책을 덮을 때 남는 것은 압박감이 아닙니다. 저자가 앞머리에 적어 둔 문장처럼, 남들보다 더 많이 헤매고 처절하게 넘어져 본 사람이 길목마다 표지판을 세워 둔 느낌에 가깝습니다. 신뢰의 첫 단추가 거창한 성과가 아니라 아주 사소한 마무리에 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동료들의 기억에 "저 친구는 적어도 자기 몫은 해낸다"는 증거로 남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하거든요. 이 정도의 출발선이라면 지금 어느 계단에 서 있든 다시 밟아 볼 수 있겠습니다. 후배에게 무엇을 어디서부터 알려 줘야 할지 막막했던 분들이라면 앞쪽 두 계단을 특히 천천히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조직에서 사람 문제로 소진된 시기를 지나고 있다면 신뢰를 다룬 장부터 펼쳐도 좋을 것 같아요.
서평단으로 여러 책을 만나다 보면 완독이 목표가 되는 순간이 오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읽는 속도를 늦추게 됐습니다. 단숨에 읽지 말라던 저자의 부탁을 지키고 싶어서였고, 실제로 그렇게 읽어야 남는 종류의 도서였습니다. 다 읽고 덮어 버릴 한 권이 아니라 책상 옆에 두고 한 달에 한 번 펼칠 자료로 남겨 두려 합니다.
처서를 앞둔 며칠, 낮의 열기는 여전한데 저녁 공기에서는 확실히 결이 달라진 것이 느껴집니다. 한 해의 절반을 넘긴 시점에 남은 넉 달을 어떻게 쓸지 정리하기에 나쁘지 않은 계절이에요. 하반기 목표를 다시 적어 보려는 분들에게, 여섯 가지 질문이 적힌 이 안내서가 조용한 동행이 되어 줄 것 같습니다.
사수 없이 여기까지 걸어온 사람에게, 지름길 대신 계단의 위치를 알려 주는 488쪽의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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