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리지널 주니어 스토리북 ㅣ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식 시리즈
서울문화사 편집부 엮음 / 서울문화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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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하드커버라 무게를 좀 각오했는데, 손에 올려 보니 두께가 딱 알맞습니다. 아이가 혼자 들고 다니기에도 무리가 없을 정도예요. 그리고 표지를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이 한 장에 이야기가 거의 다 들어 있어요.


보랏빛으로 물든 서울의 밤, 오른쪽 끝에 작게 선 남산 타워, 그 앞을 채운 대형 전광판. 화면 안에는 무대용 얼굴을 한 세 사람이 있고, 화면 밑 실제 바닥에는 검은 전투복을 입고 무기를 든 같은 세 사람이 자리를 잡고 서 있습니다. 위쪽은 사람들에게 보여 주는 모습, 아래쪽은 밤이 되면 감당해야 하는 몫. 한 장면을 위아래로 나눠 놓은 이 구성이 마음에 들었어요. 맨 아래 어둠 속에 웅크린 악귀들까지 눈에 들어오면, 빛과 그늘이 늘 붙어 다닌다는 것도 함께 전해집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리지널 주니어 스토리북>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을 어린 독자가 읽을 수 있는 산문으로 옮긴 책입니다. 헌트릭스는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아이돌이면서, 사람 사는 세상을 넘보는 악귀와 맞서는 헌터예요. 노래와 춤이 곧 무기인 이들 앞에 사자 보이즈라는 악귀 아이돌 그룹이 나타나고, 팬들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혼문의 힘이 흔들립니다. 싸움의 승패가 무기의 성능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으로 결정된다는 설정이 참 좋습니다.


애니메이션은 이미 봤습니다. 그것도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글로 옮기면 그 소리와 속도가 빠져 심심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읽어 보니 다른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화면에서는 음악과 화면 전환에 실려 흘러갔던 대사와 표정이, 문장 안에서는 제자리를 얻습니다. 무대 장면을 읽는 동안 머릿속에서 그 곡이 저절로 재생되고, 가사의 뜻이 오히려 또렷해졌어요. 팬이라면 이 겹쳐 읽기가 꽤 반가울 겁니다.


가장 오래 눌러 앉게 된 쪽은 루미입니다. 무대에서는 흔들림 없는 얼굴로 서 있어야 하고, 정작 자기 안에 있는 것은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하는 상태. 아이들이 읽는 판타지의 문법 안에 담겨 있지만, 사십 대 후반의 독자가 읽으면 판타지의 옷이 벗겨집니다. 맡은 자리에서 멀쩡한 표정을 유지하는 일, 그 아래로 삼켜 둔 것을 혼자 감당하는 일. 어지간한 어른이라면 겪어 봤을 시간이지요. 그래서 이 이야기가 결국 도착하는 지점이 오래 남습니다. 감춘 것을 드러냈을 때 무너지지 않았고, 오히려 곁에 있던 사람들이 그 자리를 함께 받아 주었다는 결말. 어린 독자에게는 용기의 이야기로 읽힐 테고, 어른에게는 조용한 위로로 남을 겁니다.


홍보 이미지에 실린 "팬들이 좋으면 혼문도 좋다!"라는 문구를 처음 봤을 때는 그저 유쾌한 농담으로 읽었어요. 그런데 다 읽고 나니 이 말이 작품의 심장에 가깝습니다. 세상을 막아 주는 벽이 결국 나를 향한 누군가의 마음으로 세워진다는 이야기니까요. 친구를 지키고, 세상을 구하고, 자신의 마음과 마주하는 순서로 이 여정을 요약할 수 있겠는데, 저는 맨 마지막 것이 앞의 둘을 가능하게 했다고 봅니다.


컬러 화보 열여섯 페이지도 좋았습니다. 좋아하던 장면이 종이 위에 크게 인쇄되어 있으면, 그때 느낀 것이 되살아납니다. 화면은 흘러가 버리는데 인쇄된 장면은 손으로 붙잡을 수 있으니까요. 이 책을 소장하고 싶은 팬 마음이 어디서 오는지 알겠더군요.



책과 좀 멀어진 아이에게 권하기에 이보다 좋은 통로도 흔치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이미 있으면 문장을 읽어 내는 힘도 붙거든요. 애니메이션을 안 본 사람에게는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되고, 여러 번 본 사람에게는 되새기는 시간이 됩니다. 어른이 먼저 읽고 슬쩍 건네는 방식도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아이가 요즘 무엇에 빠져 있는지 알고 싶은데 대화의 실마리가 마땅치 않은 집이라면, 같이 읽는 것만으로 이야기가 시작될 겁니다.


서평단으로 받는 책들은 대개 무게가 있는 편인데, 이렇게 밝고 힘 있는 이야기가 사이에 섞여 들어오는 날은 결이 확 달라집니다. 아이들 책을 읽는 시간이 어른에게도 회복이 된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확인했어요.


여름이 마지막 힘을 쓰는 8월 중순입니다. 창을 열면 뜨거운 공기가 먼저 들어오는 시기인데, 이런 날에는 이렇게 반짝이는 한 권이 잘 넘어갑니다. 조금 뒤면 아침 공기가 서늘해질 텐데, 그 전에 좋아하는 세계 하나를 문장으로 다시 만나 보는 것도 괜찮은 여름의 마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화면으로 사랑받은 이야기가 문장으로 자리를 옮겨, 감춘 것을 드러낼 용기와 그 곁을 지켜 주는 마음까지 어린 독자와 어른 독자 모두에게 건네주는 스토리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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