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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부동산 경매 수업 - 평범한 직장인을 위한 가장 빠른 내 집 마련 전략
재노(권용욱) 지음 / 토네이도 / 2026년 7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경매라는 단어에는 세대에 따라 서로 다른 무게가 실립니다. 저희 부모님 세대에게는 남의 불행 위에 서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그 목소리를 들으며 자란 사람에게도 그늘이 조금은 옮겨 왔습니다. <나의 첫 부동산 경매 수업>이 그 지점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사실이 뜻밖이었습니다. 수익 자랑이 먼저 나올 줄 알았는데, 저자는 자신도 처음에 "경매로 나온 부동산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절대 사면 안 된다", "남의 집을 빼앗는 일이다. 나중에 벌 받는다" 같은 말을 숱하게 들었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그러고는 제도의 성격을 짧게 정리합니다. "경매는 누군가에게는 억울한 상황이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받아야 할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다." 한쪽 면만 들어 올리지 않는 이 문장이 책 전체에 대한 신뢰를 조금 만들어 주었습니다.

표지도 같은 결로 읽힙니다. 주홍빛 사각형 위로 검은 화살표가 대각선으로 솟아 있지만, 배경을 채운 것은 회색빛 다세대 건물입니다. 화살표는 위를 가리키고 우리가 실제로 마주할 대상은 저 평범한 건물이라는 이야기 같았습니다. 표지 아래쪽 띠에 적힌 월급 180만 원 이야기는 조금 자극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카피에 방어벽이 생긴 지 오래인 나이가 되었으니까요. 그래도 겨냥하는 대상이 평범한 직장인이라는 점에서 한 번은 펼쳐보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기초를 다루는 부분에서 도표 한 장이 오래 도움이 됐습니다. 물건 검색에서 시작해 권리분석, 손품과 발품, 입찰, 매각허가 결정, 잔금 납부 기한 통지, 소유권 이전, 마지막 명도까지 여덟 칸으로 정리되어 있고 항고 기간 이레와 잔금 기한 한 달 같은 시간이 화살표 옆에 붙어 있습니다. 낙찰봉이 떨어져도 소유권이 곧바로 넘어오지는 않는다는 사실, 이해관계자의 이의신청 기간을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은 초보에게 필요한 제동장치로 보였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다음입니다. 사려는 사람의 준비 과정을 다 훑은 뒤, 한 채의 집이 어떤 절차를 거쳐 시장에 올라오는지를 다시 보여 줍니다. 채권자의 신청, 법원이 선정한 감정평가사의 평가, 법원 직원의 현황 조사. 같은 절차를 두 방향에서 보게 만드는 구성이라 화면 속 숫자 뒤에 사람이 있다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남습니다. 권리분석을 중고차 성능기록부 확인에 견준 비유도 친절했습니다. 낯선 용어에 겁먹은 사람을 이미 아는 경험 쪽으로 데려오는 방식이지요.
목적을 먼저 정하라는 챕터가 이 한 권의 기둥으로 느껴졌습니다. 매달 들어오는 현금흐름을 원하는지, 실거주할 집이 필요한지, 시세차익이 목표인지에 따라 접근이 달라진다고 전제를 깔아 두고, 대부분의 사람이 아파트를 원하지만 모두가 그럴 여력은 없다고 담담하게 짚습니다. 그래서 입문자에게는 빌라나 오피스텔이 대안이 된다고 하면서, 곧바로 빌라의 약점을 스스로 늘어놓습니다. 팔기 쉽지 않고, 가격이 천천히 오르고, 오래된 건물은 수리비가 든다는 것입니다. 그 위에 수요가 많은 지역,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곳, 팔기 쉬운 형태, 재개발 가능성이라는 네 가지 기준을 얹어 약점을 줄이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팔기 쉬운 형태를 설명하며 매수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고 권하는 대목이 좋았습니다. 채광과 통풍, 주차 공간처럼 실제로 살 사람이 따지는 조건을 갖춘 집이 되팔 때도 유리하다는 말이니, 투자자의 눈을 잠시 내려놓으라는 조언에 가깝습니다.

다만 이 부분에서 의문이 남았습니다. 전세 사기와 역전세를 거치며 빌라를 향한 시선이 얼마나 차가워졌는지는 뉴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환금성 문제를 저자가 인정하고 지역 선택으로 풀 수 있다고 말하지만, 빌라 수요 자체가 구조적으로 줄어든 흐름까지는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감정가 대비 80% 대출을 전제로 잡은 계산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정가 1억 5,000만 원 물건이면 실제로 준비할 돈이 3,000만 원 남짓에 세금과 인테리어 비용을 더한 규모라고 숫자로 내려놓은 점은 고맙지만, 대출 비율은 지역과 규제, 개인 신용에 따라 꽤 흔들리는 항목이니 그 편차에 대한 경고가 한 줄쯤 더 있었으면 좋았겠습니다.
후반부의 입찰가 이야기에서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남기고 싶은 차익을 먼저 정해 놓고 가격을 맞추는 방식으로는 낙찰이 어렵고, 시장에서 통용되는 가격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무조건 싸게만 노리면 패찰이 반복되고, 낙찰 자체에 매달려 비싸게 받으면 수익을 내야 할 집이 짐으로 바뀐다는 진단도 함께 놓입니다. 저자는 입찰가를 정하는 일을 기대치와 시장의 현실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작업이라고 정리해 두었습니다. 급매가를 바닥으로 삼아 평균가를 추정하고, 최근 석 달간의 낙찰 사례를 견주고, 그다음 중개소에 전화를 걸어 실제로 오가는 가격을 확인하라는 순서까지 읽고 나면 경매는 정보 싸움이라는 챕터 제목이 왜 붙었는지 알게 됩니다.
세금을 다루는 대목에서 책의 성격이 한 번 더 드러납니다. 예시로 든 물건의 낙찰가에 취득세와 법무비, 중개보수, 명도비, 미납 관리비, 인테리어 비용, 몇 달치 공실 이자까지 붙여 놓고 그래서 실제로 얼마나 싸게 산 것인지를 거꾸로 계산해 보입니다. 같은 집이라도 되팔 계획이면 중개보수가 이백만 원대로 뛰고 월세로 돌리면 오십만 원 아래로 내려간다는 비교가 표 세 개로 나란히 실려 있어서, 목적을 먼저 정하라던 앞쪽 이야기가 숫자로 되돌아옵니다. 미납 관리비는 인터넷 정보만 믿지 말고 관리사무소에 동과 호수를 말하고 직접 확인하라는 당부도 붙습니다. 발품의 필요가 전화 한 통으로 구체화되는 자리입니다.

낙찰 이후를 다루는 장에서 저자는 명도가 전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대목이라고 인정합니다. 권리분석과 입찰이 스스로와의 싸움이라면 명도는 낯선 사람과 불편한 대화를 나누며 합의를 만들어야 하는 일이니 변수도 많고 부담도 크다고요. 점유자를 여섯 갈래로 나눠 접근법을 달리 정리한 부분은 실제로 쓸모가 있어 보였습니다. 배당금을 받으려면 낙찰자의 서류가 필요한 소액임차인의 집은 명도가 빠르게 끝나니 첫 물건으로 삼기 좋다는 조언은, 서류만 보지 말고 그 안에 사는 사람의 상황까지 함께 보라는 말로 들렸습니다. 구두로 허락을 받았더라도 문 개방 동의서와 물건 처리 내역에 서명을 받기 전에는 문을 열지 말라는 당부에서는 남의 살림살이를 다루는 일의 무게가 느껴졌습니다. 저자는 명도를 억지로 쫓아내는 개념이 아니라 입주자와의 협상을 통해 서로가 감정이 상하지 않게 잘 마무리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는데, 뒤이어 명도비를 협상할 때 낮은 금액부터 제시해 상대의 반응을 살피라고 권하는 대목은 그 태도와 나란히 놓고 보면 조금 겹치지 않는 부분이 있어 보였습니다. 보증금을 잃은 임차인 앞에서도 같은 방식이 통할지는 다른 문제일 테니까요.
제 나이대에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조금 복잡해집니다. 이십 대가 오 년 만에 건물주가 되었다는 서사는 부럽기보다 낯설고, 지금 시작해 십 년 뒤를 기대하라는 조언도 젊은 독자에게 더 잘 맞습니다. 그래도 남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기본기를 탄탄히 갖춘 후에 시작하면 처음에는 남들보다 느릴지 몰라도 결국에는 더 빠르게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대목입니다. 늦었다는 말과 서두르라는 말 사이에서 오래 흔들려 본 사람에게는 이 순서가 위로가 됩니다. 자산의 격차가 벌어지는 속도를 매일 체감하는 시대에, 속도를 올리라는 말 대신 순서를 지키라고 말해 주는 안내서는 흔하지 않습니다.

소설과 에세이 쪽으로 기울어 있던 신청 목록에서 벗어나 실용서를 골랐는데, 미뤄 두었던 영역을 건드려 준 선택이 됐습니다. 판형과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아 며칠에 나눠 편안하게 넘길 수 있었고, 읽고 나니 당장 법원에 갈 생각은 없어도 대법원 사이트에서 물건을 검색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권리분석이라는 단어에서 이미 마음이 닫히는 분이라면 앞쪽 세 장만 먼저 읽어 보셔도 충분합니다. 부모님 세대의 목소리 때문에 경매를 죄스러운 일로 여겨온 마음이 있다면, 그 대목에서 정리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입추가 지났는데도 늦더위가 좀처럼 물러가지 않습니다. 그래도 새벽 공기에는 다른 기운이 조금 섞이기 시작했습니다. 여름이 접히는 이맘때는 지나온 절반을 셈해 보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지요. 올해 남은 넉 달을 무언가 배우는 시간으로 채우고 싶은 분께, 이 한 권은 출발점으로 삼기에 무리가 없습니다.
낙찰의 기술보다 순서와 기준을 먼저 알려 주는, 경매 입문자를 위한 정직한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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