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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위한 다정한 말 연습 - 화내지 않고 후회하지 않게, 매일 실천하는 부모의 현명한 말 습관
성영은 지음 / 시대인 / 2026년 7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표지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짙은 초록 바탕에 크레파스로 문지른 듯한 나무들이 듬성듬성 서 있고, 오른쪽 아래에 빨간 지붕 집 한 채와 손을 맞잡은 세 사람이 아주 작게 놓여 있어요. 나무 사이로 흰 새 한 마리가 지나갑니다. 육아 실용서라기에는 그림책 쪽에 가까운 인상이라 처음엔 조금 낯설었습니다. 아래쪽 띠에 적힌 한 줄이 "부모의 다정한 말이 아이의 하루를 지켜 줍니다."인데, 그 문장을 읽고 다시 그림을 보면 집이 왜 저렇게 작게 앉혀졌는지 짐작이 됩니다. 지켜 준다는 말은 대개 아주 작은 것들 옆에 붙으니까요.
이 도서는 17년 차 현직 초등교사인 성영은 작가가 교실에서 지켜본 아이들과 부모의 언어를 정리한 책입니다. 단단한 아이를 만드는 말, 따뜻한 관계를 맺는 말, 꿈에 날개를 달아 주는 말로 세 파트를 나눴고, 꼭지마다 '다정 한 스푼'이라는 실천 코너가 붙습니다. 판형과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아 며칠에 걸쳐 편안하게 넘길 수 있는 두께예요.

앞부분에서 저를 오래 붙든 자리는 부모 입에서 쉽게 나오는 문장들을 죽 늘어놓은 대목이었습니다. "지금 숙제 안 하면 게임 시간 없어." "지금 안 오면 밥 못 먹는 거야." 소재만 바뀌고 구조는 똑같은 말들이죠. 저자는 이런 말이 순간적으로 아이를 움직이게 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점을 먼저 인정합니다. 그다음에 왜 효과가 짧은지를 설명해요. 아이는 규칙을 스스로 안으로 들이지 못한 채 눈앞의 벌만 피하려 몸을 움직이고, 결국 부모의 눈치를 익힌다는 것. 성장은 순간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저자는 못 박습니다.
설득력이 붙는 건 그 원인을 아이 쪽에서 찾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협박성 언어의 뿌리를 부모 내면의 불안과 조급함에 둡니다. 잘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두려움, 좋게 말했는데 통하지 않을 때 밀려오는 무력감. "아이를 협박하는 순간, 부모로서 마주하는 나의 진짜 두려움은 무엇인지 들여다보아야 한다."라는 권유가 있는데, 진심으로 이가 썩을까 걱정인지 당장 말대로 하게 만들고 싶은 통제 욕구인지 구분해 보라는 이야기가 뒤에 붙습니다. 이 챕터의 비유는 '인스턴트 훈육'이에요. 당장의 허기를 채우기엔 빠르고 효과적이지만 건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음식에 협박을 견줍니다.

대안으로는 협박성 표현 열 가지를 '단호하지만 다정한 표현'으로 바꿔 놓은 대조표가 나옵니다. "빨리 안 오면 두고 간다!"는 "긴 시곗바늘이 5에 갈 때까지 준비하자."로 바뀝니다. 실용적이고 그대로 옮겨 써 볼 만합니다. 다만 여기서 가벼운 의문이 하나 남았어요. 저 문장이 입에서 나오려면 말하는 쪽에 얼마간 여유가 남아 있어야 하는데, 협박이 튀어나오는 순간은 대개 그 여유가 다 소진된 시점입니다. 뒷부분에서 조언 금지 시간을 정해 두라는 제안이 나오니 저자도 이 간극을 알고 있었던 셈인데, 그 장치가 후반에 가서야 등장하는 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첫 파트에서부터 손에 쥐어 주었다면 대조표를 읽는 마음이 한결 가벼웠을 것 같아요.
두 번째 파트로 넘어가면 결이 달라집니다. 저자가 몇 해 전 교권 침해로 몇 주 병가를 냈던 시기를 꺼내 놓는데, 그 시절을 버티게 해 준 두 번의 위로를 적어 두었어요. 사건 당일 찾아간 선배 교사는 종례 시간이었는데도 달려 나와 이야기를 다 듣고는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말합니다. "어떻게 그 상태로 수업을 다 마쳤니. 얼마나 힘들었니…" 감정이 타당하다고 인정받은 것만으로 마음의 짐이 내려앉았다는 서술 바로 뒤에, 자신은 누군가에게 이런 위로를 해 준 적이 있었나 하는 반성이 붙습니다. 다른 한 번은 오래된 친구였고, 그 친구는 저자보다 먼저 눈물을 터뜨리며 함께 분노해 주었다고 합니다. 위로란 해결해 주는 일보다 상대의 감정 곁에 머물며 함께 걷는 일에 가깝다고 저자는 정리합니다.

말의 차이를 보여 주는 예문이 명료합니다. "그래도 다음엔 잘 되겠지."는 조언에 가깝고, "그 일은 정말 속상하겠는데? 너 너무 힘들었어."는 위로가 된다는 것. 전자는 머리로 듣는 말이고 후자는 몸으로 느끼는 말이라고 구분해 두었어요. 아이들에게는 "괜찮아."보다 "그럴 수 있지."가 닿는다고 합니다.
챕터 뒤쪽에서 이야기는 어른의 대화로 건너옵니다. 회사에서 종일 시달리다 퇴근한 아내에게 남편이 "원래 사회생활이 다 그런 거지."라고 중립을 지키는 장면이 예로 나오는데, 아이 이야기로 출발한 한 권이 여기서 슬쩍 방향을 틉니다. 마흔 후반쯤 되면 위로라는 이름으로 정리와 결론을 얹어 온 시간이 꽤 쌓여 있습니다. 그동안 제가 건넨 말들이 어느 쪽에 가까웠는지 조용히 세어 보게 됐습니다.
세 번째 파트는 MBTI의 T와 F를 끌어와 아이의 감정보다 상황을 먼저 판단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하게 합니다. 도입이 다소 가볍게 느껴질 수 있는데, 뒤이어 나오는 단서가 무게를 잡아 줍니다. 아이가 누군가를 다치게 하거나 규칙을 어긴 경우까지 지나친 공감으로 감싸는 것은 고장 난 브레이크를 만드는 일이라고 분명히 적어 두었어요. 다정함을 무조건 편들지 않는 이 균형 덕에 책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습니다. 이 대목에서 가장 인간적인 문장은 저자가 스스로에게 하는 말입니다. "그래, 지금이야. 아이가 연습 중이잖아." 아이도 연습 중이고 어른도 연습 중이라는 사실을 이렇게 짧게 말해 놓았습니다.
감정이 격해진 아이에게 옳은 말을 건네는 일을 저자는 불난 집 앞에서 설계도를 설명하는 상황에 견줍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완벽한 건축 도면이 아니라 눈앞의 불을 꺼 줄 다정한 물 한 바가지라고요. 순서만 바꾸라는 이야기여서 오히려 실행 가능하게 들렸습니다. 부모 쪽 사정도 함께 감싸 줍니다. 아이의 울음과 짜증은 어른의 뇌에 위협 신호로 감지되고, 피로한 날에는 감정을 다스리는 쪽보다 위험을 감지하는 쪽이 먼저 반응하기 때문에 그만 좀 하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온다는 설명이 있어요. 제 안에 다정함이 부족한 탓으로 돌리지 않아도 된다고, 그 회로를 쓰는 일이 아직 익숙하지 않을 뿐이라고 적어 둔 문장 앞에서는 마음이 좀 놓였습니다. 공감의 말을 닫혀 있던 문을 다시 열어 주는 신호탄이라고 표현한 대목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서 뒤에 붙은 실천 방법도 소박합니다. 아이가 화가 나 있을 때 3분이나 5분쯤 조언 금지 시간을 정해 두고 듣기만 하는 것, "그랬구나." "그래. 그럴 수 있어." "속상했구나." 이 세 문장을 냉장고에 붙여 두고 손으로 옮겨 적어 보는 것. 벽에 붙여 두고 하루 한 번 소리 내어 연습하자는 권유까지 이어지는데, 텔레비전 육아 프로그램에서 부모들이 거울을 보며 문장을 읽던 장면도 같은 이유였겠구나 싶었습니다. 공감은 지식이 아니라 근육이라고 저자는 적어 두었어요.
책 끝자락의 에필로그 제목이 '다정함은 의지가 아니라 시스템이다'인데, 근육이라는 표현과 나란히 놓으면 이 한 권의 태도가 분명해집니다. 마음을 굳게 먹는 방식으로는 며칠을 못 가니 적고, 붙이고, 소리 내어 보는 장치를 만들어 두라는 뜻으로 읽었습니다. 실제로 '다정 한 스푼'에는 그날 내뱉은 협박성 말과 다정한 대안을 나란히 채우는 빈칸 표가 있고, 부록으로 감정 어휘 판까지 붙어 있습니다. 손에 쥐고 쓰는 성격이 강한 도서예요.
서평단으로 여러 권을 만나다 보면 읽는 동안 좋았던 책과 다 읽은 뒤에도 쓸모가 남는 책이 갈리는데, 이 한 권은 뒤쪽에 속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시기가 한창인 분들에게 먼저 권하고 싶지만, 아이가 이미 자라 대화가 뜸해진 집에서도 늦지 않을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후배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많아진 분들이 펼쳐도 남는 것이 있을 겁니다. 말의 온도를 다루는 책이라 대상을 아이로 한정할 필요가 없더군요.
처서를 앞둔 이맘때는 낮 더위가 여전한데도 새벽 공기에는 다른 결이 섞이기 시작합니다. 여름의 열이 천천히 빠져나가는 시기라 한 해의 절반을 어떻게 보냈는지 계산이 서기도 하고요. 남은 넉 달 동안 집에서 오가는 말의 온도를 한 칸만 올려 보자는 마음으로 이 표지를 책상 가까이에 두었습니다.
다정한 말은 타고나는 성격이 아니라 매일 적고 고쳐 쓰며 익히는 습관이라는 것을, 교실에서 건져 올린 장면들로 차분히 설득해 내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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