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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를 위한 부자 습관, 부자 마인드 - 십 대의 사고방식이 평생의 부를 결정한다
한지우 지음 / 다빈치페이지 / 2026년 8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절약이라는 말에는 오래전부터 인색하다는 그림자가 따라다녔습니다. <십 대를 위한 부자 습관, 부자 마인드>는 그 단어의 뿌리부터 파헤치며 시작하는데, 영어 'Thrift'가 '번영하다'라는 뜻의 'Thrive'에서 나왔다는 대목에서 생각이 한 번 멈춥니다. 아껴 쓴다는 행위가 본래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써서 번성시킨다는 의미였다는 것.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이 궁색함의 증거처럼 취급받아 온 시간을 떠올리면, 어원 하나가 꽤 큰 정정을 해 주는 셈입니다.

한지우 작가가 쓰고 다빈치페이지에서 펴낸 이 책은 청소년을 향해 쓰였습니다. 그런데 읽다 보면 화살이 어른 쪽으로도 자주 날아옵니다. 저자가 내세우는 개념은 '해피리치'예요. 많이 버는 사람보다 잘 다루는 사람이 오래간다는 전제 위에서, 진화심리학과 행동경제학, 뇌과학과 행복학을 넘나들며 돈을 대하는 태도를 여섯 개 장에 걸쳐 정리합니다. 판형과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아 며칠에 나눠 읽기 좋고, 문장도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순하게 풀려 있습니다.
가장 오래 붙들었던 대목은 부자들의 생활 습관을 다룬 부분이었습니다. <이웃집 백만장자>의 추적 결과를 인용하면서, 미국의 백만장자들이 평범한 동네에서 검소하게 살고 차를 십 년 이상 타며 자녀에게 집안 사정을 알리지 않기도 한다고 전합니다. 이유가 인상적이더군요. 소비의 유혹에 아예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램지솔루션의 2022년 리포트도 비슷한 그림을 보여 주는데, 돈을 과시하기보다 돈이 주는 자유를 중요하게 여기고 소박한 집에 살더라는 특징이 나옵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스스로 김을 뺍니다. 절약만 하면 누구나 부자가 되느냐고 반문하는 문장을 먼저 꺼내 놓거든요. 독자가 지을 시큰둥한 표정을 저자가 알고 있다는 뜻이라, 이후 설명이 설교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답도 정직합니다. 쉬워 보이는 그 습관이 지금 사회에서는 몹시 어려워졌다는 것. 마케팅은 24시간 작동하고, SNS를 켜면 팔로워들의 신상 자랑이 팝콘처럼 튀어나오고, 우리는 서로의 소유물로 위치를 잰다고 짚습니다. "단단한 부의 철학과 습관이 없다면 이런 분위기에 휩쓸릴 수 있습니다." 이 한 문장이 책 전체의 방향을 쥐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절약의 목적을 규정하는 방식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자는 모은 돈이 결국 하기 싫은 일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권을 쥐여 준다고 말합니다. 통장 잔고를 늘리는 일이 자유의 크기를 늘리는 일과 이어진다는 관점인데, 사십 대 후반의 자리에서 읽으니 이 문장이 저축의 이유를 다시 정리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행복을 소유 나누기 욕망으로 설명하는 폴 사무엘슨의 공식도 나옵니다. 분자가 커지면 분모도 함께 커져 결국 제자리에 머문다는 진단 끝에 저자는 이렇게 권합니다. "소유를 늘리는 데는 일종의 한계도 있고 돈도 많이 들어가니 욕망을 조절하는 방법을 택해 봅시다." 어른에게는 수긍이 가는 말인데, 십 대 독자에게는 조금 다르게 들릴 여지가 있어 보였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나이에 욕망을 줄이라는 조언이 먼저 도착하면, 꿈의 크기를 낮추라는 말로 오해될 수도 있으니까요. 다행히 뒤로 갈수록 균형이 잡히긴 합니다. 상대적 욕망과 절대적 욕망을 갈라 놓고, 남과 견주는 쪽의 욕망만 문제 삼거든요.
일과 몰입을 다룬 자리에서는 스시 장인 오노 지로가 등장합니다. "돈은 더 이상 큰 의미가 되지 않아요. 그저 더 나은 기술을 얻는다는 것, 더 나은 스시를 만든다는 것, 그것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여든이 넘어서도 현장을 지키는 이유를 묻는 흔한 질문에 대한 답이지요. 저자는 이 대목에서 해피리치에게 은퇴는 없다고 정리합니다. 경제적 자유를 얻어 여가만 남은 삶이 곧 행복은 아니라는 이야기인데, 파이어족이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처럼 번졌던 우리 사회에도 던져볼 만한 물음입니다. 다만 이 결론에는 몰입할 만한 천직을 이미 찾았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그 일을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에게는 어떤 순서를 권할지, 책이 조금 더 말을 보태 주었으면 싶었어요.

중반부로 넘어가면 결이 달라집니다. 돈을 다룬 장의 문패에 놓인 탈무드 문장이 셉니다. "어린 자녀에게 돈 버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 것은 자녀를 도둑으로 키우는 것과 같다." 그리고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의 이진이 불려 나옵니다. IMF 외환위기로 아버지의 사업이 무너지고 채무자들에게 시달리던 아이가 절대 행복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장면이요. 저자는 이것을 우리 사회의 집단적 상처라 부르면서, 부모의 경제적 위기가 다음 세대의 인성까지 바꿔 놓는 과정을 짚습니다. 돈이 개인과 가정의 존엄을 지키는 방어막 역할을 한다는 서술도 여기 붙어 있는데, 그 시절을 통과한 세대라면 담담하게 읽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이 장에서 가장 설득력 있었던 근거는 따로 있습니다. 한 사람의 경제 성향이 주로 청년기에 형성되어 평생 잘 변하지 않고, 그 시기 대부분을 부모의 보호 아래 보내기 때문에 돈에 대한 태도가 부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연구입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는 책이라는 표지의 문구가 왜 붙었는지, 이 문단 하나로 설명이 됩니다.
심리학 용어 '스키마'를 끌어와 부에 대한 인식의 틀을 점검하자고 제안하는 부분도 좋았습니다. 이미 굳은 인지적 틀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상식이라 믿었던 것이 실은 비상식일 수 있다는 이야기예요. 그래서 뒤이어 부자는 태생부터 다르다거나 똑똑한 사람만 부자가 된다는 통념을 하나씩 해체합니다. 다만 이 흐름에서 나폴레온 힐이나 로버트 기요사키 같은 성공학 계열의 목소리가 나란히 호명되는 건 조금 조심스러웠습니다. 저자도 '다소 과격하게'라는 단서를 달아 거리를 두긴 했지만, 앞장에서 절약과 몰입을 차분하게 이야기하던 결과는 온도가 달라 보였어요.
마지막 장은 인물들의 이야기입니다. 애플 하면 잡스를 먼저 떠올리지만 저자는 동업자 워즈니악 쪽을 해피리치의 전형으로 세웁니다. 회사가 커진 뒤에도 경영을 원하지 않았고, 즐겁지 않은 일이라면 그만두는 편이 낫다고 말했고, 그런 뜻에서 애플사가 자기 인생의 독사과 같다고 표현했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성공 비결을 묻는 인터뷰에서 그가 밝힌 두 가지 목표도 오래 남았습니다. 세상을 바꿀 물건을 만드는 것, 그리고 자신의 기준대로 인생을 사는 것. 아내와 웃고 있는 그를 지켜보던 인터뷰어가 잡스가 더 성공했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느냐고 속으로 되뇌는 장면에서, 성공이라는 단어의 눈금이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이 조용히 증명됩니다.
존 템플턴 편은 조금 복잡한 감정을 남겼습니다. 비관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투자한다는 그의 철학을 설명하면서, 1997년 12월 한국 주식시장에 들어가 큰 수익을 냈다는 사례가 나오거든요. 앞에서 IMF를 우리의 집단적 상처로 꺼내 놓았던 바로 그 책에서요. 투자 원리로만 보면 교과서 같은 사례지만, 누군가의 삶이 무너진 시점이 누군가에게는 진입 시점이었다는 사실이 그대로 지나갑니다. 두 장면 사이의 온도차를 저자가 한 줄이라도 짚어 주었다면, 십 대 독자에게 돈의 얼굴을 더 정직하게 보여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물론 템플턴이라는 인물 자체는 자녀에게 유산을 남기지 않고 전 재산을 재단에 기증한 사람이고, 행복은 무지개처럼 좇아가서 붙잡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하는 중에 얻어지는 부산물이라고 정리한 그의 관점은 이 책의 주장과 잘 맞물립니다.

각 꼭지 끝에 놓인 '생각 더하기' 코너도 언급해 두고 싶습니다. 일이 금지된 나라를 상상해 보게 하거나, 우리가 아는 돈과 부자와 부유함의 상식 중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식이에요. 답을 주지 않고 질문만 남기는 구성이라, 아이 혼자 읽고 덮기보다 어른이 옆에서 같이 답을 만들어 볼 때 훨씬 값이 나올 겁니다.
여러 권을 읽다 보면 어떤 도서는 서평을 쓰고 나면 손을 떠나고, 어떤 도서는 책장 한쪽에 그대로 남습니다. 이 한 권은 후자에 속할 것 같아요. 돈 이야기를 꺼내는 일을 어딘가 부끄럽게 여겨 온 문화 속에서, 그 대화를 여는 마중물로 삼기에 알맞은 안내서라고 봅니다. 경제 지식이 급한 아이보다는 돈을 대하는 기준부터 세워야 할 아이에게 먼저 쥐여 주고 싶고, 사실 그 기준이 흔들리는 건 어른 쪽도 마찬가지지요.
매미 소리가 옅어지고 아침 공기에 서늘한 기운이 섞이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여름 내내 미뤄 둔 이야기들을 꺼내기에 나쁘지 않은 계절이고, 용돈이나 통장이나 아르바이트 같은 화제도 그중 하나일 겁니다. 이 책은 그 대화의 첫 문장을 대신 써 주는 정도의 역할을 충분히 해냅니다.
돈을 얼마나 버느냐를 묻기 전에 돈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를 먼저 정리해 주는, 부모와 십 대가 나란히 읽기 좋은 경제 인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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