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인비디아 - 우리는 왜 부러워하는가
김기남 지음 / 시그마북스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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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원하는 것을 전부 가진 하루를 그려 보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근심 하나 없고 창밖 풍경마저 마음에 꼭 드는 하루를 시간 단위로 채워 보라는 것. 그렇게 남은 평생을 살면 무료함 때문에 오히려 더 큰 불행을 겪게 될 거라고 저자는 장담합니다. 설득하는 문장이 아니라 직접 세어 보게 만드는 문장이어서, 읽는 사람이 반박할 틈이 잘 생기지 않습니다. <호모 인비디아>의 인상은 대체로 이런 식이었어요.


표지도 같은 이야기를 먼저 해 둡니다. 짙은 남색 위에 흰 선으로 그은 산길, 그 비탈을 Invidia라고 적힌 둥근 바위를 밀며 오르는 작은 사람. 봉우리는 분명히 그려져 있는데 그 위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목차를 펼치니 1장에 꼭대기에도 안식처는 없다는 소제목이 있더군요. 저자 김기남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일하는 교과교육학자이고, 지리교육을 연구하며 사람들이 서로를 비교하는 방식에 오래 관심을 두어 왔다고 소개됩니다. 그 이력이 책의 폭을 결정합니다. 심리학에서 출발해 진화론과 사회학, 나중에는 지리학까지 끌어옵니다.


2장에서 다루는 엄친아 이야기는 한 방송 프로그램의 심층 인터뷰에서 시작합니다. 엄친아로 불리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는 사람, 직장에서 실적을 지키느라 소진되고 있다는 사람, 과거의 형편 때문에 평범한 이들을 부러워했다는 사람. 저자가 짚는 건 세 사람이 각기 다른 부분에서 뛰어났을 뿐인데 바깥의 시선이 그들을 하나의 존재로 합쳐 버렸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상대는 실존 인물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장점만 오려 붙인 합성물이라는 주장이 여기서 처음 구체적인 얼굴을 얻습니다.


같은 장에 티치아노가 그린 시지프스 그림이 실려 있고, 그 아래 캡션이 붙어 있습니다. "비교는 끝이 없는 형벌이다. 정상에 올라도 우리를 기다리는 건 또 다른 비교 대상뿐이다." 표지의 그 산길이 결국 이 그림이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장을 닫는 대목에서 저자는 같은 바위를 다르게 씁니다. 실존하지 않는 유령과 싸우느라 자신과 아이를 함께 힘들게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뒤, 아들러의 "열등감은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원동력"이라는 말을 얹고, 아이가 자기만의 바위를 깎아 조각상을 만들도록 돕는 일이 유일한 열쇠라고 씁니다. 굴러떨어지던 돌이 조각의 재료로 바뀌는 자리. 이 책에서 가장 솜씨가 좋은 전환이었습니다.


7장은 결이 확 달라집니다. 남태평양의 나우루 공화국 이야기가 나와요. 새똥이 굳어 만들어진 인광석이 비료로 값이 나가면서 섬사람들은 일하지 않고도 큰돈을 벌었고 연료까지 무상이었는데, 자원이 바닥나자 수입한 기름을 넣을 돈이 없어 고급 차들을 그냥 세워 두어야 했다는 결말입니다. 자원의 저주라는 개념을 이만큼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도 드물겠습니다. 저자는 여기서 한국으로 시선을 옮겨, 자원도 국토도 부족한 조건 위에 세운 산업과 기후의 이점을 나란히 짚습니다. 그리고 경제적 풍요가 곧 마음의 안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통계 몇 줄이 함께 인용되는데, 무겁게 다뤄야 할 대목이라 여기서는 논지만 옮겨 둡니다. 부동산이 오를 때도 내릴 때도 마음이 편치 않더라는 것, 부의 가장 큰 대가 중 하나가 시간이라는 것.


이 장에서 오래 남은 문장은 짧았습니다. 풍요는 불행에 너무 취약하다. 그 뒤에 시칠리아 에트나 화산 이야기가 붙습니다. 분화가 멈추지 않는데도 주민들이 떠나지 않는 이유는 화산재가 쌓아 놓은 흙 때문이고, 그 땅에서 자란 포도로 담근 와인이 최고 등급으로 꼽힌다는 것. 그래서 부러움은 화산재와도 같다고 저자는 정리합니다. 형벌의 돌, 조각의 재료, 비옥한 재. 같은 물질이 놓인 자리에 따라 다른 것이 된다는 이야기를 세 번에 걸쳐 다르게 합니다.


한국 독자에게 가장 가까이 닿는 곳은 역시 8장입니다. 부탄의 행복지수가 2015년 이후 급락한 원인을 저자는 방송과 SNS의 보급에서 찾습니다. 경제 사정은 그대로였고 비교의 대상이 생겼을 뿐인데 불행이 시작됐다는 것. 이어 이스털린의 역설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씁니다. 삶에 만족하기 위한 조건은 내가 잘 사는 것보다 내 주변에 더 잘 사는 사람이 없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인정하기 껄끄러운데 반박하기도 어려운 문장입니다.


아파트를 다룬 대목도 정직합니다. 주택을 소유한 쪽이 임차한 쪽보다 행복도가 낮게 나온다는 연구, 상승기에 수억을 벌고도 더 오른 값을 보며 후회했다는 지인의 이야기, 그리고 원하는 것의 진짜 가치는 그것을 손에 넣기 전까지만 유효하다는 관찰. 저자는 이 구조를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붉은 여왕에 빗댑니다. 풍경이 함께 움직이는 나라에서는 제자리에 있으려고만 해도 죽을힘을 다해 달려야 하니까요.


꼬꼬면과 허니버터칩, 포켓몬빵으로 이어진 품절 대란을 두고 저자가 내리는 진단은 간결합니다. 생산량이 늘지 않았는데도 유행이 지나면 품귀가 사라지는 건, 그 열풍이 맛이 아니라 남들이 하니까라는 동조 심리에서 나왔다는 증거라는 것. 그래서 제 행복이 아파트 평수보다 좁아진 이유는 마음속에 나는 없고 남들만 가득 차 있기 때문이라고 이 장은 스스로를 정리합니다.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나느냐는 흔한 농담을 뜯어보는 대목도 인상적이었어요. 그 말 안에는 정작 자기가 얼마나 만족했는지가 빠져 있다는 지적입니다.


읽으면서 걸린 부분도 적어 둡니다. 사례가 아주 많습니다. 8장만 해도 열 페이지 남짓에 부탄과 이스털린, 아파트, 유행 소비, 라듐, 품절 대란, 동조 실험, 동네 축구가 몰려 있어요. 읽는 재미는 확실한데 뒤로 갈수록 결론은 같고 예시만 바뀌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7장에서 한국의 산업 발달과 기후 조건을 길게 설명하는 대목도 그 자체로는 흥미롭지만 부러움이라는 주제에서 잠시 멀어집니다. 마지막 장에서 부러움이 고통이 아님을 자각하는 것만으로 해방될 수 있다고 쓴 대목에서도 잠깐 멈칫했습니다. 구조를 안다고 감정이 곧바로 물러나 주지는 않으니까요. 다만 그 뒤에 부러움과 친구가 되는 기술을 따로 배치해 둔 걸 보면, 저자도 자각 하나로 끝난다고 여기지는 않는 듯합니다. 문장이 조금 단호했을 뿐이겠지요.


7장의 착지점이 이 책의 태도를 잘 보여줍니다. 롤모델은 참고서일 뿐 정답지가 아니며, 그 삶 전체가 행복으로 가득할 거라 믿는 순간 우리가 이미 가진 것과 그들이 가진 그늘을 함께 지우게 된다는 것. 그러니 "우리는 부러움을 목적지나 종착지가 아니라 삶의 경로에 존재하는 하나의 이정표쯤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씁니다. 8장의 마지막도 같은 자리에 도착합니다. 아이들의 동네 축구에서는 공이 사라진 자리에 아이들만 모여 있곤 하는데 프로 선수는 공을 쫓지 않고 공이 갈 곳을 먼저 차지한다는 비유. 남들의 부러움이 몰려 있는 그곳에 정작 제가 원하는 것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부러움은 내면의 나침반이 고장 났을 때 울리는 경고음이라는 정의가 뒤따르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 말고 스스로 원하는 것을 물어보라는 권유로 닫힙니다.


판형은 부담 없는 크기이고 분량도 과하지 않습니다. 소제목이 잘게 나뉘어 있어 흐름이 끊겨도 다시 붙잡기 쉬웠고, 개념보다 사례가 먼저 오는 순서라 속도가 처지지 않았어요. 오델로와 시지프스, 붉은 여왕과 마릴린 먼로가 한 권에 섞여 있는데도 산만하지 않은 건 부러움이라는 축이 끝까지 흔들리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승진자 명단이 붙는 계절을 몇 번 지나 본 사람이라면, 축하한다는 말과 속마음 사이의 미세한 간격을 압니다. 그 간격을 인성의 문제로 여기며 혼자 부끄러워했다면 이 책이 꽤 정확한 대답을 줍니다. 아이 성적표 앞에서 남의 집 아이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부모에게도, 피드를 넘기다 이유 없이 기운이 빠지는 날이 잦아진 사람에게도 마찬가지고요.


입추도 넘겼는데 한낮의 열기는 아직 그대로입니다. 매미 소리가 조금씩 성글어지는 이맘때, 정상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바위를 밀어 올려 온 지난 계절을 한 번쯤 되짚어 보기에 알맞은 한 권이었습니다. 서늘한 바람이 들기 전에 마음 한쪽을 정리해 두고 싶은 분들께 권합니다.


부러움은 없앨 수 없지만, 그 정체를 알고 나면 끌려다니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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