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푸드 - 인스턴트에 중독된 내 아이, 어떻게 살릴까?
배경미 지음 / 밥북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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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표지가 먼저 말을 겁니다. 짙은 갈색과 검붉은 바탕 위로 흰 삼각형이 솟아 있고, 위에서 내려온 손가락 하나가 그 꼭대기를 정확히 겨누고 있어요. 감자튀김 봉지처럼 보이다가 어느 순간에는 도로 위 경고 표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사랑하는 아이에게 쓰레기를 먹이시겠습니까?"라는 표지 문구까지 얹혀 있으니, 책을 펼치기 전부터 마음이 조금 불편해졌습니다. 북유럽 카페 서평단으로 이 한 권을 받아 들었을 때 든 생각은, 아무래도 편하게 읽히지는 않겠구나 하는 쪽이었습니다.


실제로 앞부분은 그랬습니다. 저자 배경미 님은 초등학교 보건교사로 십육 년을 일했고, 이후에도 현장에서 건강 관리를 해온 분입니다. 그 이력이 도입부에 그대로 나옵니다. 환절기 보건실이 열감기와 독감으로 북새통을 이루는데, 같은 교실에서 같은 바이러스에 노출된 아이들의 결과가 갈립니다. 어떤 아이는 콧물만 훌쩍이고 지나가고, 어떤 아이는 고열로 입원까지 합니다. 저자는 그 차이를 국가 방역이 아닌 개인 방역, 곧 면역력의 문제로 봅니다.


이 대목에서 인용된 숫자들은 담담하게 읽기가 어려웠습니다. 국내 삼십 세 미만의 2형 당뇨 유병률이 십삼 년 만에 네 배 가까이 늘었고, 증가 폭은 중고등학생 나이대에서 가장 가팔랐다는 연구가 소개됩니다. 성인병이라 부르던 병이 이제 청소년의 병이 되어간다는 이야기지요. 면역 시스템을 정예 군대에 비유한 설명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편의점 컵라면과 삼각김밥은 배를 부르게 하지만 병사를 훈련시키고 항체라는 무기를 만들 재료는 주지 못한다는 것이고, 영양학에서 이런 음식을 빈 칼로리라 부른다는 설명이 뒤따릅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역사상 가장 풍족하게 먹는 세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세포 수준에서는 가장 굶주리고 있는 세대입니다."


풍족과 굶주림을 한 문장에 나란히 놓은 이 표현 앞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우리 세대가 자랄 때보다 훨씬 잘 먹이고 있다고 여겼는데, 그 판단의 기준 자체가 흔들리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이 책이 경고로만 채워진 안내서였다면 아마 끝까지 읽기 힘들었을 겁니다. 중반으로 넘어가면 저자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낮아집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현관문을 열자마자 배고프다고 외치며 냉장고를 여는 장면을 두고, 저자는 그 말에 여러 뜻이 섞여 있다고 봅니다. 오늘 너무 힘들었어, 잠깐 쉬고 싶어, 뭔가로 위로받고 싶어 같은 말들이요. 감정을 언어로 정리할 힘이 아직 자라지 않은 아이는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설명입니다. 반대로 마음이 지치면 아예 먹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고 짚는데, 과식과 거식을 같은 뿌리에서 읽어내는 시선이 좋았습니다.


부모가 서운해지는 순간을 다루는 방식도 인상 깊었습니다. 저녁상에서는 몇 술 뜨다 말던 아이가 밤늦게 방에서 과자를 먹고 있는 걸 발견했을 때의 그 감정 말입니다. 저자는 아이 입장에서 혼자 먹는 음식이 어떤 의미인지 설명합니다. 식탁에서는 질문을 받아야 하고, 반찬을 골라 먹는 눈치를 봐야 하고, 하루를 설명해야 합니다. 혼자 먹을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고 누구의 표정도 살피지 않아도 되지요. 잠깐이나마 자기만의 시간이 되는 겁니다. 아이가 밥을 피한 게 아니라 그 자리에 딸려 오는 것들을 피했을 수 있다는 해석은, 읽는 쪽에서 한동안 생각하게 만듭니다.


책에서 가장 솔직한 대목은 저자가 자기 이야기를 꺼내는 자리였습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식습관을 비교적 차분히 볼 수 있었지만, 정작 자기 아이가 현관문을 열자마자 냉동실 앞에 서 있으면 "보건교사보다 엄마가 먼저 흔들렸습니다"라고 적어둡니다. 지금 이걸 주면 저녁을 망칠 텐데, 그래도 오늘 하루가 고단했을 텐데, 지금 필요한 게 밥일까 위로일까. 이 세 줄이 나란히 놓인 걸 보면서, 전문가 이력을 앞세운 책이 아니라 같은 자리에서 헤맨 사람의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을 먹었는가만큼 어떤 상태에서 먹고 있는가를 살피자는 제안도 이 흔들림 위에서 나오니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다만 조금 갸웃했던 곳도 있습니다. 저자는 세대 차이를 설명하면서 부모 세대는 음식에서 정성과 건강과 돌봄을 먼저 떠올리고, 아이들 세대는 편의성과 즉각성을 먼저 경험한다고 정리합니다. 구도는 명쾌한데 지금 사십 대, 오십 대가 자란 시절을 떠올려보면 꼭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학교 앞 불량식품과 라면은 그때도 일상이었으니까요. 부모 세대의 식탁을 조금 곱게 그린 면이 있고, 그만큼 아이들 쪽이 더 나쁜 조건에 놓인 것처럼 읽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초가공식품의 밀도와 배달 앱의 접근성은 비교가 안 될 만큼 달라졌으니 저자의 진단 자체를 뒤집을 이야기는 아닙니다.


후반부의 실천 파트는 결이 또 다릅니다. 저자는 오늘부터 배달 음식과 라면과 탄산음료를 전부 금지하겠다는 선언을 혁명이라 부르며, 준비 없는 혁명은 사흘 만에 끝난다고 말합니다. 부모는 좌절하고 아이는 더 숨어서 먹게 되니 관계만 상하는 셈이지요. 이걸 완벽주의의 함정이라 이름 붙인 뒤, 그 대안으로 도로 공사 비유를 꺼냅니다. 아이 머릿속에는 이미 십 년 넘게 다져진 넓은 길이 나 있는데 거기에 바리케이드를 치면 사고만 난다는 겁니다. 옆에 새 길을 놓자는 쪽이고요.


그래서 제안되는 목표들이 하나같이 작습니다. 탄산음료를 끊으라는 대신 물을 하루 1.5리터 마셔보라는 식입니다. 물배가 차면 탄산음료를 덜 찾게 된다는 논리인데, 빼는 대신 더하는 방향이라 아이도 덜 반발하겠구나 싶었어요. 라면 국물 남기기, 치킨 먹기 전 채소 한 입, 빵 먹기 전 삶은 계란 하나. 이 정도라면 맞벌이 가정에서도 해볼 만합니다. 중기 목표 중에는 이 주 동안 미각 리셋을 해본 뒤 십오 일째 되는 날 탕후루를 먹어보고 맛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기록해보라는 항목이 있는데, 금지 대신 아이 스스로 감각의 변화를 확인하게 만드는 설계라 이 책의 태도를 가장 잘 보여준다고 느꼈습니다.


일 년 뒤의 모습을 그려둔 장기 목표도 과하지 않습니다. 혼자 편의점에 가도 성분표를 읽고 그중 나은 것을 고를 수 있는 정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음식 말고 다른 것을 먼저 떠올리는 정도, 컵라면 대신 십 분이면 되는 자기 레시피 한두 가지를 아는 정도입니다. 마지막 문장에서 저자는 부모의 자리를 감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으로 정합니다. 이 표현 하나로 책 전체의 인상이 정리되더군요.


책이 272쪽이고 판형도 부담스럽지 않아 며칠이면 넘길 수 있습니다. 다만 앞부분과 뒷부분의 온도 차가 꽤 커서, 경고에 놀란 마음이 실천 파트에서 천천히 가라앉는 구조로 읽히더라고요. 장 사이사이에 놓인 속표지마다 주황빛 미소 곡선이 하나씩 그려져 있는데, 검붉은 표지에서 출발한 도서가 어디로 가려는지를 그 작은 곡선들이 미리 알려주고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서평단으로 여러 권을 만나다 보면 읽고 나서 무언가를 바꾸게 되는 책은 생각보다 드뭅니다. 이번 한 권은 거창한 결심 대신 아주 사소한 질문 하나를 남겼습니다. 아이가 무언가를 집어 들 때 그게 배가 고파서인지 하루가 고단해서인지 한 번쯤 헤아려보는 일, 그것부터가 시작이라는 이야기니까요. 자녀의 편식이나 야식 습관 때문에 저녁마다 같은 실랑이를 반복해온 집이라면 특히 도움이 될 겁니다. 아이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이 읽어도 편의점으로 때우던 자기 끼니를 다시 보게 되는 대목이 여럿 있고요.


여름방학이 끝나가는 무렵입니다. 아이들의 하루가 늦게 시작하고 늦게 끝나면서 끼니 시간도 자연스레 흐트러지는 시기지요. 개학과 함께 다시 규칙적인 일상이 돌아오기 전에, 냉장고 문을 한 번 열어보고 식탁 위에 무엇을 올려둘지 정도만 정해봐도 좋겠습니다. 거창한 계획보다 그 편이 오래갈 것 같습니다.


아이의 식습관을 고치라고 다그치는 책이 아니라, 아이가 왜 그것을 집어 드는지부터 함께 들여다보자고 손을 내미는 안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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