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입니다만, 주식으로 더 법니다 - 월급쟁이 투자자 3인의 계좌 성장 보고서
서정 외 지음, 권오태 외 엮음 / 경이로움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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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퇴사는 왜 안 해요. 이 물음을 그대로 제목으로 단 장이 <직장인입니다만, 주식으로 더 법니다>의 1부 안쪽에 놓여 있습니다. 붙어 있는 부제가 이래요. 분명 취업이 꿈이었는데, 입사하면 퇴사가 꿈. 두 줄짜리 문장인데 회사 밥 좀 먹어본 사람이라면 여기서부터 페이지가 술술 넘어갑니다.


경이로움에서 펴낸 이 책은 세 명의 직장인 투자자가 남긴 일 년치 기록입니다. 30대 초반 영업직 서정, 40대 후반 글로벌 기업에 다니는 제시모어, 40대 초반 대기업의 쓰리쿼터. 2025년 1월부터 12월까지 달마다의 매매와 판단을 적어두고, 2026년 5월에 다시 만나 나눈 인터뷰까지 붙였습니다. 계좌 내역은 실제 데이터라고 밝혀두었고요.


앞서 말한 그 장에서 세 사람은 같은 질문에 각자 답합니다. 서정은 조건을 셉니다. 최근 몇 년 잘했다고 평생 잘하리라는 보장이 없고, 잘나가던 고수들이 환경이 바뀌자 무너지는 걸 여럿 봤다고 해요. 자산과 시간과 준비, 이 셋이 갖춰지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겠다는 계산입니다. 회사에서 얻는 게 아직 많다는 이야기도 담담하게 적어두었는데, 경험과 명함과 사람들과 맺는 관계를 나란히 꼽더군요. 그러니 지금은 단순하다, 월급으로 한 푼이라도 더 벌자. 이 정도로 정리하고 넘어갑니다.


제시모어의 답은 결이 좀 다릅니다. 일 년 단위로 보면 몇 달쯤 그르쳐도 전체 성적은 나쁘지 않은데, 아직 실력과 자본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어요. 휴가를 내고 전념하면 매매가 잘 되는 경험도 있지만 시장에 붙어 있는 시간과 수익이 비례한다는 보장은 없다며 선을 긋습니다. "투자는 무엇보다 마음이 편해야 잘 되는 법이다"라는 한 줄이 그의 논리를 압축합니다.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고정 수입이 조급함을 걷어내 주고, 그 여유가 결국 계좌를 지킨다는 것. 퇴사를 정든 울타리를 나서는 일로 표현한 대목에서는 같은 연배로서 마음이 조금 놓였습니다.


쓰리쿼터에 이르면 이야기가 사뭇 무거워집니다. 명절에 큰아버지가 요즘 뭐 하냐고 물으면 회사 잘 다닌다는 대답으로 충분하다는 장면에서 시작해요. 전업 투자자라고 답했을 때 따라올 침묵, 아이 학부모 모임에서 아내가 받을 질문까지 그려봅니다. 한 달에 몇천만 원을 벌어도 명함이 필요하다는 고백이 이어지는데, 돈 이야기라기보다 자리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그러고는 시선을 더 멀리 던져요. 합계출산율 0.72명, 지방 소도시의 인구 소멸, 폐교와 미분양을 늘어놓은 뒤 주식 차트를 보다가 인구 차트를 본다고 적습니다. 지금 매매하는 기업들이 20년 후에도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겠느냐는 의심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이 이 책의 제목을 떠받칩니다. "나는 불안 속에 상수가 필요하다. 변수만으로 그 모든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


세 답이 한자리에 놓이니 나이대별로 불안의 모양이 다르다는 게 보입니다. 서정은 서른아홉이 되는 해 12월까지 퇴사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적었고, 쓰리쿼터는 마흔 이후 남은 사십 년을 걱정합니다. 같은 회사원인데 시계추가 다른 방향으로 흔들리는 셈이지요.


'자존감을 매수했습니다'라는 장은 이 책에서 숫자가 가장 적게 나오는 곳입니다. 서정이 어느 날 복기를 마치고 누웠다가 문득 계좌 개설 이후 전체 실현손익을 처음으로 눌러봤다는 대목이 있어요. 숫자 앞에 처음으로 플러스가 붙어 있었고, 그제야 6년 동안 단 한 해도 빠짐없이 손실을 봤다는 사실을 제대로 마주했다고 씁니다. 어쩌면 진작 알고 있었지만 외면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문장이 뒤따르고요. 성장이라는 게 그때그때는 보이지 않다가 성공과 실패가 쌓인 뒤에야 계단처럼 드러났다는 비유가 오래 남습니다. "매매는 느려졌지만, 수익은 오히려 더 빠르게 쌓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그가 혼잣말처럼 적어둔 문장은 이렇습니다. 이대로 계속 나아가면 된다, 나 지금 제대로 하고 있구나.


같은 장에서 눈물이 났을 때 명품이나 외제 차가 떠오를 줄 알았는데 부모님께 밥 한 끼 대접하고 편안한 여행을 보내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였다는 문단도 좋았습니다. 돈을 버는 이유를 이렇게 소박하게 적어둔 투자서는 흔치 않지요.


제시모어의 장면은 평범한 수요일 엘리베이터 안입니다. 아침에 매매를 걸어두고 회의에 들어갔다가, 커피 사러 내려가는 길에 잔액을 확인하니 주식만으로 월급의 배가 넘는 수익이 나 있었다는 이야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보고서를 쓰고 동료들과 점심을 먹었지만 올라가는 입꼬리는 어쩌지 못했다고 적어둔 문장에서 웃음이 났습니다. 그가 벅찼던 건 액수보다도, 통제할 수 없는 커다란 파도 속에서 손으로 직접 바꿀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냈다는 감각이었다고 해요. 회사에서 쏟는 노력에는 월급이라는 천장이 있는데 공부해서 만든 수익에는 그 천장이 없더라는 것.


쓰리쿼터의 장면은 코엑스 전시 부스 뒤편입니다. 닷새짜리 행사 나흘째 저녁, 철거 분담을 두고 협력사와 언성이 높아지는 와중에 손목시계가 울립니다. 며칠 전 분할 매수해 둔 종목에 변동성 완화 장치가 걸린 것. 사람들이 계약서를 들먹이며 싸우는 동안 그는 반걸음 물러나 휴대전화를 붙들고 있다가 전량 매도합니다. 그러고는 앞으로 나서서 오늘 정리는 자기가 다 하겠다고 말해요. 팀장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야 네가 왜, 하고 되묻는 장면이 그대로 실려 있습니다. 여유는 지갑에서 나온다는 말이 맞았다고 그는 적습니다. 회사 일을 하면서도 사실은 다른 세상에 살고 있었다는 말로 그 장은 닫히고요.


다만 그 뒤가 조금 걸렸습니다. 이날 이후 그는 야근이든 출장이든 주말 근무든 먼저 손을 든다고 해요. 눈치 보지 않고 매매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고, 그렇게 회사에서는 성실한 직원으로 자리 잡았다고 씁니다. 솔직한 기록이라 오히려 믿음이 가면서도, 성실함의 동력이 회사 밖에 있다는 그림은 마음이 개운하지만은 않더군요. 근무 시간 중 매매를 다루는 대목도 마찬가지고요. 저자를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이 방식이 누구에게나 옮겨 심어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쓰리쿼터가 직장인일수록 단기 매매를 해야 한다고 믿는다는 대목 역시 조심스럽게 받아들이는 편이 좋겠습니다. 장 시간과 근무 시간이 통째로 겹치는 자리라면 애초에 성립하기 어려운 이야기니까요.


책이 미더운 건 잘된 달만 골라내지 않아서입니다. 2025년 11월 노트의 제목부터 꼬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예요. 지수가 하루 2~3퍼센트 급등했다가 다음 날 그만큼 내리꽂는 장세를 조울증이라 부르고, 증권사에 스님이 앉아 계셨다더라, 여든 넘은 어르신들이 계좌를 만들러 오신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인간지표라며 옮겨둡니다. 그러면서 정작 그 지표가 맞는지는 판단을 미뤄요. 손실의 원인 두 가지를 이번 달 손실의 1등 공신, 아니 1등 사신이라고 적은 대목에서는 실없이 웃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그 손실의 달 안에 상한가를 잡은 날이 함께 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잘한 날과 못한 달을 같은 장에 나란히 두는 편집이 이 책의 성격을 말해줍니다. 손절하지 않고 버텼다면 더 벌 수 있었던 사례가 많아 흔들릴 뻔했지만 원칙을 지킨 자신을 대견스러워하며 넘겼다는 마무리도 그렇고요. 이기는 법을 자랑하는 대신 지지 않는 법을 보여주겠다는 말이 빈말은 아니었습니다.


표지를 다시 보게 됩니다. 침대에 누운 사람 머리 위로 붉은 캔들이 피어오르고, 옆에는 노트북과 서류가 놓인 책상, 바닥에는 아직 치우지 못한 서류가방. 잠자리까지 따라오는 계좌 생각을 이렇게 담백한 선으로 그려두다니, 다 읽고 나니 이 그림이 책의 요약이었구나 싶습니다. 판형도 두께도 부담 없고 월별 노트와 문답이 짧게 끊겨 있어서, 손에 잡히는 대로 몇 꼭지씩 읽어도 흐름이 끊기지 않습니다.


북유럽 카페를 통해 서평단으로 만난 도서인데, 그동안 받아본 책들 가운데 자기 실패를 이만큼 남겨둔 기록은 드물었습니다. 이래학 님도 추천사에서 오래 살아남는 쪽은 화려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단단한 태도를 지닌 사람이라고 적었더군요. 종목을 얻으러 펼치면 실망할 수도 있는 책입니다. 대신 지금 손실 구간을 지나며 혼자만 뒤처진 것 같은 기분에 시달리는 분이라면, 옆자리 동료가 건네는 것 같은 목소리를 여기서 만날 겁니다. 오래 성실하게 살았는데 통장이 그 성실을 증명해 주지 않는다는 허탈함을 아는 분이라면 더 그렇겠고요.


8월도 어느새 초순을 넘겼습니다. 더위가 한풀 꺾이려면 아직 멀었고, 시장도 늘 어느 쪽으로든 흔들리지요. 그 속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며 조용히 계좌를 키워온 사람들의 기록은 무언가를 크게 바꾸라고 재촉하지 않아서 편안했습니다. 월급이 상수라는 말이 이렇게 든든하게 들린 적이 없었습니다.


대박 신화 대신 손실까지 남겨둔 일 년치 기록, 월급을 상수로 삼고 버티는 사람들의 정직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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