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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도 자도 피곤한 당신을 위한 수면 처방 - 오늘 밤부터 달라지는 잠의 과학
이준용 지음 / 미래의창 / 2026년 8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표지를 먼저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위쪽은 거의 비워 두고 붓으로 눌러쓴 듯한 제목만 크게 얹었는데, 아래로 내려갈수록 푸른빛과 연둣빛이 안개처럼 번지고 그 위에 달이 초승에서 조금씩 차오르는 모양으로 작게 늘어서 있어요. 밤을 검게 칠하지 않고 새벽 직전의 옅은 빛으로 그렸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잠을 다루는 책이면서 겁을 주지 않겠다는 태도가 표지에서 먼저 읽혔거든요.
북유럽 카페 서평단으로 받은 <자도 자도 피곤한 당신을 위한 수면 처방>은 손에 쥐어보면 제법 묵직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준용 원장이 쓴 안내서인데, 페이지 수도 그렇지만 다루는 범위가 넓어서 하룻밤에 훑을 책은 아니더군요. 며칠에 걸쳐 나눠 읽었습니다.

가장 먼저 붙들린 곳은 야근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이었어요. 밤 열한 시에 집에 들어와 씻고 바로 누웠는데 새벽 한 시가 되어서야 겨우 잠든다는 사람의 하소연으로 장이 열립니다. 저자는 여기에 자동차 비유를 붙입니다. 동네 마트에 다녀온 차는 시동을 끄면 엔진이 금방 식지만, 고속도로를 한참 달린 차는 시동을 꺼도 한동안 열이 남는다는 것이죠. 하루 종일 에너지를 쏟은 몸도 마찬가지여서 코르티솔 수치와 교감신경이 여전히 켜져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못 박아요. "야근 후 귀가해서 2~3시간 동안 잠이 오지 않는 것은 우리 몸의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벨기에 연구팀 실험도 곁들여지는데, 세 시간만 재워 극심한 졸음 상태로 만든 사람들을 카메라 앞에 세웠더니 잠드는 데 평소보다 사 분이 더 걸렸다고 합니다. 피로가 한계까지 쌓여도 각성이 내려가지 않으면 잠은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설명이 반가웠던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잠들지 못한 밤을 자기 관리의 실패로 셈하는 습관이 우리에게 꽤 깊게 배어 있어서요. 저자는 그 셈법 자체를 바꾸자고 제안합니다.

올빼미를 다룬 장에서는 그 제안이 더 선명해집니다. 야근할 때 집중이 가장 잘 되고 학창 시절 일교시는 늘 비몽사몽이었던 삼십 대 직장인이 미라클 모닝을 시작했다가 무너지는 과정이 나오는데, 일어나는 시각만 당겨졌을 뿐 잠드는 시각은 그대로여서 수면 시간이 네다섯 시간으로 줄었다고 해요. 결국 무기력을 안고 진료실 문을 열고는 자기가 의지가 약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저자의 대답이 이 장의 핵심입니다. "이건 게으르거나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에요. 그저 몸의 생체시계가 조금 늦게 맞춰져 있을 뿐입니다."
이어지는 근거들이 흥미롭습니다. 크로노타입은 키나 몸무게처럼 타고나는 다양성이고, 탄자니아 하드자족 연구에서 부족 구성원 전체가 동시에 잠든 시간은 하룻밤에 평균 십팔 분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저마다 잠드는 시각이 달랐기 때문에 별도의 당번 없이도 자연스럽게 불침번이 이루어졌다는 것이죠. 새벽형 인간을 성실함의 척도로 삼아온 우리 사회의 잣대가 여기서 한 번 흔들립니다. 저자 본인도 전형적인 올빼미형이라 국가시험을 준비하던 시절에는 새벽 다섯 시에 잠들어 낮 열두 시에 일어났다고 고백하는데, 그때는 사회의 시간표와 부딪힐 일이 없었기에 가능했다는 단서를 정직하게 붙여둡니다.

다만 이 대목에서 갸웃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해법으로 유연근무제와 재택근무를 최선으로 꼽고, 오전에는 간단한 업무를 두고 집중력이 살아나는 오후로 중요한 일을 옮기라고 권하거든요. 원리는 수긍이 갑니다. 그런데 회의 시각과 업무 순서를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를 생각하면 거리가 꽤 멀게 느껴졌어요. 아침 햇빛을 십 분에서 삼십 분 쬐라는 조언 역시 출근 동선이 지하로 이어지는 사람에게는 만만치 않고요. 저자가 타고난 올빼미의 경우 생체시계를 앞당기는 데 한계가 있다고 미리 인정해둔 만큼, 원인을 알게 되는 것과 상황이 달라지는 것 사이에는 여전히 빈칸이 남습니다. 그 빈칸을 메우는 건 결국 개인이 아니라 근무 제도 쪽 몫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중반, 수면무호흡을 다루는 대목에서는 목소리의 결이 바뀝니다. 앞장들이 자책을 덜어주는 쪽이었다면 여기서는 병원에 가보라고 등을 미는 쪽에 가까워요. 주말에 열 시간씩 자고도 온몸이 무겁다는 사십 대 회사원의 사례가 나오는데, 수면 부족도 우울증도 불안도 아니라는 것이 하나씩 지워진 끝에 검사를 받고 진짜 원인을 찾습니다. 스노클링 비유가 오래 남았습니다. 대롱 끝이 물 밖에 있을 때는 숨을 쉴 수 있지만 아래쪽 물고기를 보려고 잠수하면 대롱이 잠겨 결국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한다는 것. 깊은 잠에 들수록 근육의 힘이 빠져 기도가 막히니, 열 시간을 통째로 자도 뇌가 실제로 회복한 시간은 거의 없는 셈이라고 합니다. 잠드는 것 자체는 누구보다 빠르기 때문에 본인은 문제를 눈치채지 못한다는 설명까지 읽고 나면, 코골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겨온 중년의 밤들이 다르게 보입니다. 참고 버티지 말라는 당부가 이 장의 마지막 문단에 놓여 있는데, 위로만 건네고 끝냈다면 이 책은 훨씬 가벼웠을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에 이르러 표지의 문구가 착지합니다. 우산 없이 길을 걷다 빗방울이 떨어질 때 하늘을 올려다보며 원망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로 장이 열려요. 처마 밑으로 몸을 피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그냥 맞으며 걸어간다는 것이죠. "우리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그건 편안히 누워 몸을 쉬게 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침대에서 일곱 시간을 누워 있고도 다음 날 더 지치는 이유를 공회전에 빗대는데, 앞에서 나온 엔진이 여기서 다시 돌아옵니다. 움직이지 않으면서 연료만 태우는 상태라는 것이죠.
책 끝자락의 비수면 깊은 휴식 가이드는 실제로 따라 해볼 만합니다. 불을 끄고 누워 사 초 들이쉬고 육 초 내쉬는 호흡을 몇 차례 반복한 뒤, 왼발부터 시작해 오른발과 배와 등, 어깨와 팔을 거쳐 얼굴까지 주의를 옮겨가며 힘을 빼는 십 분짜리 실습이에요. 신경과학자 앤드루 휴버먼이 대중화한 원리에 저자의 임상 경험을 더해 구성했다고 밝혀두었고요. 마지막 순서가 얼굴이라는 점이 오래 남았습니다. 미간이 풀리고 다물려 있던 턱이 느슨해지면서 하루 동안 지어왔던 표정이 서서히 풀린다고 적혀 있는데, 표정에도 힘이 들어가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아차리게 되더군요.
물론 여기에도 작은 의문은 남습니다. 잠들지 않아도 괜찮다는 태도가 결국은 잠을 부르기 위한 우회로인 이상, 며칠 해보고도 못 자면 이 실습마저 성과로 재게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다만 저자는 그 어긋남을 먼저 인정하고 플랜 B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기댈 방법이 하나뿐일 때 상황이 더 막막해진다는 설명은 수긍이 갔습니다.
서평단으로 여러 권을 읽어왔지만 이렇게 밑줄이 자주 그어지는 실용서는 드물었습니다. 밤마다 알람을 앞당겨보려 애쓰다 실패한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올빼미 장에서 오래 머무를 테고, 오래 자는데도 아침이 무거운 분에게는 뒤쪽의 자가진단 문항이 병원 문턱을 낮춰줄 겁니다. 잠에 큰 문제가 없더라도 사춘기 자녀의 늦잠을 게으름으로 읽어온 어른들이 읽어두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한여름 밤이 이 책을 읽기에 유난히 알맞은 시기였습니다. 열대야가 이어지는 요즘은 누구나 한 번쯤 잠을 설치니까요. 창을 열어두고 선풍기 소리를 들으며 뒤척이는 밤에, 오늘도 못 잤다고 자신을 몰아세우는 대신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을 떠올려보시면 좋겠습니다. "잠이 와도 좋고, 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지금은 그저 눕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잠들지 못하는 밤을 의지의 실패로 셈해온 사람에게, 몸의 언어로 다시 설명해주는 다정하고 단단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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