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왜 궁금할 과학 - 일상의 호기심이 우주까지 확장되는 엉뚱한 질문들
허경석(허석사) 지음 / 빅피시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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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책장에 과학책을 들일 일이 언제였나 싶었는데, 이번엔 표지가 먼저 눈을 붙잡았습니다. 형광에 가까운 노란 바탕 위로 검은 고양이, 눈을 감고 명상하는 뇌, 망원경과 작은 로켓, 반쯤 기운 달이 팝아트처럼 통통 튀고 있더군요. 과학책이라기보다 어릴 적 들여다보던 그림책에 가까운 얼굴이라, 첫인상부터 딱딱함이 절반쯤 덜어져 있었습니다. <이게 왜 궁금할 과학>은 그렇게 경계심을 미리 풀어놓은 채 제게 왔어요.


북유럽 카페 서평단을 통해 받은 도서인데, 크기도 두께도 부담스럽지 않아서 며칠에 걸쳐 편하게 넘겼습니다. 저자 허경석(허석사) 님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 연구 개발을 지원하는 일을 하면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도 활동하는 분이더라고요. "똥은 왜 갈색일까" "곰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고?" 같은, 알고 보면 누구나 한 번쯤 갸웃했을 질문 마흔 몇 개를 인체와 생명, 지구와 우주, 뇌, 생활, 공학으로 묶어 풀어냈습니다. 물리학자 김범준 교수가 표지에서 "재밌는 질문과 의미 있는 답변이 가득한 과학책"이라 적어둔 걸 보고, 반신반의하며 첫 장을 열었던 것 같아요.


읽으면서 오래 붙들렸던 건 우주나 최신 기술 이야기가 아니라 '시간'을 다룬 대목들이었습니다.


<인간은 왜 100살까지밖에 못 살까?> 챕터에서는 몸집이 클수록 대체로 오래 산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쥐가 2년쯤, 코끼리가 60~70년, 대왕고래가 80~90년을 산다고 합니다. 이유가 흥미로웠습니다. 몸집이 클수록 대사 속도와 심장박동이 느려서 오래 산다는 거예요. 저자는 이걸 자동차 엔진에 빗댑니다. 무리하게 빨리 돌리면 수명이 짧아지지만, 안정적인 속도로 운행하면 더 오래간다고요. 마흔을 훌쩍 넘기고 나니 이 문장이 그냥 과학 상식으로만 읽히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뭐가 그리 급했던가, 조금 천천히 굴러도 괜찮았을 텐데 싶은 마음이 슬며시 들었거든요. 노화 세포를 스스로 제거하는 벌거숭이두더지쥐, 텔로미어를 지켜 이론상 영생이 가능하다는 랍스터 이야기도 눈길을 끌었지만, 정작 마음에 남은 건 저자가 슬쩍 흘린 농담이었어요. 절제된 식단에 규칙적인 운동, 금주와 금연이 노화를 늦춘다고 알려주면서 이렇게 덧붙입니다.


"이 모든 것을 다 지키면서 산다면 인생이 조금 재미없어질 것 같기는 합니다."


과학책에서 이런 솔직한 문장을 만나니 어쩐지 마음이 놓였습니다. 오래 사는 것과 잘 사는 것 사이에서 우리 다 조금씩 흔들리며 지내는구나 싶어서요.


시간을 안쪽에서 들여다본 챕터가 하나 더 있습니다. <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갈까?>인데요. 어릴 땐 하루가 그렇게 길더니 요즘은 한 해가 눈 깜짝할 새 지나가는 이 감각, 저만 느끼는 게 아니었더라고요. 저자는 듀크대 배얀 교수의 연구를 빌려 물리적 시간과 마음의 시간을 나눕니다. 나이가 들면 신경망이 커지고 신호 경로가 길어져 정보 처리가 느려지고, 그래서 마음의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설명이었어요. 인생을 한 권의 책에 빗댄 비유가 특히 와닿았습니다. 어릴 땐 매일이 상세한 문장으로 빼곡히 기록되지만, 어른이 되면 "어제와 비슷함" 같은 짧은 요약문만 남아서 나중에 다시 펼쳤을 때 최근 페이지가 순식간에 넘어간다는 거죠. 그렇다면 방법도 있습니다. 행복한 순간에 의식적으로 집중해 더 많은 장면을 기억에 담아두는 것. 읽고 나서 며칠은 저녁 식탁이든 창밖 하늘이든 조금 더 눈여겨보게 됐습니다.


그렇게 안쪽에서 시간을 들여다보다가, <블랙홀에서의 1초가 지구의 100년이라고?> 챕터에 이르면 시선이 단숨에 우주 바깥으로 끌려 나갑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은 거의 늙지 않았는데 딸은 할머니가 되어 있던 그 장면, 공상처럼 보이지만 실제 물리학이라고 하더군요. 블랙홀에 가까워질수록 시간이 느려지고,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사건의 지평선'에 다다르면 시간이 사실상 멈춘다는 겁니다. 지구가 블랙홀이 되려면 직경 1.9cm로 압축돼야 한다는 대목에선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났어요. 규모가 이렇게까지 아득한데, 2019년엔 전 세계 망원경 여덟 개를 이어 지구만 한 망원경을 만들어 기어이 블랙홀의 흔적을 찍어냈다니. 챕터 끝의 한 문장이 이 책 전체의 마음을 잘 요약해준다고 느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 인류가 더 좋은 안경을 쓰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뒤로 갈수록 책은 우리 손 안의 기술로 눈을 돌립니다. <안구를 적출해도 홍채 인식이 가능할까?> 챕터는 제목부터 능청스러운데, 답은 담백해요. 홍채는 사람마다 다르고 좌우 눈마저 달라서 지문보다 훨씬 정교한데, 눈을 적출하면 동공이 확대되고 모양이 바뀌어 영화 속 그 장면은 현실에선 통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매일 무심코 스마트폰에 눈을 대면서도 그 안에 이런 원리가 숨어 있는 줄은 몰랐던 터라, 익숙한 동작 하나가 새삼 다르게 보이더군요.


가장 여운이 길었던 기술 이야기는 <생각만으로 서로 대화하는 날이 온다고?>였습니다. 뇌와 컴퓨터를 잇는 BCI 기술을 다루는데, 사지 마비 환자가 뇌 신호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이고 외골격 로봇을 입고 걸었다는 성과 앞에서는 뭉클함이 밀려왔어요. 다만 저자는 여기서 낙관으로만 내달리지 않습니다. 뇌 정보가 해킹되면 정신적 자유까지 침해될 수 있다며, 어떤 기술이든 삶을 개선할 가능성과 새로운 위험을 함께 품는다고 담담히 짚거든요. 들뜨지도 겁주지도 않는 이 균형이, 저는 이 책에서 가장 믿음직한 대목이라 느꼈습니다.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질문 하나하나가 짧고 경쾌하게 끝나다 보니 어떤 주제는 더 깊이 파고들고 싶은데 다음 장으로 넘어가버린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건 단점이라기보다 이 책의 성격이겠지요. 애초에 한자리에 진득하게 앉혀두려는 책이 아니라, 궁금할 때마다 꺼내 한두 꼭지씩 집어 먹으라고 만든 안내서에 가까우니까요.


그래서 이 도서는 과학이 어렵고 멀게만 느껴져 늘 첫 장에서 덮어버렸던 분에게 특히 잘 맞을 것 같습니다.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부담 없이 그냥 재밌는 이야기로 읽히거든요. 저처럼 중년에 접어들어 삶의 속도나 남은 시간을 문득 헤아리게 되는 사람에게도, 뜻밖에 위로가 되는 문장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아이와 나란히 앉아 "이건 왜 그럴까" 물어가며 한 꼭지씩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평단으로 만난 여러 책 가운데, 읽고 나서 세상을 보는 눈이 한 뼘쯤 넓어진 기분이 든 건 오랜만이었습니다.


여름이 한창입니다. 매미 소리가 창을 두드리는 이런 계절엔 두꺼운 책보다 이렇게 가볍게 손이 가는 한 권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시원한 차 한 잔 곁에 두고, 궁금한 제목부터 골라 펼쳐보시길 권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과학이 더 좋은 안경이라면, 이 책은 그 안경을 처음 걸쳐보기에 꼭 알맞은 한 권이었습니다.


엉뚱한 질문에서 출발해 삶과 시간을 다시 보게 하는, 부담 없이 곁에 두고 꺼내 읽기 좋은 과학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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