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부자 - 내가 가진 말이 곧 내가 가진 자산이다 ㅣ better me 4
김도연 지음 / 언더라인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말솜씨의 문제라고만 여겨온 것들이, 실은 태도의 문제였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조금씩 인정하게 됐어요.


북유럽 카페 서평단을 통해 <말의 부자>를 받았습니다. 남색 바탕에 제목이 단정하게 놓인 표지를 처음 봤을 때, 요란하게 설득하려 들지 않는 책이겠다 싶었어요. "내가 가진 말이 곧 나의 자산이 된다"는 카피도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조용히 건네는 쪽에 가까웠고요. 그 인상이 책장을 넘기는 내내 크게 어긋나지 않았습니다.


저자 김도연 박사는 25년 넘게 상담 현장에 있어온 임상심리학자예요. 관계에서 반복되는 갈등의 상당수가 말솜씨의 부족이 아니라 말을 언제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배우지 못한 데서 온다고 짚습니다. 이 전제가 저는 참 반가웠어요. 나이가 들수록 '나는 원래 말주변이 없어서'라는 핑계 뒤로 숨기가 쉬운데, 그게 성격 탓이 아니라 익히지 못한 기술의 문제라면 지금부터라도 달라질 여지가 있다는 뜻이니까요.


책은 나를 지키는 말에서 출발해 마음을 여는 말, 관계를 단단하게 하는 말, 삶을 풍요롭게 하는 말까지 네 단계로 이어집니다. 판형도 두께도 부담 없는 편이라 며칠에 걸쳐 수월하게 읽었는데, 넘기는 속도와 달리 마음에 오래 걸리는 대목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첫 단계에서 만난 '말, 매끄럽지 않아도 괜찮아'가 그런 곳이었어요. 저자는 말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오히려 머릿속이 하얘진다고 말합니다. 유창함이라는 겉모습에 초점을 두는 순간, 정작 전하려던 내용은 뒷전으로 밀린다는 거예요. 여기서 후광 효과나 선택적 주의 같은 개념을 끌어와 설명하는데, 말 잘하는 사람에게만 눈길이 쏠려 '저 사람은 저렇게 잘하는데 나는 왜'라며 부족한 점만 파고드는 심리를 콕 집어냅니다. 그러면서 관점을 이렇게 돌려보라고 권해요. '저 사람은 타고났구나'가 아니라 '저 사람은 어떤 노력을 했을까'로 말이죠. 능력이 아니라 노력의 결과라면, 나도 익힐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 대목 끝에 저자는 짧게 적어두었습니다. "완벽한 말하기를 지향하기보다 자신을 조금 느슨하게 두면서 자연스럽게 보여주세요."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던 사람에게 힘을 빼도 된다고 말해주는 문장 같았어요. 말문이 막히는 순간 "지금 제가 좀 긴장했네요, 다시 이야기해 볼게요"라고 솔직히 드러내는 편이 오히려 여유 있어 보인다는 조언도, 읽자마자 마음에 새겨두고 싶었습니다.


중반을 지나 '사과도 적당히, 알맹이를 갖춰서'에 이르렀을 때는 조금 뜨끔했습니다. 저자는 피상적인 사과가 두 번째 상처를 남긴다고 단호하게 말해요. "미안하다, 미안해. 됐지?" 같은 말이 왜 상대의 마음을 더 닫게 만드는지, 상대는 사실 무엇을 미안해하는지, 진심은 있는지, 앞으로 달라질 수 있는지를 궁금해한다는 설명이 뼈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사과를 제대로 못 하는 뿌리에 자존심이 있다는 분석도 그랬어요. 잘못을 인정하는 걸 패배로 여기는 마음이 사과를 자꾸 미루게 만든다는 것이죠.


책이 제시하는 사과의 4단계는 그래서 실용적이면서도 태도에 관한 이야기로 읽혔습니다. 상대가 느꼈을 감정을 먼저 인정하고, 변명 없이 잘못을 구체적으로 짚고, 다시 그러지 않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고, 마지막으로 상대가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재촉 없이 기다리는 것. 특히 마지막 단계가 인상 깊었어요. 사과해놓고 곧바로 용서를 받아내려는 조급함이야말로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된다는 지적은, 사과가 결국 상대를 존중하는 일이라는 걸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저자가 든 부부 사례도 오래 남았고요. 어렵게 화해한 뒤 다른 갈등이 터지자 지난 일을 다시 끄집어내 한순간에 관계가 무너진 이야기인데, "진정한 화해란 과거의 기록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건강한 약속을 실현해 나가는 데 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매듭짓습니다. 화해보다 그 이후의 유지가 더 어렵다는 말에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 만난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는, 이 책에서 제가 가장 아껴 읽은 부분입니다. 저자는 '수고했어'라는 말이 일이 끝났을 때가 아니라 나의 애씀을 누군가 알아봐 줄 때 진심으로 다가온다고 해요. 그래서 막연히 잘했다고 하기보다 "특히 이번 자료는 정말 꼼꼼하더라"처럼 구체적으로 짚어줄 때 상대가 '누군가 내 수고를 정확히 알아주는구나' 하고 느낀다는 것이죠. 여기까지는 타인을 향한 말인데, 책은 방향을 자신에게로 돌립니다. 우리는 남의 수고에는 관대하면서 정작 자신에게는 냉담하다고요. 끊임없이 스스로를 몰아세우던 완벽주의 내담자가 자기 자신에게 "많은 걸 배웠잖아, 수고 많았어"라고 말하기 시작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는 사례가, 남 일 같지 않았습니다.


"마치 가장 소중한 친구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듯, 자신에게 좋은 말을 건네며 친절하게 돌봐주세요." 이 문장을 읽으며 생각했어요. 마흔 후반쯤 되면 남에게 건네는 인사말은 익숙해지는데, 정작 나 자신에게는 그런 따뜻한 말 한 번 건네본 지 오래됐다는 걸요. 하루를 끝내며 스스로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는 일이 자존감 회복과 소진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은, 자기계발서의 조언이라기보다 조용한 위로처럼 읽혔습니다.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43가지 상황을 폭넓게 다루다 보니 몇몇 꼭지는 조금 더 깊이 들어가 주었으면 싶기도 했어요. 다만 이건 이 책의 성격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고, 부록으로 붙은 100일 실천 노트가 그 여백을 스스로 채워보라는 초대처럼 느껴져서 크게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서평단으로 여러 책을 만나다 보면 정보만 남고 마음에는 남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도서는 읽는 동안 제 말 습관을 자꾸 돌아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결이 달랐어요. 화려한 화술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담백한 한마디의 무게를 일러주는 안내서에 가깝습니다. 말주변이 없어 늘 스스로를 탓해온 사람이든, 사과가 어색하게 끝나버려 관계에 앙금이 남곤 하는 사람이든, 어느 대목에선가 자기 이야기처럼 읽히는 문장을 만나게 될 거예요. 무엇보다 남에게는 다정하면서 자신에게만 유독 인색했던 이들에게, 이 책은 방향을 슬며시 돌려 세워줍니다.


한여름의 열기가 한창이지만, 이런 책은 오히려 소란한 계절에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깥이 시끄러울수록 말수를 줄이고 한마디의 무게를 헤아리게 되니까요. 무더위에 지친 저녁, 천천히 넘겨보기 좋은 한 권이었습니다.


말은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매일 다듬어가는 자산이며, 그 다듬음은 남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건네는 따뜻한 한마디에서 시작된다는 것. <말의 부자>가 제게 남긴 문장입니다.


#말의부자 #김도연 #언더라인 #관계심리학 #소통의기술 #말공부 #자기계발서 #서평 #book리뷰 #독서기록 #대화의기술 #사과의기술 #자기위로 #40대독서 #직장인추천도서 #심리학책 #관계의기술 #말그릇 #북유럽카페 #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