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은 절대 속지 않는 돈의 함정 - 돈을 지키고 불리는 9가지 경제학적 아이디어
셰종보 지음, 유주안 옮김 / 더페이지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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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서평단으로 받아 읽기 시작한 책인데, 첫 장을 넘기기도 전에 제목을 두 번 곱씹었습니다. <부자들은 절대 속지 않는 돈의 함정>. 부자가 속지 않는다는 건 결국 나머지 대다수는 늘 속고 있다는 뜻일 텐데, 그 대다수에 제가 들어간다는 걸 부정하기 어려웠거든요.


북유럽 카페를 통해 책을 받았을 때 표지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짙은 초록과 검정을 바탕에 깔고 달러 코인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는데, 부의 상징이라기보다 자꾸만 굴러 떨어지는 동전들처럼 보였어요. "돈의 누수를 차단하라", "열심히 사는데 나는 왜 늘 가난할까?"라는 문구가 비스듬히 얹혀 있었고요. 판형은 보통 크기에 두께도 적당해서, 마음먹고 각 잡고 읽는 책이라기보다 오가며 편하게 넘기기 좋았습니다.


저자 셰종보는 중국의 거시경제 정책 연구원 출신입니다. 이력만 보면 이론이 빼곡한 책일 것 같은데, 실제로는 항공권 값, 할인쿠폰, 금 투자, 보험료처럼 손에 잡히는 사례로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무엇보다 질문의 방향이 다릅니다. 어떻게 아낄 것인가가 아니라, 나는 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절약이 미덕이라 믿고 살아온 사람 입장에서 이 물음은 조금 불편하면서도 정확했습니다.


책의 앞머리에서 저자는 가치가 무엇인지부터 파고듭니다. 금 이야기가 대표적이에요. 화폐 지위를 잃은 금이 왜 여전히 값이 오르는지 묻고는, 청동기와 철기가 세월에 녹슬어 형태조차 알아보기 어려워진 뒤에도 금은 이천 년이 지나 광택을 잃지 않았다는 대목을 들려줍니다. 여기에 태평양 야프섬의 돌 화폐가 겹쳐집니다. 크고 무거워 옮길 수 없으니 돌은 제자리에 두고 소유권만 주고받았다는 섬 사람들의 방식이요. 저자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사람들이 가치가 있다고 믿는 것이 가치를 결정한다는 말이다. 희소성은 가치를 결정하는 전제조건이지만, 희소성이 의미가 있으려면 '합의'가 필요하다."


가치가 나 혼자의 확신이 아니라 세상과의 합의에서 완성된다는 이야기는 돈의 영역을 넘어섭니다. 내가 애지중지해 온 것들이 정말 값진 것인지, 아니면 나만 의미를 얹은 바구니는 아닌지. 저자가 인용한 "바구니를 사고 진주를 내어 준다"는 속담이 이 지점을 찌릅니다. 다만 저는 이 대목에서 살짝 갈렸어요.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끝까지 붙들 만한 가치도 분명 있으니까요. 저자의 논리는 자산을 지키는 관점에서는 옳지만, 삶 전체로 확장하기엔 조금 서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일 오래 붙들려 읽은 건 매몰비용을 다룬 장이었습니다. 저자는 자기 이야기부터 꺼냅니다. 졸업 무렵 다국적 기업과 공직 사이에서 공직을 택했지만, 십 년 뒤 처음의 포부가 시들해진 걸 깨닫고 사표를 냈다고요. 아깝지 않냐는 물음에 그는, 떠나기로 결심한 순간 지난 십 년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매몰비용이 되었다고 답합니다. 뒤이어 나오는 각주구검 이야기가 오래 걸렸어요. 강물에 칼을 빠뜨리고 뱃전에 표시를 해둔 채, 배가 한참을 흘러간 뒤에 그 표식 아래에서 칼을 찾으려 했다는 옛일 말입니다.


마흔 후반이 되면 이런 이야기가 남 일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이미 지나간 것을 붙잡을수록 앞으로 갈 선택이 더 어려워진다는 저자의 말은 투자보다 사람과 관계에 더 들어맞더군요. 불교의 단사리, 끊고 버리고 벗어나는 자세를 매몰비용과 연결하는 대목에서는 이 책이 재테크서의 옷을 입은 삶의 정리법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시간을 다룬 부분에서는 문장 하나에 오래 걸렸습니다. 저자가 어느 책에서 옮겨온 구절인데 이렇습니다. "돈이 있는데 A에 쓸지 B에 쓸지 고민된다면 큰 문제가 아니다. 돈은 여전히 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있는데 A에 쓸지 B에 쓸지 고민된다면 그것은 문제다.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돈은 다시 벌면 되지만 시간은 그렇지 않다는 이 단순한 사실이, 요즘 제가 무엇을 아끼고 무엇을 흘려보내는지 셈해 보게 만들었습니다.


뒤로 갈수록 저자의 시야는 개인에서 세상으로 벌어집니다. 인플레이션 앞에서 흔들리지 않을 기준, 이른바 '부의 닻'을 이야기하는 장이 그렇습니다. 조수가 밀려와도 닻을 내린 배는 위치를 지킨다는 비유가 명쾌했어요. 저자는 지난 이삼십 년 부동산이 가장 강한 닻이었다고 짚으면서도 그것이 정답이라고 못 박지는 않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부동산에 쏠린 관심이 강하지만 중국은 투자 열기가 식어 간다며 나라마다 흐름이 다르다는 점을 담담히 견줍니다. 집 문제로 마음이 복잡한 우리 정서에서는, 무엇을 사라는 조언보다 흔들릴 때 돌아올 기준을 스스로 세우라는 이 태도가 더 믿음직했습니다.


게임 이론을 다룬 후반부는 솔직히 조금 밀도가 떨어진다고 느꼈습니다. 사슴 사냥이니 죄수의 딜레마니 하는 개념이 앞의 흐름과 다소 겉도는 인상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장 끝에 놓인 공자 일화가 그런 불만을 덮었습니다. 노나라에는 타국에서 노예가 된 자국민을 구출하면 보상을 받는 제도가 있었는데, 사람을 구하고도 보상을 마다한 제자를 공자가 꾸짖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보상을 거부하면 다른 이들의 선행까지 위축될 수 있으니, 선의도 이어지려면 그것을 떠받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계산으로 시작한 책이 사람과 선의 이야기로 매듭지어지는 흐름이 뜻밖이었습니다.


아쉬움이 없진 않습니다. 사례 대부분이 중국을 배경으로 해서, 세부로 들어가면 국내 독자에게는 거리가 느껴지는 대목이 종종 있어요. 원리 자체는 국경을 타지 않지만, 우리 시장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조금 헛헛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종목을 찍어 주지도, 부자가 되는 지름길을 약속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돈이 새어 나가는 순간을 알아채는 눈과, 지나간 것에 매이지 않는 마음, 흔들릴 때 돌아올 기준을 건넵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자산을 크게 불리려는 사람보다, 이유도 모른 채 무언가 자꾸 빠져나간다고 느껴 온 사람에게 더 맞습니다. 돈을 처음 배우는 사회 초년생에게도, 살아온 선택을 한 번쯤 정리해 보고 싶은 중년에게도 각자의 방식으로 읽힐 책이에요.


한여름 열기가 오르는 요즘, 냉방이 잘 되는 곳에 앉아 천천히 넘기기 좋았습니다. 통장 잔고를 열어 보기 전에 제 판단부터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이라, 무더위가 한 김 꺾일 즈음 다시 펼쳐 볼 것 같습니다.


한 줄로 남기자면, 돈 버는 법이 아니라 돈을 잃지 않는 눈에 관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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