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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문이 막힐 때 꺼내 쓰는 대화의 기술 - 관계를 바꾸고 기회를 만드는 공감 소통의 원리
장신웨 지음, 하은지 옮김 / 알토북스 / 2026년 7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같은 말을 해도 어떤 날은 대화가 부드럽게 풀리고, 어떤 날은 분명 잘 설명했는데 상대의 표정이 굳습니다. 나이가 들면 이런 일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말 한마디를 고르는 일이 예전보다 조심스러워졌어요. <말문이 막힐 때 꺼내 쓰는 대화의 기술>은 그 미묘한 어긋남이 대체 어디서 오는지를 하나하나 되짚어 보게 하는 책입니다.
저자 장신웨는 바이두, 레노버를 비롯해 300여 개 기업에서 1만 명이 넘는 직장인을 가르쳐 온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너예요. 교육심리학이 바탕에 깔려 있어서 그런지, 화술을 뽐내는 흔한 자기계발서와는 결이 다릅니다. 이 책이 붙잡고 있는 질문은 단순해요. 왜 어떤 사람과는 쉽게 통하고, 어떤 사람과는 늘 어긋날까. 그리고 저자의 대답은 더 단순합니다. 사람은 말을 가장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 주는 사람에게 마음을 연다는 것.

'바른말'을 다루는 대목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요리에 소질 없는 아내가 피곤한 남편을 위해 실패할 확률이 적은 밀키트로 찌개를 끓였는데, 남편이 한 숟갈 맛보고는 고개도 안 든 채 "이런 게 영양가가 있겠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내는 그날 저녁 내내 우울했다고 하죠. 저자는 이렇게 정리해요. "'바른말'은 감정을 공유하는 말이 아니다. 상대에게 불편함을 주지만 문제는 본인이 그것을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몸에 밴 사고방식이라는 설명이 뼈아프게 다가왔습니다. 나쁜 뜻 없이 던진 정확한 지적이 누군가의 저녁을 통째로 가라앉힐 수 있다는 걸, 그동안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이 책이 사람을 함부로 편 가르지 않는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매사 트집 잡고 찬물 끼얹는 사람을 저자는 '배척형'이라 부르는데, 그저 피곤한 유형으로 낙인찍지 않아요. 오히려 이들이 남들 못 보는 각도에서 리스크를 먼저 예견하고, 오랜 '문제 경험'으로 분석에 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지지나 위로가 필요할 땐 굳이 이들과 대화하지 말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함께 붙여요. 사람을 이해하되 무조건 감싸지는 않는 이 균형이 책 전체에 신뢰를 더해줍니다.

가장 실용적으로 다가온 건 사실과 감정, 요구를 구분하라는 부분이었어요. 우리가 정작 하고 싶은 말은 "내 생일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인데, 입에서는 "당신 날 사랑하긴 해?"가 튀어나온다는 거죠. 저자는 이걸 뇌과학으로 풉니다. 편도체에 쌓인 '암묵 기억'을 호랑이에 비유하는데, 호랑이 얘기만 꺼내도 얼굴빛이 달라지듯 비난받고 무시당했던 오래된 상처가 평가나 원망이라는 말에 건드려지면 순식간에 폭발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나온 처방이 사실은 많이, 평가는 적게 말하라는 것이에요. 여기에 이어지는 ABC 표현법은 현실 상황을 사실로 설명하고, 나를 힘들게 하는 감정을 담담히 고백하고, 바꾸고 싶은 바를 분명히 제시하는 순서로 짜여 있습니다. "당신이 날 이해해줬으면 해" 대신 "대화는 다음에 하면 안 될까? 요즘 매일 퇴근이 늦었잖아. 집에 오면 좀 쉬고 싶어"로 바꿔보라는 예시는, 이론이 아니라 오늘 저녁 식탁에서 곧바로 꺼내 쓸 수 있는 말이었어요.

책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는 '역할'로 옮겨갑니다. 중국인 아내와 미국인 남편이 손주 양육을 두고 부딪히는 일화가 있는데, 같은 '할아버지'라는 말도 'grandpa'로 옮겨지는 순간 그 안에 담긴 책임과 거리감이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 저자는 여기서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을 내놓습니다. "언어의 이면에는 감정이 숨겨져 있다. 감정 뒤에는 가치가 숨겨져 있으며 가치의 배후에는 역할인지가 숨겨져 있다." 우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팀장에서 부모로, 손님에서 자녀로 역할을 갈아입으며 산다는 걸 떠올리면, 소통이 어려운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능한 사람도 자녀 앞에서는 그저 걱정이 앞서는 부모일 뿐이라는 대목이 그래서 더 와닿았습니다.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사례 상당수가 중국의 직장과 가정을 배경으로 하다 보니 호칭 문화를 다룬 부분은 우리 정서와 살짝 결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다만 대화의 원리 자체는 국경을 타지 않아서, 읽는 사람이 자기 상황으로 옮겨 읽으면 충분히 통합니다.
판형도 두께도 보통이라 부담 없이 넘길 수 있는 책이에요. 단원마다 직접 채워보는 연습 칸이 있어서, 눈으로만 읽고 덮는 대신 내 대화를 한 번쯤 종이 위에 꺼내보게 만드는 구성도 좋았습니다. 관계가 자꾸 어긋나 스스로를 탓하게 되는 분, 옳은 말을 하는데도 사람들과 멀어지는 것 같아 답답한 분이라면 조용히 기댈 만한 안내서라고 생각해요. 화려한 말솜씨보다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결국 더 멀리 간다는 걸, 이 책은 차분하게 일러줍니다.

북유럽 카페 서평단으로 만난 책인데, 더위에 다들 예민해지기 쉬운 요즘 같은 계절에 먼저 읽어볼 수 있어 다행이었어요. 무더운 오후, 시원한 카페 한구석에 앉아 천천히 넘기다 보면 그동안 무심코 건넸던 말들을 한 번쯤 되돌아보게 됩니다.
옳은 말보다 통하는 말을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상대를 이해하는 태도가 곧 대화의 기술임을 담담히 일러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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