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I 페르소나 마케팅 레볼루션
조수호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6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책을 받아 들고 처음 든 생각은, 표지가 참 정직하다는 것이었어요. 검은 바탕에서 오렌지빛 광선이 퍼져 나가고, 그 한가운데에 여러 조각으로 나뉜 사람의 얼굴이 놓여 있습니다. AI를 다루는 책이라기에 차가운 회로나 데이터 그래프 같은 걸 예상했는데, 정작 시선이 머무는 자리에는 얼굴이 있더군요. 기술 이야기를 하면서도 결국 사람을 보게 만드는 구성이라, 책장을 열기 전부터 저자가 하려는 말이 조금 짐작됐습니다. 표지 아래 적힌 한 줄도 이런 짐작을 거들었어요. "페르소나를 만들고, 고객을 연결하고, 매출을 증명하라."
<AI 페르소나 마케팅 레볼루션>은 조수호 저자가 하움출판사를 통해 펴낸 실무서입니다. 딜로이트 컨설팅과 IBM, 삼성 계열사를 거치며 25년을 마케팅과 컨설팅 현장에서 보낸 분이고, 국내에 HubSpot을 처음 들여온 이력도 있다고 하네요. 책 소개를 읽다 보면 저자가 백여 개 기업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목격했다는 한 문장이 눈에 박힙니다. "실패한 기업은 '개인화 기술'을 샀고, 성공한 기업은 '고객 이해'에 투자했다." 이 한 줄에 책 전체의 문제의식이 다 담겨 있었어요.

저는 이 도서를 북유럽 카페 서평단으로 받아 읽었습니다. 마케팅 실무서라고 하면 보통 트렌드를 요약하고 도구 사용법을 나열하는 책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 책은 결이 조금 달랐어요. 도구 이전에 사람을, 성과 이전에 이해를 먼저 이야기합니다.
가장 먼저 마음이 움직인 대목은 초반의 진단이었습니다. 지난 몇 년 사이 우리가 '고객'이라 불러온 존재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이야기였죠. ChatGPT가 즉시 결제 기능을 붙이고, 검색 엔진들이 사람을 대신해 상품을 비교하고 결제까지 마치는 시대가 됐습니다. 저자는 이걸 두고 진짜 고객이 사라지는 시대라고 표현합니다. 웹사이트를 방문하고 장바구니에 담던 그 행위자가 이제는 알고리즘일 수 있다는 것. 알고리즘에게는 브랜드 충성도가 없고 오직 가격과 스펙, 배송 속도만 남는다고 저자는 담담히 짚어냅니다.

그런데 저자가 여기서 절망으로 마무리하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오히려 AI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진짜 인간 고객'과의 관계가 귀해진다고 말합니다. AI는 가격으로 움직이지만 사람은 감정과 경험, 신뢰와 소속감으로 움직인다고요. 그리고 AI가 끝내 대체할 수 없는 것이 '이 브랜드가 나를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라는 문장에서, 표지 한가운데의 그 얼굴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이 책이 설득력을 갖는 건 주장을 이야기로 풀어내기 때문입니다. 중반부에 등장하는 메디테크의 김소영 차장 이야기가 특히 그랬어요. 마케팅 예산 1억 원을 썼는데 실제 매출로 이어진 리드는 3%에 불과하고, 영업팀에서는 리드 품질이 낮다는 불만이 터져 나옵니다. 책상 위에는 네이버 광고 데이터와 페이스북 캠페인 결과, 이메일 통계가 서로 연결되지 않은 채 쌓여만 있고요. 도구는 다 갖췄는데 정작 고객이 어떤 길을 걸어 구매에 이르는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 조직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장면 앞에서 잠깐 숨을 고르게 될 겁니다.

김 차장이 값비싼 CRM을 도입하고도 6개월을 헤맨 뒤에야 깨닫는 사실이 이 책의 핵심입니다. 그동안 '의료진'이라고 뭉뚱그렸던 고객이 실은 완전히 다른 세 사람이었다는 것. 임상 효과와 환자 안전을 먼저 보는 신중한 의사, ROI와 예산을 따지는 병원 구매 담당자, 시스템 호환성과 보안을 챙기는 IT 관리자. 똑같은 MRI 시스템 하나를 두고 이 세 사람에게 각각 임상 근거로, 비용 절감으로, 기존 장비와의 호환성으로 다르게 말을 건네자 이메일 오픈율과 데모 요청이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이런 강력한 도구도 올바른 전략 없이는 무용지물이 됩니다"라는 저자의 담담한 문장이 오래 남았어요.
책 뒷부분으로 갈수록 저자가 자기 방법론의 허점까지 드러낸다는 점이 도드라집니다. 성공담만 늘어놓았다면 흔한 홍보서에 그쳤을 텐데, 페르소나 전략이 현장에서 부딪히는 벽들을 따로 한 장에 걸쳐 풀어놓거든요. 그중 한 사례가 특히 기억납니다. 어느 금융 SaaS 회사의 마케팅팀이 6주를 들여 완벽한 CFO 페르소나를 만들었는데, 정작 영업팀이 현장에서 만나는 실제 고객은 CFO가 아니라 훨씬 젊은 회계 관리자였다는 것. 지난 6개월치 실제 계약 데이터를 열어보니, 상상 속 고객이 중시하리라 믿었던 '안정성'은 뒷전이고 정작 사람들이 원한 건 '월 정산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달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요구였습니다. 우리가 팔고 싶은 고객과 실제로 돈을 내는 고객은 다를 수 있다는 것, 그 간극을 빨리 발견하고 고쳐야 한다는 저자의 조언은 책 소개에 적힌 그 한 문장과 정확히 포개집니다.
읽는 내내 마음에 걸린 건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잠시 지워도 이 책의 이야기가 성립한다는 점이었어요. 누군가를 안다고 믿었지만 실은 내가 만든 이미지를 알고 있었을 뿐인 경우가, 일에서든 사람 사이에서든 얼마나 많던가요. 저자가 데이터를 앞세우면서도 끝내 하고 싶었던 말은, 상대를 짐작으로 규정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라는 오래된 권고가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분량은 보통 크기에 보통 두께라 며칠이면 무리 없이 넘길 수 있습니다. 문장도 어렵지 않고, HubSpot 화면이나 리드 스코어링 예시처럼 실무에 바로 옮길 수 있는 그림과 표가 곳곳에 놓여 있어요. 다만 CRM이나 개인화 토큰 같은 용어가 이어지는 대목은 마케팅과 거리가 있는 분에게는 조금 낯설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런 부분은 사례 중심으로 훑어도 큰 흐름을 놓치지 않게 쓰여 있습니다.

이 책은 데이터에 파묻혀 있으면서도 정작 고객의 얼굴은 떠올리지 못하는 실무자에게 실질적인 안내가 되어 줍니다. 동시에 마케팅과 무관하더라도 사람을 이해한다는 일이 얼마나 자주 착각으로 미끄러지는지 돌아보고 싶은 이라면, 업종을 떠나 얻어갈 문장이 적지 않을 거예요. 기술이 사람을 대신하는 시대가 아니라 사람을 더 깊이 알아야 하는 시대라는 저자의 관점이,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남습니다.
여름의 한복판입니다.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오래 못 보던 이들과 안부를 주고받고, 멀리 있던 사람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계절이기도 하죠. 그렇게 마주 앉아 보면, 내가 알던 그 사람과 지금 눈앞의 그 사람이 조금 달라져 있음을 문득 깨닫게 될 때가 있습니다. 이 도서를 이 계절에 읽은 것이 묘하게 어울린다고 느낀 이유예요. 무언가를 더 많이 아는 것보다, 눈앞의 한 사람을 제대로 아는 일이 결국 전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화의 답은 더 좋은 기술이 아니라 더 깊은 고객 이해에 있다는 것을, 생생한 실패담과 회복담으로 증명해내는 실무서.
#AI페르소나마케팅레볼루션 #조수호 #하움출판사 #마케팅책추천 #페르소나마케팅 #CRM #허브스팟 #HubSpot #개인화마케팅 #고객이해 #B2B마케팅 #마케팅실무서 #디지털마케팅 #AI마케팅 #리드스코어링 #직장인책추천 #경영서추천 #마케팅도서 #책추천 #독서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