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처음 책을 받아 들었을 때 표지가 참 산뜻하다는 생각부터 들었어요. 청록빛 바탕에 노란 글씨가 시원하게 박혀 있고, 아래쪽엔 챗봇이며 리서치며 캔버스 같은 기능들이 작은 로봇 그림으로 정리돼 있어서, 펼치기 전부터 따라 해 볼 게 많겠다는 기대가 생기더군요. 실제로 책장을 넘겨 보니 그 예감이 어긋나지 않았습니다.
<예제가 가득한 챗GPT with 클로드 길라잡이>는 정보문화사의 생성형 AI 길라잡이 시리즈 신간이에요.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18년째 학생들을 가르치며 AI와 에듀테크를 교실에 접목해 온 이승우 선생님이 쓰셨는데, 오래 가르쳐 온 분이 쓴 책이라 그런지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누군가 옆에서 차근차근 짚어 주는 듯한 안정감이 있습니다.

여러 장 가운데 제 마음에 오래 남은 건 책의 초반, 프롬프트를 다루는 대목이었어요. 흔히 '구체적으로 물어보라'는 조언은 많이 듣지만, 막상 어떻게 구체적으로 해야 하는지는 다들 어물쩍 넘어가잖아요. 이 책은 '매트릭스'라는 단어 하나를 두고 시작합니다. 처음엔 단어만 덜렁 입력했다가, 단어 두 개로 좁히고, 완전한 문장으로 바꾸고, 접속사로 두 요구를 잇고, 마지막엔 조건까지 붙인 여러 문장으로 발전시켜요. 단계가 올라갈 때마다 챗GPT의 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눈으로 확인하게 되니, 질문을 이렇게 쌓아 올리는 거구나 싶어 비로소 감이 잡혔습니다. 책에서는 프롬프트를 두고 "단순한 명령어가 아니고, AI가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고 반응할지를 설계하는 일종의 언어적 인터페이스"라고 정의하는데, 이 한 문장에 책의 태도가 담겨 있다고 봐요.

그 연장선에서 프롬프트 프레임워크를 설명하는 부분도 좋았어요. 역할, 지시, 조건, 제약사항, 출력이라는 다섯 가지로 질문을 설계도처럼 짜는 방법인데, 역할을 '교육 전문가'로 줄 때와 '경험 많은 마케팅 전문가'로 줄 때 답의 결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설명에서, AI를 막연히 쓰던 습관을 한 번 점검하게 됩니다. 배우에게 배역을 맡기는 일에 빗댄 비유가 머리에 잘 들어왔어요.
뒤로 갈수록 책은 그래서 결국 무엇까지 할 수 있는가를 보여 줍니다. 클로드 코워크 실습이 그 정점이었어요. 마침 예제가 어수선하게 쌓인 책 리뷰 PDF 파일들을 정리하는 작업이라, 서평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한층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폴더 하나를 지정하고 카테고리별로 분류해 파일명을 책 제목으로 바꿔 달라고 시키니, 코워크가 스스로 "Python으로 모두 처리할게요"라며 45권을 9개 분류로 정돈하더군요. 작업에 걸린 시간은 두세 분 남짓이었고, 사람이 직접 할 때와 비교하면 수고를 3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는 대목에서는 한참을 들여다봤습니다.
이 책을 믿게 된 결정적인 장면은 따로 있어요. 코워크로 투자 포트폴리오 문서를 워드로 만들었더니 한글이 깨져 보이는 일이 생겼는데, 책은 이걸 숨기지 않고 그대로 보여 줍니다. 그러고는 폰트를 다시 지정해 달라는 후속 요청으로 문제를 바로잡는 과정까지 담았어요. AI가 한 번에 완벽한 결과를 토해 내는 마법이 아니라, 결과를 확인하고 다시 시켜 다듬는 협업이라는 걸 솔직하게 인정하는 태도라 오히려 신뢰가 갔습니다.

마지막 장에서는 챗GPT와 클로드를 하나로 엮어요. 챗GPT로 기획의 골격을 빠르게 잡고, 클로드로 논리와 표현을 정제한 다음, 다시 챗GPT 캔버스로 완성도를 올리는 3단계 흐름입니다. 이 과정에서 책은 사용자를 단순한 질의자가 아니라 두 AI 사이에서 결과를 평가하고 다음 단계를 판단하는 '프로듀서'로 규정합니다. 심층 리서치를 돌렸더니 AI가 곧장 답하지 않고 톤이나 시장 범위를 먼저 되묻는 장면에서는, 좋은 답을 얻으려면 결국 좋은 질문 설계가 먼저라던 책 첫머리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게 됐어요. 시작과 끝이 자연스럽게 맞물리는 구성입니다.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AI 도구는 화면과 기능이 워낙 빠르게 바뀌는 분야라 책 속 캡처와 실제 화면이 머지않아 조금씩 어긋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다만 이 책은 기능 위치를 외우게 하기보다 사고하는 방식을 익히게 하는 쪽이라, 화면이 바뀌어도 본질은 한동안 유효하겠다 싶었습니다.
읽고 나니 이 한 권이 누구에게 가닿을지 그려졌어요. AI를 한 번도 안 써 본 분이라면 가입 화면부터 손잡고 데려가 주고, 챗GPT를 쓰긴 하는데 어쩐지 겉도는 느낌이라 답답하던 분이라면 질문을 설계하는 감각을 새로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업무에서 반복되는 정리나 문서 작업에 시간을 빼앗기던 직장인이라면, 코워크 실습 한 챕터만으로도 충분히 값을 한다고 봅니다.
이 도서는 북유럽 카페 서평단으로 만났어요. 신청할 때만 해도 기능 설명서 한 권쯤이려니 했는데, 막상 읽고 나니 새로운 기술 앞에서 자꾸 작아지던 마음이 조금은 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요즘, 눅눅한 공기 속에서 한 권을 천천히 넘기며 한 가지를 다시 배웠어요. 잘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한 단계씩 물어 가며 익히면 된다는 것을요. 책이 조용히 그걸 일러 주더군요.
기능을 외우게 하는 책이 아니라, AI에게 잘 묻는 법을 몸에 익히게 하는 친절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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