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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의 생각 수업 - 수학적 모델링과 과학적 사고를 둘러싼 30가지 질문
주하오난 지음, 이지수 옮김, 김지혜 감수 / 미디어숲 / 2026년 6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북유럽 카페 서평단으로 받아 든 책은 손에 쥐는 순간부터 묵직했습니다. 두께도 만만치 않고, 표지를 넘기자마자 수식과 그래프가 빼곡해서 학창 시절 수학 교과서를 다시 펼친 듯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책상에 올려 두기만 해도 어쩐지 자세를 고쳐 앉게 만드는 종류의 책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수학과 일찍 헤어진 사람에게도, 반대로 깊이 파고들었던 사람에게도 만만한 책은 아닙니다. 다만 이 책이 다루는 건 수학 공식 그 자체가 아니라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법’입니다. 저자 주하오난은 수학을 숫자를 굴리는 기술이 아니라, 어수선한 현실에서 핵심을 추려 가설을 세우고 모형으로 옮겨 보는 사고의 구조라고 말합니다. 답을 구하는 일보다 문제를 어떻게 세우느냐가 먼저라는 관점이지요.
전체가 서른 번의 대화로 이어진다는 점도 이 책의 결을 잘 보여 줍니다. 일방적으로 지식을 쏟아붓는 대신, 학생이 묻고 선생이 답하는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도 그 사이 어딘가에 끼어 같이 고민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렵긴 해도 차갑지는 않습니다.

제가 오래 들여다본 건 ‘목표‑제약 쌍대성’을 풀어낸 부분이었습니다. 목표를 산의 해발고도에, 제약을 정해진 등산로에 빗대어 설명하는데, 결국 “목표는 제약의 제약이고, 제약은 목표의 목표”라는 문장으로 정리됩니다. 한정된 예산과 시간 안에서 무언가를 골라야 하는 사람이라면 이 비유가 멀게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무엇을 얻으려는지와 무엇이 발목을 잡는지가 사실은 한 몸이라는 이야기니까요. 자원이 넉넉할 때보다 빠듯할 때 오히려 선택이 또렷해진다는 통찰도 함께 따라옵니다. 제약이 없는 최적화는 한쪽으로 쉽게 치우친다는 저자의 지적이, 무한정 가능성이 열려 있을 때 우리가 오히려 길을 잃는 이유를 짚어 주는 듯했습니다.

상관과 인과를 구분하는 대목도 기억에 남습니다. 카페 매출이 오르자 옆 고깃집 매출도 따라 올랐다는 식의 사례를 들며, 두 일이 같이 움직인다고 해서 한쪽이 다른 쪽의 원인이라 단정해선 안 된다고 짚습니다. 통계가 보여 주는 그림을 그대로 믿기보다, 실험으로 검증하고 기술이 발전하면 결론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태도가 인상적이었어요. 숫자가 던지는 인상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일이 얼마나 흔한지를 떠올리면, 이 짧은 경고가 가볍지 않게 다가옵니다. 저자는 모델을 안경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렌즈의 색에 따라 같은 풍경이 다르게 보이듯, 하나의 모형만 붙들지 말고 여러 시각을 갈아 끼우라는 권유입니다. 완벽한 모델은 없으며 상황과 목적, 필요한 정확도에 따라 계속 손봐야 한다는 말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습니다.

마지막 장 ‘감성이 이성을 이끌다’에서는 결이 조금 달라집니다. 학습은 양이 아니라 순도의 문제라며 왕양명의 말을 빌려오고, 감성이 동력원이라면 이성은 그 힘을 전하는 클러치라는 표현으로 마무리에 다가갑니다. 많이 배운 사람이 모델링을 잘하는 게 아니라, 같은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차이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특히 마음에 남았습니다. 칠판을 닦는 일상조차 최적화 문제로 바꿔 푸는 졸업생의 일화는, 사고의 습관이 결국 사람을 바꾼다는 걸 조용히 보여 줍니다. 수학적 모델링을 두고 “사랑은 미를 목격하는 행위”라고 적은 문장에 이르면, 이 책이 결국 사람의 학문에 관한 이야기였다는 걸 알게 됩니다. 차갑게만 보이던 수식 뒤에 따뜻한 손길이 있었던 셈이지요.

읽는 속도는 빠를 수 없고, 어떤 페이지는 두세 번 곱씹어야 길이 보입니다. 그래도 대화의 흐름을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저자가 무엇을 건네려 했는지 충분히 닿습니다. 결정에 쓸 여유가 조금씩 줄어드는 나이에, 답을 빨리 내기보다 문제를 다시 세워 보는 감각을 일깨워 주는 책이었어요. 수학과 사이가 멀어진 분이든, 한때 깊이 빠졌던 분이든, 익숙한 답 대신 질문의 구조를 다시 만져 보고 싶은 사람에게 조용히 권하고 싶습니다.
장마가 한복판으로 들어선 유월, 빗소리를 배경으로 천천히 넘기기에 어울리는 책이었습니다. 공식을 외우게 하는 책이 아니라, 세상을 해석하는 눈을 잠시 빌려주는 한 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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