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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쁜 사춘기는 없다 - 우리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가장 확실한 솔루션
허지원 지음 / 세이코리아 / 2026년 5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북유럽 카페 서평단을 통해 이 책을 받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표지였어요. 개구쟁이 같은 아이가 세상을 거꾸로 뒤집어 바라보는 일러스트가 흰 바탕 위에 놓여 있는데, 사춘기 자녀를 둔 집이라면 한 번쯤 느꼈을 그 막막함이 그림 한 장에 담겨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아이가 도대체 어떤 세상을 보고 있는 걸까 하는 궁금함이요. 회사 일에 치이다 보면 정작 아이 마음은 제대로 들여다볼 겨를이 없는데, 이 책은 그 미안함과 궁금함을 동시에 건드렸어요.
저자 허지원 선생님은 청소년 행동 개입 현장에서 16년간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고, 직접 센터큐를 세워 운영해 온 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책장을 넘기다 보면 막연한 위로보다 단단한 근거가 먼저 다가옵니다. 그러면서도 차갑지 않아요. 지친 부모의 마음을 알아주면서도, 그 마음을 어떻게 방향으로 바꿔낼지를 차분히 일러주는 책이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1장이었어요. 사춘기 아이의 무례함과 짜증을 두고 흔히 쟤가 변했다고 말하지만, 저자는 그것을 아이가 보내는 SOS 신호로 읽어냅니다. 변연계는 이미 어른처럼 발달했는데 그것을 제어할 전전두엽은 아직 한참 공사 중이라는 설명, 그러니까 액셀은 완성됐는데 브레이크는 설치 중인 상태라는 비유가 머릿속에 오래 남았어요. 아이가 일부러 못되게 구는 게 아니라 구조적으로 멈추지 못하는 거라는 말을 읽으니, 그동안 제가 아이를 향해 품었던 서운함이 조금은 누그러졌습니다. 스스로 멈추지 못하는 아이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공감이 아니라 더 단단한 울타리라는 대목에서는 생각이 한참 머물렀어요.

책의 한가운데를 이루는 건 4장의 황금률, 세 가지 기둥이었습니다. 부모에 대한 예의와 규칙, 생활 관리, 자기계발의 누적. 이 순서가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해요. 예의가 무너지면 부모의 말은 그저 소음이 되어버리고, 소음이 된 말로는 어떤 훈육도 작동하지 않는다는 설명이 특히 그랬습니다. 생활 관리도, 자기계발의 누적도, 결국 예의라는 채널이 살아 있을 때만 작동한다는 거죠. 처음엔 너무 엄격한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읽다 보면 이게 권위주의가 아니라 권위의 문제라는 점이 분명해집니다. 따뜻하게 대하되 넘어서는 안 되는 경계 하나는 분명히 세워두는 것, 그게 오히려 아이에게 안전한 울타리가 된다는 논리였어요.

세 기둥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약속과 보상과 페널티가 일관되게 맞물려야 시스템이 비로소 돌아간다고 해요. 약속은 추상적인 다짐이 아니라 확인 가능한 구체적 계약이어야 하고, 페널티는 감정이 아니라 미리 정해둔 조건에 따라 발동해야 한다는 대목에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매일 1퍼센트씩 나아지면 1년 뒤 서른일곱 배가 된다는 작은 습관 이야기, 게임으로 보낸 세 시간 뒤의 공허함과 수학 문제를 푼 세 시간 뒤의 해냈다는 감각을 나란히 놓은 장면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7장에 담긴 실제 사례들은 이 이야기가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줍니다. 욕설과 협박이 정점에 달했던 아이가 몇 주, 몇 달에 걸쳐 조금씩 존댓말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변화라는 게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일관성에서 온다는 걸 알게 돼요. 다만 극단적인 표현을 통제 수단으로 쓰는 아이의 사례에서는 저자도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분명히 당부합니다. 부모의 단독 판단은 금물이라는 그 신중함이 오히려 책에 대한 신뢰를 더해주었어요.
제 마음을 가장 다독여준 건 뜻밖에도 에필로그였습니다. 부모의 인생도 인생이다, 라는 절이었어요. 사춘기 자녀의 모든 행동과 후퇴를 부모 혼자 끌어안아야 한다는 무게가 때로 숨을 막히게 한다는 문장, 그렇지만 부모도 사람이라는 그 한마디가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늘 무언가에 쫓기던 제게 가만히 와닿았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완벽한 부모라는 환상을 내려놓는 것이라는 말, 부모가 먼저 건강해야 아이를 끝까지 이끌 수 있다는 말이 위로처럼 들렸어요. 시스템은 혼자 지탱하는 것이 아니라는 문장도요.

책을 덮으며 가장 오래 남은 건 표지 제목과 곧장 이어지는 한 문장이었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부모가 흔들리지 않는 아이를 만든다는 말. 결국 이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건네는 메시지는 아이를 바꾸라는 게 아니라, 부모가 먼저 자기 자리를 단단히 지키라는 것이었어요. 사춘기 그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아이의 확장을 미처 담아내지 못한 낡은 설계가 충돌을 일으킬 뿐이라는 관점이 책 전체를 관통합니다. 여러 학자들의 추천사가 더해진 것도 이런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더라고요.
여름이 깊어가는 요즘, 한 학기를 보내고 부쩍 자란 아이를 바라보며 마음이 복잡한 부모라면 이 책이 좋은 길동무가 되어줄 것 같아요. 당장 아이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막막한 분이나, 매번 감정으로 부딪치다 지쳐버린 분, 무엇보다 완벽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고 있는 분이라면 더 그럴 거예요.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태도 하나가 결국 아이를 일으켜 세운다는 사실을, 이 책은 데이터와 사례로, 그러나 끝내 따뜻한 목소리로 들려줍니다.
아이를 바꾸려 애쓰기 전에, 흔들리지 않는 부모의 자리부터 다시 세우게 해주는 단단하고 따뜻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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