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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유어 마인드 - 반복되는 루틴에 가려진 내 안의 잠재력과 마주하는 법
마리오 알론소 푸이그 지음, 성소희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6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자기계발서라는 분류에 솔직히 좀 시큰둥했습니다. 의지를 더 짜내라거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라는 책은 이미 충분히 봤으니까요. <리셋 유어 마인드>는 그 기대를 비껴갑니다. 마음을 다잡는 요령을 가르치는 대신, 우리가 현실이라 부르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를 뇌의 작동 원리로 파고드는 책이거든요. 저자 마리오 알론소 푸이그는 하버드에서 외과 펠로우십을 마치고 25년을 수술실에서 보낸 의사입니다. 그래서인지 마음을 다루는 손길이 위로보다 해부에 가까워요. 환자의 몸을 들여다보던 사람이 이번엔 사람의 마음을 같은 태도로 절개해 보여주는 느낌입니다.

책은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가. 저자의 답은 아니라는 쪽이에요. 좌뇌는 실제 세계의 요소를 제거하고 왜곡하고 일반화하는 데 능숙한데, 우리는 그렇게 가공된 상을 진짜라고 믿어버린다는 겁니다. 그는 이걸 안경과 지도라는 비유로 풀어냅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지도 한 장을 들고 살아가고, 비슷한 지도를 가진 사람하고만 쉽게 통한다는 거죠. 같은 회의실에서 같은 말을 듣고도 서로 다른 결론을 들고 나오는 일이 흔한데, 그게 단순한 입장 차이가 아니라 애초에 서로 다른 세계를 보고 있었기 때문일 수 있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게 됐습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가면 '작화'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좌뇌가 정보의 빈틈을 그럴듯한 이야기로 메우는 능력이에요. 저자는 우뇌에 뇌졸중이 온 환자가 자기 팔다리를 남의 것이라 우기는 사례를 의사의 시선으로 끌어옵니다. 이게 특수한 병리가 아니라 누구의 뇌에서나 늘 돌아가는 기본 습성이라는 거예요. 화가 났을 때 스스로 대는 이유와 진짜 이유가 어긋난다는 지적,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감정의 암류가 생각보다 많다는 문장 앞에서는 등이 서늘했습니다. 그가 못 박는 한 줄이 있어요. "무지와 오만의 결합보다 더 나쁜 조합은 없다. 좌뇌는 자신의 한계를 모르며, 이를 인정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좌뇌는 권한을 남용한다."

흥미로웠던 건 이 왜곡이 늘 바깥을 향하지만은 않는다는 대목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누군가를 강하게 미워하거나 까닭 없이 존경하는 마음을 '투사'로 설명해요. 싫어하는 면을 타인에게 비추면 그 사람에게 거부감을 느끼고, 정작 내 안에 있지만 알아채지 못한 좋은 특성을 비추면 그 사람을 존경하게 된다는 겁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유독 거슬리는 사람, 까닭 모르게 따르고 싶은 사람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 감정의 출처가 상대가 아니라 제 안쪽일 수 있다는 말은 한참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었어요.
이 책이 뇌과학 교양서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이 메커니즘을 가장 사적인 영역까지 끌고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내면 아이를 다루는 장에서 저자는 클리블랜드의 한 박물관에서 본 자이언트 세쿼이아의 단면을 이야기합니다. 수백 년 묵은 거목도 처음엔 작은 나무였고, 첫 나이테부터 마지막까지 상처가 관통하고 있더라는 거죠. 우리가 겪은 감정의 상처도 나무 속 균열처럼 오늘까지 이어진다는 비유에는, 자기계발서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무게가 실려 있었습니다.
특히 어린아이는 충분히 사랑받지 못했을 때 책임을 다하지 않은 어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탓한다는 통찰이 깊게 와닿았어요.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어서 사랑받지 못했을까' 하는 질문이 평생 무의식에 남아 같은 자리를 맴돈다는 겁니다. 좌뇌가 미성숙한 시기에 잘못 새겨진 자기 정의가 어른이 되어서도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 기분이 나쁜 게 당연하다'는 식으로 굳어진다는 설명을 읽다 보면, 유난히 스스로에게 엄격한 사람일수록 이 책이 아프게 읽히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분께 저자가 건네는 말이 따뜻해요. 당신의 실수는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과감하게 다른 길을 시도했기 때문이고, 당신이 버림받은 건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 가치를 알아본 사람이 적었을 뿐이라고요.

다행히 저자는 진단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처방의 핵심은 '재해석'이에요. 좌뇌가 충분히 자란 지금이라면 같은 기억을 다르게 읽어낼 수 있다는 거죠. '나는 잘못된 존재가 아니야, 나를 괴롭히던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었을 뿐이니까'로 서사가 뒤집히는 순간을 그는 치유의 출발점으로 봅니다. 익숙한 고통을 안전함으로 착각해 비슷한 상처를 주는 관계로 자꾸 끌려가는 습성을 짚는 장도 인상적이에요. 운이 나쁜 게 아니라 우뇌가 어린 시절의 익숙한 신호를 좇은 결과라는 분석은, 왜 사람이 늘 같은 자리에서 넘어지는지를 드물게 설득력 있게 풀어냅니다.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새겨둘 대목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나쁜 짓을 했다'고 말하는 것과 '너는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구분이에요. 규범은 가르치되 행동과 존재 방식은 엄격히 분리해야 한다는 원칙인데, 양육뿐 아니라 직장에서 누군가를 평가하고 피드백하는 자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책장을 넘기며 가장 자주 곱씹은 문장도 비슷한 결이었어요. 자기가 받은 대우에 따라 남을 대하는 사람은 많지만, 자신이 대우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구절입니다.
책의 끝자락에는 직접 따라 해볼 수 있는 명상록이 부록으로 붙어 있습니다. 호흡과 몸의 감각으로 좌뇌의 해석을 잠시 내려놓는 안내인데, 이론으로만 끝내지 않으려는 저자의 배려가 읽혔어요. 거기 놓인 한 문장이 결국 이 제목의 정확한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억의 내용은 그대로 남아 있어도, 그 일에 대한 평가와 해석이 달라지면 더는 우리를 옭아매지 못한다는 것. 리셋이란 과거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 과거를 다시 읽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아쉬움도 있어요. 부록으로 갈수록 창조적 무의식이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와 연결된다는 식의 표현이 잦아지면서, 앞부분의 단단한 과학적 어조에 익숙해진 독자에게는 다소 들뜨고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명상이라는 형식의 특성으로 이해하면 크게 거슬리진 않지만, 두 어조의 낙차가 있다는 점은 미리 일러두고 싶어요.
판형이 손에 쏙 들어오는 핸드북 크기라, 가방 어디에 넣어도 부담이 없고 짧은 짬에 한 챕터씩 넘기기 좋습니다. 단숨에 읽기보다 천천히 곱씹는 책이라 이 작은 크기가 오히려 잘 맞아요.
이 책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흔한 말을, 뇌라는 구체적인 기관의 작동 원리로 끝까지 밀어붙입니다. 그래서 막연한 다짐 대신 내 마음이 왜 이렇게 움직이는지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 오래된 자기 비난의 습관에서 조금 비켜서고 싶은 사람에게 닿을 책이에요. 위로받기 위해서라기보다 자기 자신을 다르게 읽어내기 위해 펼치기 좋은 한 권입니다.
서평단으로 이 책을 받아 읽는 동안, 정작 바꿔야 할 것은 바깥의 상황이 아니라 그것을 읽어내는 제 안의 시선이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그 한 가지를 짚어준 것만으로도 곁에 오래 둘 이유는 충분했어요.
여름이 본격적으로 몸을 일으키는 시기입니다. 바깥 더위야 어쩔 도리가 없지만, 머릿속이 자꾸 시끄러워지는 이런 계절에 한 번쯤 생각의 회로를 식히고 정리하고 싶다면, 이만한 동행도 흔치 않을 듯합니다.
현실을 바꾸는 가장 실질적인 길은 세상이 아니라 그 세상을 읽어내는 내 안의 해석을 다시 쓰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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