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페이허이스 지음, 미리내공방 옮김 / 정민미디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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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니체라는 이름은 새삼스러울 게 없습니다. 학창 시절 윤리 교과서 한 귀퉁이에서, 청년 시절 누군가의 인용 속에서, 요즘은 유튜브 영상이나 짧은 카드뉴스로도 그의 문장이 끊임없이 흘러다니니까요. "신은 죽었다" 같은 구절은 거의 유행어처럼 떠돌기도 하고요. 그렇게 자주 스쳤으면서도 정작 그의 사유를 진득하게 곱씹어본 적은 드물었다는 사실을, <인생,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를 펼치고서야 인정하게 됐습니다.


북유럽 카페 서평단으로 받아 든 이 책은 페이허이스라는 중국 작가가 쓰고 미리내공방이 옮긴 안내서입니다. 니체의 여러 저작에서 대표 문장 200여 개를 골라낸 뒤 짧은 해설을 붙여, 열두 개의 레슨으로 묶어 놓았어요. 자기 존중에서 출발해 목표, 자기통제, 행동, 열정, 두려움, 열등감, 실패를 지나 내면의 힘에 이르기까지, 삶을 어떻게 다질 것인가를 차근차근 짚어 나갑니다.


물건으로서의 만듦새부터 좋았습니다. 적당한 두께감이 있어 묵직한데, 본문에 불필요한 색을 쓰지 않고 글자를 단정하게 앉혀 두어 눈이 피로하지 않아요. 페이지마다 니체의 작은 일러스트와 'Nietzsche's Words'라는 표시로 인용과 해설을 갈라 둔 덕에, 어디가 그의 말이고 어디가 저자의 풀이인지 헷갈리지 않습니다. 분량은 있는데도 집중이 흩어지지 않게 술술 넘어가더군요. 그렇게 잘 만든 책이었습니다.


첫 장의 자기 존중 이야기가 가장 먼저 발걸음을 붙들었습니다. 저자는 학교를 떠나 사회에서 부딪히고 좌절하며 사람이 스스로를 바꾸려 애쓴다고 말합니다. 그러다 오랜만에 동창 모임에 나가 보면 외모나 직업은 저마다 달라졌어도 성격의 기본 틀만은 좀처럼 변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고요. 외향적인 사람은 여전히 외향적이고, 말 없는 사람은 여전히 말이 없다는 관찰입니다. 외모나 출신, 살아온 과정처럼 어쩔 수 없는 것을 증오하고 억지로 고치려 들면 풍차로 돌진하는 돈키호테처럼 상처투성이로 끝난다는 비유가 뒤따르고요. 결국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태도가 가장 현명하다는 결론으로 흘러갑니다. 그 끝에 니체의 이런 문장이 놓여 있어요.


"모든 것은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경험이 부족한 당신도, 아직 무엇 하나 이루지 못한 당신도, 한 사람으로서 존중하라."


무언가를 이뤄야만 비로소 존중받을 자격이 생긴다고 은연중 믿어온 사람에게, 이 말은 순서를 거꾸로 뒤집습니다. 존중이 먼저고 성취는 그다음이라는 거예요. 급변하는 냉담한 세상에서 진심으로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자기뿐이라는 대목에 이르면, 위로받으면서도 동시에 등을 곧추세우게 됩니다.


자기 인식을 다룬 글에서는 한 젊은이의 사례가 따라붙습니다. 음악에 빠져 명성과 부를 꿈꾸며 학업까지 접었지만, 정작 자신에게 음악적 재능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끝내 몰랐던 사람이에요. 10년이 지나도록 무명에 머물고 환상으로 스스로를 마비시키다 결국 무너졌다는 이야기인데,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자신의 성격과 재능이 그 길에 맞는지를 정직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진정으로 사랑해온 것은 무엇인지, 영혼을 고양시키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이 마음을 기쁨으로 채우는지, 무엇에 깊이 빠진 적이 있는지. 저자가 건네는 네 가지 물음을 따라가다 보면, 한동안 미뤄두었던 질문 앞에 다시 서게 됩니다.


두려움을 다룬 장은 결이 또 다릅니다. 저자는 공포를 인류의 진화 내내 그림자처럼 따라온 본능으로 보고, 회피할 수만 있다면 두려움은 거의 생기지 않는다고 짚어요. 진짜 문제는 도망칠 수 없는 두려움이지요. 흥미로운 건 여기서 그가 꺼내는 자신의 대학 시절 이야기입니다. 학생회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지원하고 사람들과 관계 맺는 과정이 두려워 한 발짝도 나서지 못했고, '인맥이 있어야 한다'는 선배의 말을 자기 두려움을 정당화하는 변명으로 붙들었다는 고백이에요. 떨어졌다면 아쉬움으로 끝났겠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장 큰 후회로 남았다고 합니다. 회사에서 좋은 개선안을 떠올리고도 책임이며 미움이 두려워 끝내 묻어버리는 직원의 모습도, 누구든 한 번쯤 자기 일로 읽힐 법한 장면이고요. 그러고 나서 등장하는 문장이 꽤 단호합니다.


"'앞에 길이 없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있던 길도 사라진다. '위험하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안전한 곳조차 잃게 된다."


저자는 공포를 "사람이 가장 무거운 짐을 지고 있을 때 그의 등에 올라타는 작은 요정"에 빗대기도 하고, 의지를 가두는 감옥으로 그려내기도 합니다. 두려움이 실재하는 위험보다 머릿속의 가정에서 자라난다는 걸, 이런 표현들이 새삼 일깨워 줍니다.


마지막 장으로 가면 지식을 무협의 '내공'에 빗대는 대목이 나옵니다. 깊은 내공을 쌓아둔 사람이 새 기술을 익힐 때 남보다 빠르게 습득하듯, 지식이라는 토대 위에 경험이 더해지면 실력이 빠르게 자란다는 거예요. 더 눈길을 끈 건 지식이 사람을 더 바르게 만든다는 풀이입니다. 책과 문학을 통해 부모를 공경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이야기를 접하면서 사람이 서서히 변해간다는 관찰인데요. 공감에는 상상력이 필요하고 그 상상력은 이성의 능력이며, 윤리와 도덕은 이성과 떼어놓을 수 없다는 흐름이 제법 설득력 있었습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느냐는 물음에는 사고를 확장시키는 책, 관점을 바꾸는 책, 감정을 일깨우는 책이라 답하는데, 지식 없는 상태를 어둠에 비유하고 좋은 책 한 권을 그 어둠을 가르는 빛으로 본 표현이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아쉬움을 굳이 꼽자면, 사례 대부분이 중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터라 대학 진학률이나 임금 비교 같은 장면은 우리 현실과 결이 조금 달라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다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 자체는 국경과 무관하게 통하는 것이어서, 읽다 보면 어느새 제 자리의 이야기로 옮겨 읽고 있더군요.


이 책의 미덕은 니체를 어렵게 떠받들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200여 개의 문장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 놓아, 두툼한 철학서라기보다 곁에 두고 아무 데나 펼쳐 읽는 안내서에 가깝습니다. 그래서인지 손에 쥐어주고 싶은 사람의 얼굴이 여럿 떠올랐어요. 아직 이렇다 할 성취가 없어 스스로를 자꾸 깎아내리는 사람이라면 첫 장의 자기 존중 이야기에서 숨을 고를 수 있을 테고, 익숙한 자리에서 다음 한 걸음을 망설이는 사람이라면 두려움을 다룬 장이 등을 떠밀어 줄 겁니다. 니체라는 이름이 그저 영상과 짧은 글로만 스쳐 지나갔던 사람에게는, 이 한 권이 천천히 다시 만나는 자리가 되겠지요. 저 역시 책장을 덮고 나서, 한참 미뤄두었던 자기 성찰의 시간을 되찾은 듯했으니까요.


장마를 앞둔 유월의 눅눅한 공기 속에서, 마음 한쪽은 도리어 가벼워졌습니다. 바깥이 무겁게 가라앉을수록 안을 다지는 책 한 권이 제 몫을 단단히 해주는 계절인가 봅니다.


익숙한 이름 니체를 빌려, 끝내 다시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단정한 인생철학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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