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버씽킹 - 제멋대로 이어지는 생각의 루프에서 벗어나는 법
벳시 홈버그 지음, 윤효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3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머릿속이 좀처럼 조용해지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일은 다 끝냈는데도 회의에서 했던 말 한마디가 자꾸 되감기고,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느라 정작 잠들 시간을 놓치곤 하지요. 그럴 때면 으레 제 성격 탓으로 돌렸습니다. 예민해서, 그릇이 작아서 그런 거라고요. <오버씽킹>은 바로 그 자책의 방향이 잘못됐다고 조용히 말을 건네는 책이었습니다.
표지에 적힌 한 줄, '제멋대로 이어지는 생각의 루프에서 벗어나는 법'이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제멋대로라는 말이 참 정확합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굴러가는 그 생각의 쳇바퀴를 이렇게 담백하게 표현할 수 있구나 싶었어요. BOOK U LOVE 서평단으로 받아 든 책인데, 부드러운 보라에서 청록으로 번지는 표지처럼 내용도 다그치기보다 가라앉히는 결을 갖고 있었습니다.
저자 벳시 홈버그는 임상심리학자입니다. 이별 뒤 깊은 우울과 자기 비난에 빠졌던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해, 우리를 괴롭히는 그 비판적 목소리의 정체를 파고들었다고 해요. 책의 핵심 주장은 분명합니다. 끊임없는 걱정과 자기검열은 우리가 약하거나 모자라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설계된 뇌의 회로인 '기본 모드 네트워크', 그러니까 DMN이 과하게 작동한 결과라는 겁니다. 들어가는 글에 적힌 문장 하나가 책 전체를 떠받치고 있었어요. "당신이 곧 당신의 생각은 아니다." 머릿속을 떠도는 그 말이 곧 나는 아니라는 이 한 줄이, 읽는 내내 마음 한쪽을 붙잡아 주었습니다.

DMN이 어떻게 말을 거는지 보여주는 장면들이 유독 생생했습니다. 새벽 두 시에 잠 못 들며 '구조조정이 언제더라, 나도 잘리면 어쩌지, 다른 직장을 미리 알아봐야 하나'로 이어지다 끝내 '암에 걸린 건 아닐까, 병원 갈 돈도 없는데'까지 치닫는 어느 30대의 독백이 나오는데요. 직장 생활을 오래 한 사람이라면 그 사다리를 한 칸도 빠짐없이 밟아본 적이 있을 겁니다. 걱정이 마치 미래의 모든 위험에서 나를 지키는 생산적인 일처럼 느껴지지만, 저자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걱정이 곧장 해결책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고요. 시카고대학교 샨 바일락의 연구를 빌려, 적당한 부담은 집중력을 높이지만 부담이 도를 넘으면 오히려 사고 회로가 꺼져 압박에 짓눌린 학생들의 성적이 가장 낮은 학생들과 비슷해졌다는 대목에서는, 오래 붙잡고 있던 시간이 늘 성과로 돌아오지는 않던 이유를 조금 알 것도 같았습니다.

회의 자리에서 위축되는 누군가의 속마음도 한참 들여다보게 됐어요. 의견을 내야 하는 줄 알면서도 질문하면 멍청해 보일까 봐, '뭐라도 하는 척 노트에 메모나 하자'며 물러서는 장면이지요. DMN은 큰일에 도전하기보다 작은 일에 머무는 편이 안전하다고 속삭인다고 합니다. 그 한 문장에 회의실에서 손들기를 망설였던 무수한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이 책이 단순한 진단서에 그치지 않는 건 후반부 덕분입니다. 7장에서 저자는 머리 밖에도 또 다른 뇌가 있다고 말해요. 장과 심장에 뇌와 별개로 작동하는 뉴런 다발이 있다는 건데, 어두운 골목을 혼자 걸을 때 느끼는 불안은 몸이 보내는 진짜 경고지만, 새로운 취미 앞에서 '남들보다 뒤처질 거야'라고 속삭이는 건 DMN의 헛된 공포라는 거예요. 그 둘을 몸의 감각으로 분별하라는 권유가 따뜻했습니다. 저자는 '내 인생의 사랑'이라는 작업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사랑했던 것들을 적어보라고 합니다.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그 목록을 다시 들여다보면, 따뜻해지고 가벼워지는 그 느낌이야말로 진짜 나라는 거지요. 차가운 자기비판으로 시작한 책이 결국 '내가 사랑했던 것들의 자리'로 데려다 놓는 이 흐름이 좋았습니다.

오래 곱씹은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사랑하는 것을 묻는 연습을 하다 오히려 낙담하는 사람을 위한 배려였어요. 가족과 일에 자신을 다 내어주고 텅 비어버린 사람은 운동이나 그림보다 침대를 사랑하게 된다며, 그렇다면 연습은 미루고 우선 자신을 돌보라고 합니다. 몇 주간 일의 강도를 낮추고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쉴 새 없이 달리던 인생의 러닝머신에서 잠시 내려와 보라고요. "아마 잠시 멈춰도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어딘가에 늘 매여 있다고 느끼는 분이라면, 이 문장 앞에서 한 번쯤 숨을 고르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소셜미디어를 다룬 9장도 한국 독자에게 그대로 들어맞습니다. 저자는 스크롤링을 두고 'DMN에게 사탕 가게와 같은 존재'라고 표현해요. 편집된 타인의 삶을 끝없이 넘기다 보면 누구도 닿을 수 없는 기준이 머릿속에 새겨지고, 결국 '나는 지루하고 평범한 사람'이라 믿게 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저자의 태도는 극단으로 흐르지 않아요. 소셜미디어를 디저트에 빗대며, 평소 잘 챙겨 먹는다면 가끔 케이크 한 조각은 괜찮다고, 하루의 95퍼센트를 다른 일에 쓴다면 5퍼센트쯤은 문제없다고 말하지요. 끊으라고 윽박지르는 대신 균형의 감각을 일러주는 이 차분함이 오히려 설득력 있었습니다.

읽으면서 아쉬운 점이 전혀 없지는 않았어요. DMN, CEN, SN 같은 용어가 반복되다 보니 뇌과학에 익숙지 않은 독자라면 초반에 더러 걸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다만 저자가 매번 일상의 장면으로 개념을 다시 풀어주기 때문에,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손에 잡히더군요.
이 책은 무언가를 더 하라고 떠미는 책이 아닙니다. 지금 짊어진 것 가운데 사실은 내려놓아도 되는 게 무엇인지 차분히 짚어주는 쪽이지요. 그래서 생각이 너무 많아 스스로 지친다고 느끼거나, 잘잘못을 따지는 내면의 말에 오래 시달려온 분이라면 이 책에서 한결 가벼워지는 실마리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자기계발서의 채찍질에 지친 분에게도 조용히 건네고 싶은 책입니다.
6월로 접어들며 한낮의 볕이 제법 묵직해졌습니다. 이런 계절에는 머릿속까지 후텁지근해지기 쉬운데, 창을 열어 바람을 들이듯 생각에도 잠깐 환기가 필요하다는 걸 이 책이 일러주었어요. 저녁 무렵 잠시 화면을 내려놓고 오늘 좋았던 사소한 한 가지를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머릿속 소음이 조금은 잦아들지 모릅니다.
머릿속 목소리가 곧 내가 아니라는 것. 그 한 걸음의 거리에서 마음의 여유가 시작됩니다.
#오버씽킹 #벳시홈버그 #윤효원 #웅진지식하우스 #생각이너무많을때 #과잉사고 #DMN #기본모드네트워크 #자기검열 #불안다스리기 #심리학책 #뇌과학책 #자기돌봄 #마음챙김 #직장인책추천 #서평단 #북유럽카페 #책추천 #에세이추천 #스크롤링중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