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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의 소름 돋는 미래 예측 50가지
최경수 지음 / 메이트북스 / 2026년 5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요즘 일론 머스크나 젠슨 황 같은 이름은 뉴스에서든 유튜브에서든 하루가 멀다 하고 마주치게 됩니다. AI 시대의 맨 앞줄에 선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들의 머릿속을 한 번쯤 들여다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던 차에 이 책을 만났어요. <젠슨 황의 소름 돋는 미래 예측 50가지>(최경수 지음, 메이트북스)는 제목 그대로 엔비디아를 시가총액 5조 달러 기업으로 끌어올린 인물이 지난 10년간 내놓은 50개의 예측을 모은 책입니다. 다만 단순히 '이런 말을 했다'에 그치지 않고, 그 말이 지금 얼마나 현실이 되었는지를 이미 현실이 됐다, 현실이 되고 있다, 아직 아니다라는 기준으로 하나하나 따져본다는 점이 다릅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직장인이라면 누구든 멈칫할 만한 대목이 나옵니다. 개발의 무게중심이 코드를 직접 짜는 일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일로 옮겨가고 있다는 이야기예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의 목적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 코딩이 아니며 코드 한 줄 쓰지 않고 문제를 해결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궁극의 생산성이라는 젠슨 황의 발언이 그대로 실려 있는데, 처음엔 개발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읽다 보면 결국 모든 직무에 던지는 질문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도구를 다루는 손재주보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묻고 답을 설계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는 흐름은 어느 분야에 있든 비껴가기 어렵습니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힘은 추상적인 AI 담론을 손에 잡히는 비유로 바꿔놓는 데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를 설명하는 대목이 특히 그랬어요. 예전의 데이터센터가 이메일과 사진을 쌓아두는 거대한 창고였다면, 지금은 원재료를 넣으면 지능이 나오는 공장이 되었다는 겁니다. 2022년 GTC 키노트에서 젠슨 황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원자재가 들어오고 지능이 나간다. 그것이 AI 공장이다." 창고에는 선반이 필요하지만 쉼 없이 돌아가는 공장에는 원료를 옮기는 통로와 막대한 열을 식히는 설비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액체 냉각 시스템으로 가득 찬 오늘날의 데이터센터가 왜 중공업 공장을 닮아가는지 자연스럽게 그려집니다.

기업의 경쟁력을 보는 시각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흔히 더 빠른 칩, 더 높은 사양이 시장을 가른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저자는 젠슨 황이 일찌감치 다른 답을 봤다고 짚습니다. 칩 위에 쌓이는 소프트웨어 생태계, 그러니까 개발자들이 오랜 시간 익히고 축적한 도구와 코드가 결국 가장 높은 장벽이 된다는 거예요. 더 좋은 칩이 나와도 20년간 쌓인 개발 환경은 하루아침에 옮겨지지 않습니다. 빅테크들이 자체 반도체를 만들면서도 엔비디아의 환경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는 설명을 읽으면, 기술 경쟁이 단순한 성능 싸움이 아니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뒤로 갈수록 책의 시야는 한 기업을 넘어 국가 단위로 넓어집니다. AI를 원자폭탄과 견주는 대목이 그래요. 핵은 소수의 강대국만 가진 선택적 권력이었던 반면, AI는 교육과 의료, 제조, 행정까지 사회 전체의 효율을 좌우하는 보편적 기반이라는 겁니다. 원자폭탄이 필요한 나라는 없지만 AI는 모든 나라에 필요하다는 젠슨 황의 말이 그 차이를 분명히 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작은 AI 드론이 값비싼 중장비를 무력화한 사례까지 읽고 나면, 국가의 위상이 영토나 자원이 아니라 데이터를 얼마나 정교한 지능으로 바꾸느냐에 달리게 됐다는 주장도 과장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자원은 부족하지만 기술 역량을 갖춘 한국 같은 나라에는 한층 무게 있게 와닿는 이야기입니다.
기술서나 경제서를 어려워하는 분들도 부담 없이 펼칠 수 있도록, 책 끝에는 '문과 출신도 이해하는 컴퓨팅 및 AI 용어 50선'이라는 부록이 붙어 있습니다. CPU와 GPU의 차이부터 HBM, 블랙웰 같은 용어까지 짧고 쉬운 비유로 풀어둬서, 본문을 읽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돌아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책은 AI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 막연한 불안을 느끼는 사람, 그리고 그 변화의 정체를 한번 제대로 들여다보고 자기 자리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가늠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줍니다.

서평단으로 받아 읽은 책이지만, 읽는 내내 의무감보다 호기심이 앞섰습니다. AI를 다룬 책은 많아도 그 변화의 구조 전체를 이렇게 차분히 짚어주는 책은 드물어서, 그동안 조각조각 흩어져 있던 기술 뉴스들이 비로소 하나의 그림으로 이어졌습니다.
6월의 초여름으로 접어드는 요즘, 바깥은 부쩍 무더워졌습니다. 한 사람의 예측이 어떻게 현실이 되어가는지를 천천히 짚어가다 보니, 매일 쏟아지는 기술 뉴스가 더 이상 막연하게만 들리지는 않게 되더군요.
젠슨 황의 10년 치 예측을 통해 AI 시대의 구조와 본질을 차분히 읽어내게 해주는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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