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언니의 갱년기 수업 - 병원에서 말해주지 않는 갱년기 신호와 회복 기술
제시언니 지음 / 힘찬북스(HCbooks)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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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표지를 펼치기 전부터 시선이 잠시 머뭅니다. 분홍 덤벨을 머리 위로 가볍게 들어 올린 사람, 그 옆에서 한 발을 들고 균형을 잡는 사람. 무겁고 어둡게 다뤄지던 단어 위에 '리셋, 리핏, 리본'이라는 세 단어가 산뜻하게 얹혀 있어요. <제시언니의 갱년기 수업>은 그 분위기 그대로, 갱년기를 '끝'이 아니라 '다시 태어나는 시간'으로 풀어내는 안내서입니다. 북유럽 카페 서평단으로 받아 든 책이고,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던 질문 하나가 있어서 천천히 읽었습니다.



질문은 이런 것이었어요. 갱년기를 통과하는 사람과, 그 곁에서 같은 시기를 다른 결로 지나가는 사람은 서로에게 무엇을 건넬 수 있는가. 얼마 전 본 드라마의 한 장면에서, 중년 남성이 자신의 변화 앞에서 당황하던 모습을 보며 그 질문이 더 또렷해졌어요. 남성 갱년기를 다루는 이야기가 늘어나는 요즘, 동갑내기 배우자의 변화를 가까이서 보고 있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정보를 좀 얻고 싶었고, 막연한 감정을 정돈해줄 언어가 필요했어요. 책을 집어든 이유는 거기 닿아 있었습니다.


저자 제시언니는 생활체육 강사로 20년 넘게 2만 명이 넘는 갱년기 여성을 만나온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도 자신의 갱년기 앞에서는 똑같이 흔들렸다고 고백하는 자리에서 책이 출발해요. 그래서 이 한 권은 완성된 사람이 위에서 내려주는 정답이 아니라, 먼저 통과해본 사람이 옆자리에 앉아 건네는 생활의 언어로 읽힙니다.


오래 머문 자리는 책의 첫 장을 여는 글이었어요. 갱년기를 한자로 풀면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시기'라는 점을 짚고, 초경과 출산은 축하받는데 왜 갱년기만 비밀이 되느냐고 묻는 도입부예요. 저자는 "초경은 파티. 출산은 축제. 갱년기는 비밀."이라는 짧은 세 줄로 사회적 비대칭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받아요. "모르면 그냥 무섭지만, 알면 오히려 반갑다." 정보서가 되려는 이유와 회복서가 되려는 이유가 같은 자리에서 출발하는 한 줄입니다.


이 챕터에는 일상의 감각을 살리는 비유도 많아요. 갱년기는 택배도 보내주는 사전 알림 문자 하나 없이 그냥 쑥 들어오는 손님 같다는 비유, 회의 중에 마트 계산대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풍경, "그거 있잖아, 그거…" 하며 손만 허공을 휘젓는 장면. 의학적으로만 다뤄지던 단어가 생활의 표정으로 옮겨 옵니다. 그러고 나서 저자는 시선을 돌려요. 20대는 정신없었고 30대는 더 정신없었으며 40대는 전쟁이었다고, 그러나 이제는 온전히 '나'로 살 시간이라고. 갱년기를 '여자 인생의 세 번째 호르몬 대격변'으로 자리매김하고, 그 자리를 '진짜 나를 위한 출발선'으로 다시 적습니다.


이어지는 장은 호르몬과 운동을 한 묶음으로 풀어냅니다. 멜라토닌, 인슐린, 성장호르몬, 옥시토신이라는 네 호르몬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유산소·근력·밸런스·코어·스트레칭이라는 다섯 운동이 왜 필요한지를 차례로 설명해요. 정보의 밀도는 단단한데 표현은 무겁지 않습니다. 멜라토닌은 밤의 수리공, 인슐린은 뱃살 관리자, 성장호르몬은 젊음 유지 장치, 옥시토신은 마음 방역관. 이름표만 봐도 책의 결이 짐작됩니다.


이 가운데 가장 깊게 들어간 자리는 옥시토신 챕터였어요. 갱년기에는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줄면서 뇌 전체에 안정적으로 공급되던 '전기'가 끊긴 것처럼 감정 조절이 흔들리는데, 옥시토신은 그 자리에 흐르는 '사랑의 호르몬'으로 코르티솔이 곳곳에서 지른 불을 꺼주는 소방관 같은 존재라고 설명합니다. 폐경 후 여성 1,097명을 6년간 추적한 옥스퍼드 대학교의 2014년 연구에서 옥시토신 수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골밀도가 높았고, 특히 고관절에서 강한 연관성이 나타났다는 결과도 함께 인용돼요. 마음을 안정시키고, 뼈를 지키고, 관계를 회복하는 한 호르몬이 갱년기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옥시토신을 늘리는 방법으로 책은 따뜻한 포옹, 반려동물과의 교감, 주기적인 마사지, 단체 운동과 사회적 상호작용, 좋아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 타인을 위한 배려와 베풂까지 여섯 가지를 제시합니다. 어느 하나도 약국에 있지 않다는 점이 핵심이에요. "옥시토신이라는 사랑의 호르몬은 약국에서 사는 게 아니다. 우리가 주고받는 따뜻한 마음에서 만들어진다." 이 문장이 책의 무게중심을 옮겨놓습니다. 갱년기를 통과하는 사람뿐 아니라 그 곁의 사람도 함께 읽어야 할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 가족과 친구에게 따뜻한 포옹을 먼저 시작해보자. '잘 잤어?' 하며 살짝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짧은 안내가 의외로 구체적이라, 무겁지 않게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행동으로 다가옵니다.


이 대목에서 도입부의 질문이 한 번 더 떠올랐어요. "내 성격이 변한 게 아니다. 호르몬이 변한 것이다"라는 한 줄을, 곁에서 함께 시기를 통과하는 가족이 먼저 알아두면 그날의 표정 하나, 한숨 한 번을 다르게 읽게 됩니다. 남성 갱년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는 흐름도 같은 맥락에 있어요. 결국 같은 시기를 서로 다른 결로 지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시작하느냐 모르고 시작하느냐, 그 차이가 일상의 결을 바꿉니다.


마지막 장은 다시 시선을 안쪽으로 돌립니다. '거울 속 낯선 언니랑 베프 되는 법' 챕터는 갱년기 진단을 받은 뒤 오히려 마음 한 켠이 편안해졌다는 저자의 고백에서 출발해요. "원인을 모르면 공포고, 원인을 알면 과제다. 공포는 도망치게 만들지만 과제는 풀 수 있다." 정보를 얻는다는 것의 진짜 의미가 이 두 문장 안에 들어 있습니다. 두려움을 과제로 바꾸는 일.


이어지는 자리에서는 자기 인정으로 결이 옮겨갑니다. "예전의 나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슬픈 일이 아니다. 예전의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새롭게 만나면 된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건네는 한 문장, "너 정도면 정말 잘 살았다." 자기 인정을 유리컵과 스테인리스에 빗댄 비유도 인상적이에요. 남의 인정에 기댄 삶은 예쁘지만 깨지기 쉽고, 내가 나를 인정하는 삶은 투박하지만 깨지지 않는다는 대비. 챕터 후반에는 "고마워"로 닫히는 자기 인사 목록이 길게 이어지는데, 읽기보다는 쓰기에 가까운 자리라 손끝이 한 박자 느려집니다.


책 뒤쪽 워크북에는 '나에게 보내는 편지'와 '내 인생 10대 뉴스' 같은 양식이 실려 있어요. 갱년기 신호를 점검하는 표, 꿀잠 루틴, 인슐린 저항을 낮추는 방법, 운동별 실천 가이드까지 곁들여져 있어서, 이 한 권이 읽기로 끝나는 책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집니다. 정보와 위로 사이에 작은 실천란이 놓여 있는 셈이에요.


아쉬운 점을 굳이 짚자면, 일러스트 만화 컷이 페이지마다 충실하게 들어가 있어서 진지한 독서를 기대한 독자에게는 톤이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정도입니다. 다만 이 책의 1차 독자가 갱년기를 막 통과하기 시작한 50대 여성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이 친근한 결은 단점이라기보다 의도된 다정함에 가까워 보여요.


서평단으로 한 권을 받아 읽는 동안, 평소 같으면 지나쳤을 단어 앞에 자주 멈춰 섰습니다. 갱년기라는 단어가 누군가의 비밀이 아니라 식탁 위에 올려놓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단어가 되는 일, 책은 그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다고 말하는 듯했어요. 갱년기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사람, 그 문턱에 막 닿은 사람, 같은 시기를 곁에서 함께 통과하고 있는 가족 모두에게 책장에 한 권쯤 두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정보가 필요한 페이지에서는 호르몬과 운동의 작동 원리가 또렷이 잡히고, 위로가 필요한 페이지에서는 먼저 통과한 사람의 손이 어깨에 닿아요.


초여름의 공기가 한결 가벼워졌어요. 창문을 열어두면 바람이 길게 들어오고, 해가 늦게까지 머무는 저녁이면 산책의 보폭이 자연스럽게 길어지는 시기예요. 이런 계절에 어울리는 책 한 권을 만난 것 같습니다. 책을 덮고 보니, 도입부에서 찾던 '막연한 감정을 정돈해줄 언어'가 어느새 손에 잡혀 있었어요. 갱년기라는 단어를 '비밀'에서 '축하받을 자리'로 옮겨놓는 시도, 그리고 그 자리를 함께 걸어가자고 건네는 손길. 그 두 가지가 오래 남습니다.


한 줄 요약. 갱년기를 '끝'이 아니라 '다시 태어나는 시간'으로 다시 적게 만드는, 정보와 위로가 균형 잡힌 한 권의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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