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고 글쓰기 - 서울대 나민애 교수의 몹시 친절한 서평 가이드
나민애 지음 / 서울문화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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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북유럽 카페에서 서평을 한 편씩 올리다 보면, 어느 날 글이 아니라 저 자신을 의심하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지금 쓴 게 독후감인지 서평인지, 누군가에게는 너무 지루하게 읽히지는 않는지, 책 내용을 잘 정리했다고 생각해도 그 안에 ‘제 판단’이라 부를 만한 한 줄이 들어 있는지. 그 의문을 들고 펼친 책이 <책 읽고 글쓰기>였습니다.


저자 나민애 교수님은 서울대학교 학부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며 13년간 3,000편 가까운 학생 글을 직접 첨삭해 온 분입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갓민애’로 불린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책을 펼치고 의외였던 건 강의 노트의 정리본 같은 결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쓰고 싶은데 막막한 사람 옆에 앉아 같이 펜을 쥐어주는 듯한 태도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집니다. 표지에 놓인 노란 톤과 책에 코를 박은 고양이 일러스트가 그 태도의 예고편처럼 보였습니다.


책의 출발점은 단호합니다. “서평이라고 다 같은 서평이 아니다.” 5,000자 넘는 긴 글도, 100자 안쪽의 짧은 글도 다 서평이라는 사실부터 인정한 뒤에야, 그 많은 서평 중에 무엇이 ‘제 서평’인지를 정할 수 있다는 거지요. 이 책은 멋진 문장을 쓰는 법보다 ‘지금 쓰려는 글의 체급’부터 정하라고 권합니다. 한 줄 리뷰·100자 리뷰 같은 단형, A4 1~2장의 중형(블로그 서평이 여기 들어갑니다), A4 3장 이상의 장형(학술 서평). 분량으로 갈라놓고 보니, 그동안 흐릿하게 뭉뚱그려 쓰던 서평의 자리가 단번에 또렷해졌습니다.


체급을 정한 다음에 따라오는 권유는 더 따끔합니다. 자기 수준을 솔직하게 체크하라는 것. 모멸감을 주는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저자가 덧붙이는 설명은 정반대 방향을 가리킵니다.


“이 자가 수준 체크는 모멸감 확인하기가 절대 아니다. (…) 자기 수준을 구체적으로 알아야 발전이 있다.”


같은 페이지에 띠지 카피와 닿는 문장이 따라옵니다.


“‘나같이 못 쓰는 사람’이라거나 반대로 ‘글쓰기의 천부적 재능을 타고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글쓰기는 연습하면 나아지는 것이다. 어제보다 오늘 딱 한 줄 나아지고, 오늘보다 내일 딱 한 줄 나아지면 된다.”


서평 앞에서 본인을 패배자라 단정하고 글러브도 끼기 전에 포기하는 사람을 ‘몹시 많이 보았다’는 저자의 진술이 이 단호한 비유 옆에 놓여 있어, 책의 어조가 채찍이 아니라 응원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집니다.


이 책에서 가장 오래 곱씹게 된 곳은 2부의 ‘블로그 서평 쓰기의 세계’ 부분이었습니다. 저자는 블로그 서평을 ‘나를 위한 나의 기록’으로 다시 자리매김합니다.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이 지식을 전파하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라는 단서가 따라붙는데, 그다음에 등장하는 비유가 따뜻해서 한 번 더 읽게 됩니다.


“블로그 서평은 독서 여행이고, 나만이 구축할 수 있는 책들의 실록이다.”


집에서 숲까지 가는 길에 길을 잃지 않으려고 떨어뜨려 둔 흰 조약돌. <헨젤과 그레텔>의 이미지를 끌어와 블로그 서평 페이지들의 의미를 다시 보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이 비유 뒤로 저자는 블로그 서평이 ‘소통의 글’이라는 점을 곧장 짚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 ‘꿀잼, 시간 순삭, 노잼’ 같은 한 줄에도 흔들리는 우리를 예로 들면서, 서평을 검색하는 행위는 이미 지식 찾기를 넘어 일종의 교감이라고 정리하지요.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를 책을 매개로 주고받는 일. 블로그 서평이 왜 ‘대중적 소통의 글’이 되는지를 이만큼 명료하게 풀어준 글은 처음 만났습니다.


블로그 서평의 목적을 다섯 갈래로 나눠 짚는 페이지에서는 펜을 든 자세가 한 번 바뀌었습니다. 그냥 좋아서 쓰는 사람, 개인적 독서 기록을 누적하려는 사람, 남들과 공유하려는 사람, 분석적인 의견을 피력하려는 사람, 자기 분야의 필력을 발휘하려는 사람. 저자는 앞의 둘에 해당한다면 굳이 서평 쓰기를 따로 배울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뒤의 셋에 발을 걸치고 있다면 배우는 편이 좋다는 이유가 단순합니다. ‘타인과 독자를 잘 배려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카페 안에서 다른 독자들과 글을 나누는 자리에 서평을 올리는 입장에서, 이 한 줄이 그동안 막연하게 굴러다니던 글의 방향을 한 번에 정돈해 주었습니다.


블로그 서평의 기본 조건 역시 현실 감각이 살아 있습니다. 너무 길면 안 읽히고, 너무 어려워도 안 읽힌다는 두 가지 명제 위에, 저자는 ‘핵심적 한 방’을 강조합니다. 인터넷 유저들의 인내심을 바라지 말고, 줄거리와 서지를 소개한 뒤 위에서 20~30% 내려온 자리에 강조 포인트를 ‘짠’ 하고 등장시키라는 조언이지요. 그 옆에 “잘난 척의 욕망은 자기 집에서 혼자서만 하자”는 농담 같은 한 줄이 같이 놓여 있어, 톤이 풀어지면서도 핵심은 단단하게 박힙니다.


부록은 이 책이 끝까지 ‘쓰는 사람 옆에 머무는’ 안내서임을 보여줍니다. 책 분야에 따라 강조 포인트가 달라진다는 점을 짚으며, 문학 서평에서는 작가의 세계관을 드러내려고 애쓸 것, 학술 서평에서는 학풍과 시대적 의의에 주목해 보다 드라이한 문체로 갈 것을 권합니다. 공통 주의 사항 네 줄 가운데 마지막 한 줄이 오래 남았어요.


“단 한 줄이라도 나의 판단이 있는지 확인하라.”


띠지에 적힌 ‘어제보다 딱 한 줄 나아지면 됩니다’라는 카피가, 결국 ‘한 줄의 내 판단’을 챙기는 일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이 부록의 이 한 문장으로 단단히 연결됩니다.


물론 모든 페이지에 고개가 끄덕여졌던 건 아닙니다. 단형·중형·장형으로 갈라 설명하는 구성 덕분에 자기 자리는 빠르게 찾을 수 있지만, 그만큼 ‘예시 서평’의 분량은 조금 더 풍부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완성된 서평’을 보여주는 책이 아니라 ‘서평을 쓰러 들어가는 입구’를 안내하는 책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그 빈자리는 결국 독자가 한 편씩 채워 가야 할 몫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북유럽 카페를 통해 이 책을 만난 점도 기록해 두고 싶습니다. 서평단으로 받은 책이지만, 이번에는 한 편을 더 쌓아 올리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앞으로 올릴 모든 서평의 결을 점검해 주는 손잡이로 자리 잡았습니다. 책을 좋아하지만 ‘지금 쓰는 게 독후감인지 서평인지’ 헷갈리는 독자, 블로그에 책 이야기를 꾸준히 쌓으면서도 자기 글의 방향이 모호하게 느껴지는 독자에게 이 책은 분명한 출발점 하나씩을 챙겨 줄 거라 봅니다. 막 첫 서평을 올리려는 사람뿐 아니라, 여러 편을 써 본 사람이 자기 글을 한 번 점검하고 싶을 때 옆에 두기에도 알맞은 안내서입니다.


햇살의 농도가 진해지고 잎의 색이 한 톤 더 짙어지는 5월 끝자락입니다. 책상 위에 펼쳐 둔 한 권을 옆에 두고 다시 한 줄을 적어 보려 합니다. 어제보다 딱 한 줄. 그 한 줄에 ‘제 판단’이 들어 있는지만 확인하면 된다는 안내가, 지금 서평을 쓰는 사람에게 가장 현실적인 위로처럼 다가옵니다.


독후감과 서평 사이에서 헷갈리는 모든 ‘서평러’를 위한, 가장 친절하고 실전적인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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