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동산에 가지 않고 SNS로 분양권을 산다
베리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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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부동산이라는 단어 앞에서 늘 한 발 물러서 있었어요. 청약, 분양권, 가점, 무순위 같은 말들이 뉴스에서 들릴 때마다 '언젠가 공부해야지' 하고 미뤄 두기만 했고요. 회사 다니면서 점심시간에 잠깐 부동산 기사를 들춰 봐도 용어부터 막히니까 금세 창을 닫게 되더라고요. 작년에 회사 후배가 청약에 당첨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한참 부러워하다가, 정작 제 일은 또 다음으로 미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다 북유럽 카페를 통해 <나는 부동산에 가지 않고 SNS로 분양권을 산다>를 받아 들었어요.


표지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솔직히 '이런 게 가능한가' 싶은 의문이었습니다. 손에 쥔 스마트폰 화면 위에 채팅 앱과 링크 아이콘이 톡톡 떠 있는 일러스트가, 마치 모바일 안에서 옷이나 가전을 고르듯 분양권을 산다는 인상을 줬거든요. 표지 아래쪽에 적힌 '전직 떴다방이 알려주는 실전 분양권 투자 비법서'라는 한 줄도 호기심을 끌어당겼습니다. 이론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부딪힌 사람이 쓴 기록이라는 점이 가장 컸어요.


책을 펼치자마자 만난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초중고 12년 동안 같은 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와서도 무언가를 배울 때 자연스럽게 정답부터 찾으려 한다는 지적이에요. 부동산 공부도 마찬가지라고 짚어요. '브역대신평초'라는 신조어를 예로 드는데, 브랜드·역세권·대로변·신축·평지·초등학교를 갖춘 아파트가 무조건 돈이 된다는 식의 공식이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춘 단지는 흔치 않아서, 결국 눈만 높아진 채 진짜 기회는 놓치게 된다는 거예요. 저자가 던지는 결론은 단순합니다. 부동산에는 정답이 없고, 정답은 '돈이 되는 부동산'일 뿐이라는 것. 평소에 회사에서 매뉴얼대로만 일을 처리해 왔던 제 모습이 살짝 겹쳐 보였습니다.


가장 흥미롭게 읽은 대목은 비주택 단타 청약을 다룬 챕터였어요. 오피스텔, 생활숙박시설, 민간임대 아파트처럼 '사면 삼대가 망한다'고 흔히 말하는 상품들을, 청약으로 분양권을 확보한 뒤 프리미엄을 받고 넘기는 구조로 다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해요. 청약통장을 쓰지 않아도 되고, 당첨되더라도 주택 수 제한 같은 불이익이 없다는 설명이 이어집니다. 청약 점수가 낮다는 이유로 일찌감치 손을 놓아 온 사람에게 진입로가 하나 더 열리는 느낌이었어요.


정보의 통로를 짚어 주는 부분도 실용적이었습니다. 비주택 청약은 청약홈에 안 올라오는 경우가 많고, 지역 신문이나 인터넷 뉴스에 '○○ 지역에 민간임대 아파트 공급 예정' 같은 기사 한 줄만 나온 뒤 자체 홈페이지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해요. 저자 본인도 '청약 예정'이라는 단어를 매일 검색했다는 디테일이 인상 깊었습니다. 정보를 아는 사람만 몰래 가져가는 시장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겠더라고요.


같은 챕터에서 톤이 확 바뀌는 대목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이야기예요. 저자는 단호하게 추천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합니다. 방장과 부방장, 분위기를 띄우는 바람잡이가 한 팀으로 움직이며 처음에는 진짜 단타 청약 정보를 몇 번 흘려 신뢰를 쌓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자기들이 분양하는 오피스텔을 '안전마진이 확보된 단타 청약'이라며 둔갑시킨다고요. 안전마진은 누가 정해 놓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결정되는 거라는 한 문장이 묵직하게 박혔습니다. 이어지는 '내 돈 넣는 순간, 그대로 물린다'라는 챕터 제목 자체가 경고문 같아요. "한 달만 지나면 2,000만 원까지 갈 것 같습니다. 제가 최고가에 팔아 드리겠습니다." 같은 말에 흔들려 자기 돈을 넣는 순간, 단타가 장기투자로 바뀌고 한 달 뒤 그 사람에게 전화하면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묘사가 뜨끔했어요. 방문판매법에 따라 14일 이내 계약을 철회할 수 있고, 본인이 지난 3년간 구독자 100명이 넘는 사람들의 계약을 철회시켰다는 실무적인 안내까지 들어 있어서 신뢰가 갔습니다.


표지에서 받은 첫인상과 가장 직접 맞물린 챕터는 '누가 분양권을 부동산에서 사?'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분양권은 부동산에서 사는 거라고 알고 있지만, 당첨자 발표 직후부터 정당계약 전까지는 모델하우스 주차장이나 주변 카페에서 떴다방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거예요. 떴다방 사장님들이 단속을 피해 주변 큰 카페로 옮겨 다니는 동선까지 그려져요. 발표 시간에 맞춰 도착해 적어도 한 시간은 조용히 관찰하라는 조언, 거래가 성사되면 '나갔다', '출발했다', '입금됐다' 같은 단어가 오간다는 현장 언어, 그리고 물량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대화의 방향으로 판단한다는 표현은 직접 현장에 서 본 사람만 쓸 수 있는 문장이에요. 외부인은 알아듣지 못하도록 일부러 용어를 섞어 말한다는 디테일까지 더해지니까, 왜 제목이 'SNS로 산다'로 끝나는지 그제야 이해가 됐습니다.


저자가 매수할 때 어떤 사람을 찾는지도 인상 깊었어요. 그날 거래를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한 떴다방을 찾는다는 거예요. 조급한 사람이 가격을 낮춰 주거나 자기 수수료까지 깎아 첫 코를 뚫으려 하기 때문에, 매수자 입장에서는 그쪽이 가장 좋은 파트너가 된다는 설명입니다. 동료에게 신세 한탄을 하고 있거나 다른 업자와 계속 다투는 사람을 찾으면 된다는 묘사는, 부동산 시장의 '판'이 결국 사람으로 굴러간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했습니다. 가두기, 매물이 쌓이는 타이밍, 당첨자들이 모두 같은 시간에 같은 방식으로 무너지는 풍경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현장 르포를 옮겨 적은 듯한 장면이었어요. 챕터 끝에 놓인 "기회는 또 옵니다."라는 한 문장이 의외로 위로처럼 들렸습니다.


이 책이 단순한 단타 기술서로만 보이지 않은 건 후반부 공부법 챕터 덕분이에요. 부동산 시장을 읽으려면 특정 유튜버나 강사의 의견보다 한국은행, 통계청,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KDI, 금융위원회 같은 공식 자료를 먼저 보라는 안내가 나옵니다. 같은 숫자라도 누구는 위기로, 누구는 기회로 해석한다는 문장이 핵심이었어요. 데이터를 완벽하게 이해하려 하기보다 '누가 이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는가'를 먼저 보라는 말, 답을 먼저 보고 풀이 과정을 거꾸로 따라가라는 비유가 회사에서 새로운 업무를 익힐 때 제가 자주 쓰는 방식과 비슷해서 반가웠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정보의 양이 아니라 정보를 해석할 수 있는 기준을 갖는 것이라는 마무리가 단단했어요.


읽고 나니 분양권 시장이라는 게 자본의 크기로만 굴러가는 곳이 아니라 정보와 타이밍, 그리고 사람의 심리가 얽혀 돌아가는 판이라는 걸 알겠더라고요. 직장 생활을 오래 하면서 매달 들어오는 월급에만 의지해 왔는데, 그 바깥에도 작게나마 들여다볼 만한 길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 권의 값은 충분했어요. 평소라면 손이 가지 않았을 분야의 안내서를 만나게 해 주는 게 서평단의 가장 큰 선물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고, 미뤄 둔 숙제 하나를 가볍게 시작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5월 말, 창밖으로 초여름 공기가 슬쩍 끼어드는 시기에 이 한 권을 읽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가로수가 부쩍 푸르러진 걸 보면서, 미뤄 둔 공부 하나쯤은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도 되겠구나 싶었어요. 부동산이 어렵고 멀게만 느껴져 첫 장조차 펼치지 못했던 분이라면 부담 없이 펼쳐 보시면 좋겠고요, 유튜브 강의만 떠돌다 정작 본인의 기준은 못 세웠다고 느끼는 분께도 조용히 건네 보고 싶은 안내서예요.


부동산은 자본이 아니라 정보와 타이밍의 게임이라는 말을, 책을 덮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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