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문장과 표현들도 정말 아름답고 멋지다.
이야기 내용은 작가도 말했듯이 단순하다.
이야기에서 흐르는 시간도 짧다. 불과 한 달 남짓 사이에 벌어지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250여 쪽 정도 분량에도 작품 속에서는 몇 십 년의 세월이 흐를 수 있다.
빠른 시간, 사건 전개가 읽는 이에게 더 큰 흥미를 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요즘 청소년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리버보이'를 읽어 낼 수 있을지가 좀 걱정이다.
각종 매체들로 인해 책도 흥미 위주로 읽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리버보이'를 끝까지 읽는다면, 생각과 감동도 그만큼 더 깊어지고 오래 갈 것이다.
'리버보이'의 시간은 느리다.
천천히, 작품 속에 물들면서 깊은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이것이 인생이다.
느린 시간과 함께 살아가기.
지금 우리 시대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서가 아닐까 싶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우리에게 없어서 안 될 감정이 '슬픔'이었다.
흥미 있고 재미있는 것들로 꽉 차고, 이것들을 마구 권하는, 도파민으로 가득 찬 현대 사회에서
인생에는 다른 것들도 있다고 말해 줄 이야기들이 필요하다.
전하는 방식도 설교가 아니라 그 시간들을 '체험'할 수 있다면 더 좋다.
'리버보이'는 그 체험을 제공한다.
문장을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내가 주인공 제스가 되어 느끼고 경험하고 생각하고 있다.
같은 길도 걸으면 더 자세히 보이듯이
천천히 제스의 불안과 안타까움, 망설임, 책임감, 자신감 등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마음들이 '슬픔'처럼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이야기들이다.
이런 마음들을 견디면서 극복하면서 때로는 잊으면서 살아가는 일이 인생이다.
'리버보이'를 읽으면서
우리 내면을 좀 더 깊고 단단하게 채우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