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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 - 예술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31가지 방식
윌 곰퍼츠 지음, 주은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1월
평점 :

예술가들은 무엇을 어떻게 다르게 볼까?
일상을 다르게 포착해 내는 그들의 시선을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에서 배울 수 있다.
무려 31가지 방식을!
시를 쓰는 방식이 시인의 수만큼 있는 것처럼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시각도 예술가의 숫자만큼 존재하는 것 같다.
이번 책은
31명의 유명한 예술가들과 함께
31가지 남다른 시선을 찾는 여행이다.
'여기 보이는 건 껍데기에 지나지 않아,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내가 아는 사람을 묘사해야 한다거나
구체적인 유사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자마자,
이 모든 것을 손에서 놓자마자 내게 자유가 주어졌다.
어떤 몸이든 어떤 인물이든 가능하며 무슨 형상이든 의미할 수 있다는 자유였다.
무한한 가능성이 거기에 있었다.
예술가들이 취미를 넘어서는 지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예술과 기술은 어떻게 다른가?
당대에 이해할 수 없었던 예술이 결국 미술사 흐름을 바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그 화가는 그렇게 그림을 그렸던 걸까? 또는 그렇게 작업했던 걸까?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은
이런 다양한 의구심에 대한 단서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 내용 일부)
영국을 대표하는 미술 평론가이고 영국 테이트 갤러리 관장을 역임했다.
가장 큰 이력은 BBC에서 11년간 예술 담당 편집장으로 있으면서 유명한 배우, 예술가, 작가 등등을 인터뷰하고 글을 써 왔다는 사실이다.
2021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사상가 50인'에도 선정되었다고 하니,
전문가 중에 전문가다.
이번에 출간된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는 그의 예리한 감성이 전하는 특별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예술가는
'우리가 우리의 세계를 어떻게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지를 알려 주고
그 시간을 쌓아감으로써 우리가 저마다의
'해변의 태도'를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 p12)
*예술가, 그들의 '해변의 태도'가 어떤 것이지 찾아가는 책이기도 하다.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 내용 일부)
이 책은 일반 독자들 보다 예술 전공자나 지망생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그들이 하는 작업들에 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예술가들의 형식만 따라 하다가는 예술이 '기술 습득'으로 전락하고 만다.
인공지능이 기술로는 훨씬 빨리 예술가들을 따라잡는 이 시대에,
예술이 예술인 이유는 무엇인가?
'본다'는 행위는 단지 표면의 관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예술가에게 '본다'라는 것은 한 시대를 사는 예술가가 삶을 담아내는 방식이다.
어떤 예술가는 자신의 고통을,
어떤 예술가는 내면의 고독을,
어떤 예술가는 시각적 환상을,
어떤 예술가는 공감각으로,
어떤 예술가는 어지러운 몽타주 방식으로,
어떤 예술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활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세상을 본다.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 내용 일부)
우리가 이들 예술가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도 보았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은 우리가 흘려보낸 그 감각을 놓치지 않고 예리하게 작품으로 나타낸다.
우리들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도 보았으나 놓쳤던 것들을 직면한다.
또, 예술가들은 우리가 삶에서 전혀 보지 못했던 것들도 보게 한다.
세상을 이런저런 방식으로 다르게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제안하는 것이다.
그것에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는 것은 삶과 시대를 바꾸는 일이다.
그래서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는 '퇴폐 미술전'을 열어 다르게 보는 예술가들을 말살했다.
어떤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가?
이들 예술가들의 작품을 본다는 것은 신나는 초대이고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경험이다.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을 읽으면서
더 깊게 예술가들의 보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었다.
< 렘브란트가 자화상을 많이 그린 이유 > - 모델이 비싸서?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 내용 일부)
렘브란트의 자화상들은 정말 유명하다.
젊고 당당한 모습뿐 아니라 늙고 초라해진 자신의 얼굴을 솔직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불안한 눈빛을 하고 있는 말년의 자화상은 겉보기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렘브란트는 왜 그랬을까?
단지, 더 이상 모델을 구할 만큼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해서?
렘브란트에게는 꼭 자화상을 그려야 할 이유가 있었다.
자화상은 도전이었다.
사람의 표정에 가감 없는 마음을 나타내고자 했던 렘브란트에게 마음을 가장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는 것뿐이었다.
이렇게 이해하니 렘브란트의 자화상들이 이해가 갔다.
렘브란트는 자화상을 그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에는
이런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예술가 31인이 있다.
한명한명 예술가들을 읽어나가는 일은 새로운 세계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일이다.
하루 한 화가씩 알아가는 즐거움으로 한 달을 보낼 수 있다!
어느 아이스크림 광고처럼 31이다.
크리스토와 잔 클로드 부부가 포장했던 건물이 왜 '국회의사당'이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있고
카라 워커가 만든 실루엣 작품들에 담긴 '모호함'을 이해할 수 있다.
세잔이 왜 현대 미술의 시작인지 알 수 있고, 그가 고민한 지점은 반드시 예술가 지망생이라면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아버지가 발견한 멋진 조가비는 방금 '내'가 이미 살피고 지나쳤던 곳이었다.
나는 지나쳤는데 아버지는 어떻게 아름다운 조가비를 발견했던 것일까?
아버지는 보았지만, 나는 못 보았다.
그 차이가 뭘까?
이 질문에서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 은 탄생했다.
저자는 '익숙하다는 것은...... 일종의 눈먼 상태'(p11)라고 한다.
예술가들은 우리 눈을 뜨게 한다. 그들이 삶에서 보았던 것들이 무엇인지 따라가다 보면,
지금 내 삶에서 못 보았던 것들을 다시 새롭게 보게 될 것이다.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을 통해,
본다는 것에 대해 가지는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멋진 시간이 되면 좋겠다.

*RHK(알에이치코리아)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