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들 - 마음의 고통과 읽기의 날들
수잰 스캔런 지음, 정지인 옮김 / 엘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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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들' 표지)

연말이 되면, 여기저기서 올해의 책 선정을 한다.

'내가 꼽는 올해의 책' 선정을 한다면,

분명 5위 안에 드는 책으로 '의미들'을 선택할 것이다.

이 책은 1992년 8월, 20살에 자발적으로 정신 병원에 장기 입원하면서 몇 년을 보내고

그 후에도 다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살아온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다.

이처럼 경험을 솔직하고 정확하게 드러낸 책은 잘 못 봤다.

그 진솔함에 "의미들"은 읽는 내내, 다 읽고 나서도 마음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올해, 이 책 한 권 만큼은 꼭 읽어보면 좋겠다.

('의미들' 표지)

"의미들" - 이 한 권에 저자의 모든 인생이 담겼다. 에세이다.

책은 저자 수잰 스캔런의 정신적, 정서적 성장기이기도 하고

오랜 정신 병원 경험담이자 치료기이기도 하고

저자가 읽어 온 책들의 내력서이기도 하고

독서로 마음을 치유하고 성장시킨 이야기이기도 하다.

글은 시간 순으로 정리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꼭 그렇다고 볼 수도 없다.

오랜 시간들을 지나오면서 남긴 흔적들을 담담하게, 그러나 무섭도록 정직하게 쓰고 있다.

지은이 ; 수잰 스캔런


('의미들'내용 일부)

미국의 작가로 여러 학교에서 창작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다양한 매체에 에세이와 소설을 싣고 있다.

스무 살에 자살 시도를 한 작가가 쓴 회고록인 이 책은

정신 병원에서 보낸 시절이 자신과 인생에 어떤 의미였을까 찾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의미들' 차례


('의미들'내용 차례)

글을, 에세이를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자유롭게 왔다 갔다 서술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작가가 처한 입장과 그 내면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차례의 제목들에서도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잊지 않고 기록해 두려는 '일기' 같다는 인상을 준다.

자신의 마음을 추적하고 관찰하는 또 다른 작가가 내면에 있는 것 같다.

아무도 이렇게까지 자신을 냉정하게 객관화하면서 바라보지 않는데,

저자 '수잰'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무섭게 정직하다.

그것이 500여 쪽이나 되는 "의미들"을 계속 읽게 한다.


나의 불안은 '내'가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당신은 자기 고통과 상심이 세계사에서 전례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다가 책을 읽는다."

('의미들' p103)


('의미들'내용 일부)

< 죽음과 글쓰기 >

저자는 '자살 충동'에 시달린다.

캐시 애커의 '글쓰기는 자살과 비슷하지만 단 죽을 필요는 없다'(p22)는 말을 인용하면서

저자는 자신의 광기와 충동을 어떻게 글쓰기로 바꾸었는지 그 전환을 암시한다.

'글쓰기는 자살과 비슷'하다는 인용된 문장이 너무 강렬해서 '캐시 애커'가 누군지 찾아보았다.

마침 올해 2025년 그의 책 "무의미의 제국"이 문학과 지성사를 통해 번역 출간되었다.

(이미, 1988년에 출간되었는데 우리나라에는 거의 37년 만에 번역된 셈이다. )

뭔가 주류에서 벗어난 일탈의 냄새가 강하게 난다.

우울은 글 쓰는 작가들의 그림자 친구인가?

우울증을 앓았고 결국 정신적인 이유로 자살을 택했던 작가들,

'버지니아 울프',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실비아 플라스' 이 있다.

전두엽 절제술 직전, 자신이 쓴 소설이 상을 받으면서 수술을 피할 수 있었던 작가

자넷 프레임을 비롯해 많은 작가들의 이름을 언급하고 있다.

"실비아 플라스는 내가 나의 고통을 설명하도록 도와주었다.

내가 도움을 얻기 위해 사용하게 될 것은 언어였다"

('의미들' p137)

<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

캐시 애커를 알기 전, 저자가 스무 살 무렵 강하게 영향을 받은 책은 '연인'이다.

1992년에 영화로 만들어진 적 있는, 하얀 바탕에 머리를 양 갈래로 땋은 한 소녀가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포스터로 유명했던 그 '연인'.

저자는 '연인'의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를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꼽았었고 '연인'을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꼽았었다.

아니! 그 야한(?) 영화? 그 영화의 원작 소설을 왜 이 저자 수잰은 그토록 감명 깊어서 나중에 그가 주최한 독서 모임에서도 읽었을까?

그래서 읽어 봤다. '연인'을!

책의 표지에서도 똑같이 그 소녀를 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얇다. 140여 쪽이고 반나절이면 누구나 다 읽을 수 있다.

정말 저자의 말처럼, 영화와 책은 정말 달랐다.

왜 저자가 이 책을 그렇게 꼽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많이 언급된 책이 실비아 플리스의 "벨 자"였는데 실비아는 유고 시집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여성 작가이다.




('의미들' 내용일부)

< 독서가 수잰에게 준 의미는? >

저자 수잰은 독서를 통해 위로를 받고 성장해 나간다.

존재 이유와 정체성을 독서를 통해 만들어 간다.

"의미들"에서 저자가 경험한 독서와 책에 대한 감상이 이어지는 과정들을 통해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독서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읽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이것은 또한 자신의 감정을 읽는 길이기도 하다. (p303)

만약, 저자와 같은 우울감에 삶이 힘든 사람이라면,

저자가 읽은 책들을 따라가 보는 것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장기간 정신 병원에 입원한다는 것은


('의미들'내용 일부)

너무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다면, 다시 사회에 적응하는 삶이 힘들다.

오히려 병원 생활이 더 안정적이었던 인물들을 보면서

어쩌면 '돌봄'의 역할을 정신 병원이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병원은 환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인다.

규칙적인 생활과 일정이 안정감을 준다. 불필요한 접촉을 하지 않아도 되고.

마음의 병이 생기게 된 환경과도 분리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저자가 더 이상 장기간 병원 생활을 할 수 없었던 이유는 국가 재정 지원이 끊겼기 때문이다.

저자처럼 지원이 끊긴 다른 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저자는 다시 대학을 다니면서 통원 진료 또는 짧게 입원하기를 반복하면서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더 이상 지원을 받지 못했던 사람들의 삶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결국은 다시 사회로 나와야 하는 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환경과 지원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의미들' 내용 일부)

경계에 선 누군가를 위해서

책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의 가족 관계와 갈등, 친구, 병원에서 만난 의사와 간호사들, 정신 병원 이후의 삶 등을 알게 된다.

문득 이 내용은 소설이 아니라는 사실을 계속 되뇌어야 했다. '이야기'라는 대상으로 읽어버릴까 봐.

자신에 대해 이렇게 정직한 글은 정말 처음 읽는다.

그 밑바닥까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자 하는 서술 방식이 위로를 준다.

과장되지 않은 글투는 책을 더 귀 기울여 읽게 한다.

남들과 다른 외로움, 소외감 등이 밀려올 때, 삶의 어느 순간 내가 경계에 서 있다고 느낄 때,

꼭 읽어보면 좋겠다.

저자 '수잰 스캔런'이 지난 30여 년간 독서와 글쓰기로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왔는지 따라가는 일은 우리에게 큰 통찰을 제공한다.

"예술은 하나의 빛이었다.

나에게 통곡과 그리움을 위한 공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경계선 위에서 혹은 경계선 바로 너머에서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도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의미들' p256)


('의미들' 표지)

*엘리 출판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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