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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오븐을 켤게요 - 빵과 베이킹, 그리고 을지로 이야기
문현준 지음 / 이소노미아 / 2025년 8월
평점 :

표지가 엄청 마음에 드는 작고 귀여운 책이다.
특히, 표지 바탕색이 아주 연한 노란빛이 돌아서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다
사진에는 그 빛깔이 담기지 않아 아쉽다.
이 책을 잡는 순간, 내가 그동안 먹어 왔던 빵들과 그에 얽힌 추억들이 생각난다.
저자는 '이제 오븐을 켤게요'에서 빵에 관한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줄까?

'문토(www.munto.kr)'는 관심 있는 취미를 함께 배우는 앱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셀렉티드 호스트'가 무슨 말인가 해서 찾아봤다.
문토 앱 공지에 자세히 나와 있었다.
🏆 셀렉티드 호스트란?
■ 전체 문토 유저의 0.003%에 해당하시는 분들로, 뚜렷한 개성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매력적인 콘텐츠 소셜링을 지속적으로 오픈해 멤버분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유료 소셜링 호스트를 뜻합니다.
■ 소셜링의 매력도, 멤버 평가, 소셜링 오픈 빈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정하는 만큼, 문토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호스트라고 할 수 있어요
(문토 공지 2022. 11. 1 '셀렉티드 호스트 선정'에서 발췌했습니다. 네이버 검색)
저자는 '문토'에서 베테랑 호스트이다.
혼자 집에서 빵을 만들다가 베이킹을 가르치다가 공방을 열게 되었다.



('이제 오븐을 켤게요' 내용 일부)
"이제 오븐을 켤게요"는
1. 빵이야기에서 시작해서
2. 베이킹 모임을 했던 이야기,
3. 을지로에 자기만의 베이킹 공방을
만든 이야기,
4. 좀 더 개인적인 저자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었다.
저는 이렇게 공방을 차리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빵을 만드는 '자신만의 공방'을 차린 이야기다.
빵을 파는 가게가 아니라 '베이킹'을 가르치는 곳.
저자는 '베이킹 모임'을 하면서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베이킹 모임'을 강렬히 원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초보들이라는 사실!
한 번도 쿠키를 구워보지 않는 사람들이 모임을 꼭 원하고 있었다.
저자 문현준이 베이킹에 관한 경험이 훨씬 더 많았던 것.
그래서 저자는 베이킹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저자의 가장 큰 능력은 자신이 잘 하는 것을 상품화한 점이다.
'가르치다'라는 상품으로.
저자가 운영하는 공방 이름이 '베이커즈' 인 것 같다.
베이킹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가르칠 때 더 재미있다고 하니,
부담 없이, 용기를 내서 그의 공방을 찾아가면 좋을 듯 하다.

책은 세 번째 차례에서 공방을 열면서 경험했던 과정을 담고 있다.
을지로에서 매물을 구했던 이야기,
인테리어를 할 때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저자가 생각하는 공방을 꾸미기 위해 노력했던 경험들은
비슷하게 공방을 하려는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굳이 베이킹 공방이 아니어도 '자기만의 공방'을 차리고자 하는 분들도
읽으면 좋을 일반적인 내용들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자기만의 공방' 인테리어를 할 때 '자기만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저자의 글을 보면, 셀프 인테리어를 할 때 자신이 상상하는 공방의 분위기가 잘 나는지를
계속 살피고 확인하고 있다. 이 점이 중요하다.


책 4부분 중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부분은 역시 빵이야기다.
저자의 빵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갑자기 빵과 케이크가 먹고 싶어진다.
빵과 케이크 등이 이렇게 맛난 간식이었나?
내가 먹은 티라미수는 마스카포네 크림을 넣어 만든 것이었나 궁금하다.
의외로 만들기 어려운 빵이 '소금 빵' 이었다.
'크루아상'도 차라리 사 먹는 게 낫다고 저자는 말한다.
파운드케이크는 버터, 설탕, 밀가루, 계란이 모두 똑같이 1파운드씩 들어가서 파운드케이크라고 부른다고 한다.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바스크 치즈케이크를 맛있게 먹는 법도 소개하고 있고,
과자 이름으로만 알았던 사브레는 설탕, 밀가루, 버터 세 가지만으로 만들 수 있는 맛있는 쿠키이다.
단지, 먹기만 했던 빵과 케이크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이해하게 되니까
좀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제는 맛을 더 음미하면서 모양도 더 살피면서 먹게 될 것 같다.
빵에 대한 즐거운 잡담도 할 수 있게 된 것은 덤이다.
무역 회사를 다녔다고 한다.
회사를 다니면서 있었던 에피소드, 독일로 교환 학생으로 갔었을 때 먹은 음식들 이야기가 나온다.
이 부분들은 저자의 일기장을 보는 것 같다.
휴가를 마음대로 못 썼던 그때, 가고 싶지 않았던 회식들 등
억울했던 회사 경험들을 글로 풀어 냈다.
많은 직장인들이 이 부분을 읽는다면 정말 공감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2030 MZ 세대와 기성세대의 세대차를 보는 것 같았다.
회사 대표님이 저자에게 커피를 나를 때 쟁반에 받치라는 조언을 왜 냉장고를 보면서 말했을까?
약간은 그 대표님의 행동이 이해가 돼서 웃음이 살짝 나왔다.
부당한 것에는 참지 못하지만, 자신이 미숙한 것은 솔직히 인정하는 저자는
지금도 손님에게 전하는 커피는 쟁반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요즘 MZ 세대는 선진국 국민이고 기성세대들은 후진국 국민이라고 항간에 떠도는 말이 생각난 대목이 있었다.
'20대 중반인데 장어를 한 번도 안 먹어봤다는 게 가능할까?'
라고 저자가 의문을 품었던 대목이다.
당연히 가능하다!
지금도 하루 한 끼만 먹고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그 어딘가에는 있을 텐데,
장어 못 먹어 본 사람이 있다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다니..........
우리나라 세대 간 인식 차이가 정말 크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이제 오븐을 켤게요' 내용 일부)
'베이킹'을 한다는 것은
- 힘든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선물
저자는 결코 싸지 않은 취미, 베이킹을 하는 의미를 '작은 선물'에 두고 있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부담 없는 작은 선물'
단지, 빵을 먹겠다면 그냥 사 먹는 것이 더 싸다.
그러나 왜 사람들은 굳이 스스로 빵을 만들려는 걸까?
그것은 베이킹을 하면서 보낸 시간과 정성도 함께 선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빵'에는 나의 한 조각, 인생이 담겼다.
그 조각을 나에게도 나누는 '작은 선물'로 '베이킹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겠다.

*이소노미아에서 펴낸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