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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먹는 빨대 ㅣ 도토리 동화
신전향 지음, 박현주 그림 / 키큰도토리(어진교육) / 2025년 3월
평점 :


'냄새 먹는 빨대'라니!
무슨 이런 쌈빡한 상상이 다 있나?
빨대를 떠올리면
맛난 음료들이 생각나는데
냄새를 떠올린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을까?
이 무슨 말인가?
그러니까
빨대로 냄새를 빨아먹은 다음,
냄새를 옮기고 싶은 대상에게 방귀를 뀌면
냄새가 옮아간다는 뜻이다.
즉,
요즘 피기 시작하는 벚꽃 냄새를 빨대로 먹은 다음,
집안에서 방귀를 뀌면
집안 가득 벚꽃 향기가 난다는 그런 의미.
초등 3학년, 4학년들에게 찐 추천하는 재미있는 동화
푸름이가 학교에 가는 길에
어떤 할머니가 폐지를 잔뜩 담은 수레를 끌고 가는 것을 보았다.
푸름이가 할머니 수레를 뒤에서 밀어 주는 장면에서,
수레를 끌던 할머니가 말을 걸었다.
"학생, 아직 거기 있는 거 맞지?"
"네, 아직까지는 도망 안 갔어요."
라고 한 대목에서 '빵' 터졌다.
작가의 글솜씨가 장난 아니다.
읽는 재미가 있는 찐 동화다.
어린이 동화도 이야기 배경이나 캐릭터 설정은 화려한데
실제로 읽어보면 잘 안 읽히는 동화가 있고
별 이야기 아닌데도 재미있게 썼다는 생각이 드는 동화가 있다.
"냄새 먹는 빨대"는 후자에 가깝다.
게다가 작가의 주제의식도 선명하고 인물 표현도 분명하다.
좋은 어린이 동화로 완전 추천이다.

< 글 ; 신전향 >
역시나 지은이는 초보 작가가 아니다. 어쩐지 글을 잘 썼다.
이미 어린이책을 여러 권 출간했다.
위 작가 소개에 있는 작품들 제목을 보고,
아마도 많은 어린이들이 '이 책 읽어 봤어'라고 할 것 같다.
< 그림 ; 박현주 >
그림들도 얼굴 표정과 몸동작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잘 표현했다. 그림 작가 또한 오랫동안 그림을 그려왔을 것이라 짐작된다. 장면마다 생동감 있는 표현과 장면 구성이 훌륭하고 그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표지 그림도 좋다. 익살스럽지만 편안하고 재미있다.

기승전결이 잘 구성된 짧은 중편 분량이다.
대략 105쪽쯤 된다.
혼자 읽기 좋은 생활동화이다.
초등 3학년 4학년 이상에게 권하고 싶다.


소윤이를 마음 한켠으로 좋아하고 있던 푸름이인데
하필 소윤이 앞에서 안 좋은 냄새가 난다고
망신을 당했다.
게다가 아침에 학교에 가고 있는데
난데없이 심술쟁이 할아버지가 푸름이를 불렀다.
왜냐하면
'휴지를 바닥에 버리고' 갔다고!
푸름이는 억울했다.
하지도 않은 일로 야단맞으니까.
그때 자신을 도와준 친구가 바로 준혁이다.
하지만, 준혁과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다.
이런 준혁에게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도와줄까? 말까?
고민 상담을 들어 준다는 마법사에게서
우연히 '냄새 먹는 빨대'를 손에 넣은 푸름이는
이 빨대를 어떻게 사용할까?
까짓것! 준혁이가 나를 도와줬으니 나도 도와줘야 인간의 도리지!
아니야! 그냥 모른척할까?
준혁을 위해 마법의 빨대를 사용한다는 것은
좀 아까운데............
이럴 수가!
난 도와주려고 한 건데,
오히려 준혁이를 곤란하게 했네
아무래도......
준혁이에게 사실대로 말 못 하겠어.
단 세 번만 사용할 수 있는 냄새 빨대를 과연 푸름이는 어떻게 사용했을까?
냄새를 긍정적인 단어로 표현하면 바로, '향기'이다.
향기 중에서도 으뜸은 바로 '인격의 향기' 즉, 인품이야말로 오래가는 멋진 냄새라는 대목에서 잠시 감탄했다. 책을 읽는 많은 어린이들이 이런 대목도 눈여겨보았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푸름이는 지각할지도 모르지만 할머니 폐지 수레를 밀어주었고
준혁도 모른척하지 못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작가가 처음부터 '인격의 향기'를 보여주기 위해 이야기를 잘 설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억지로 교훈을 끌어내려고 하지 않았다.
푸름이의 속마음을 재미있고 익살스럽게 표현하면서 자연스럽게 주제가 느껴지게 했다.
공감이 되는 생활 동화를 잘 못 보았는데 오랜만에 정말 감동했다.
게다가 읽는 재미가 있으면서 교훈도 있고.
우리나라 아이들의 진짜 마음을 잘 표현해 주는 어린이 동화가 더 많이 출간되면 좋겠다.

*키큰도토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