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 예찬
앙리 라보리 지음, 서희정 옮김 / 황소걸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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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맞서 싸울 것인가?

도망갈 것인가?



('도피 예찬' 표지)

'도피 예찬'은 제목부터 신선하다!

도망은 문제를 두고 가는 무책임한 일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도피를 예찬하다니!

지금까지 부정적이었던 '도피'에 대해

당당한 인간의 권리라고 주장하는 제목이 마음에 든다.


지은이 ; 앙리 라보리

프랑스인으로 의사이자 신경생물학자이고 철학자이다.

소개를 보면, 인간의 신체와 신경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한 사람같다.

새롭게 고안하거나 만들어낸 연구들이 많다.

이런 구체적인 연구들을 하면서

'도피 예찬'이라는 책을 펴 냈을 때는

뭔가 우리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뜻이다.

한 분야의 대가가 '도피'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정말 기대되는 책 '도피 예찬'이다.

('도피 예찬' 책날개 일부)


인상적인 '서문'


범선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범선이 폭풍을 맞았을 때 가장 좋으면서 유일한 해결책은 바로 '폭풍을 피하는 것'.

뜻하지 않은 도피는 '미지의 해안을 발견하게 해 준다.'(책 서문에서)

진짜 멋진 말이다.

도피가 탐험이고 모험일 수 있다니!

'도피'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문장들이 정말 멋지다.


'도피 예찬'은 신경 과학을 바탕으로 하는 철학서


('도피 예찬' 표지와 차례 )

'도피 예찬'은 1976년에 프랑스 로베르 라퐁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이다.

이 출판사에서 사상 총서를 기획하고 각 분야 전문가에게 20가지 주제를 제시했다고 한다.

저자 앙리 라보리는 이 주제들에 대해 자신의 전공 분야 지식을 잘 활용해서 글을 썼다.

책을 읽어 보면

신경과학과 뇌과학 지식을 활용한 철학적인 서술 방식을 접할 수 있다.

평소 다른 책에서 접하지 못한 신경 과학에 관련된 용어가 생소할 수는 있으나 그만큼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좋아했는지 알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개미', '꿀벌의 예언', '뇌', '잠'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이 책 '도피 예찬'을 인생 책으로 꼽았다고 한다.



'도피 예찬'으로 당당하게 도피하기


('도피 예찬' 내용 일부)

< 상상 >

첫 번째 이야기 '자화상'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신경계 발달과 학습을 해설하는 과정이다.

인간에게 신경계가 발달하면서 학습 능력도 발달하고 학습 능력의 발달은 사회 규범을 따르게 한다. 이것은 동시에 충동을 억제하는 측면도 있다. 이때 억제된 충동과 욕망이 상상력을 낳았다고 한다.

우와~~~

상상력의 탄생을 이렇게 설명할 수도 있구나 놀라웠다.

인간만이 상상으로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바꿀 수 있게 한다'고( 책 p13 )

이는 유발 하라리를 생각나게 했다.

'사피엔스'의 저자로 유명한 유발 하라리는 우리 인간이 이 모든 문명을 만든 것은 허구를 믿는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서 허구란 공통의 관념이라는 의미로 종교가 가장 대표적이다.

'도피 예찬'에 의하면

허구의 바탕은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고 인간의 신경계가 해낸 일이기도 하다.

책의 저자 앙리 라보리는

'사회적 소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는 바로 상상이라고 말한다.

('도피 예찬' p13)

< 인간의 보편성 >

저자는 놀랍게도 인간의 보편성을 더 주의 깊게 살폈다.

남과 다른 특이점들이 더 흥미로울 법한데 오히려 보편성에 더 관심을 가지다니 무슨 뜻일까?

바로 인간이면 누구나 '신경계'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신경계를 도구로 본다. 어떤 도구냐 하면 한 사회의 관습과 가치 체계를 무의식중에 받아들이는 도구! '정상'이라고 사회가 정한 규범들을 받아들이는 도구라는 의미도 포함해서.

이는 스트레스를 낳는다. 정상의 범위를 벗어나면 이단아 취급을 받고 저항하면 부서지기 쉽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바로 도피!

< 도피의 방법 >

아픈 척 먹거나, 극단적으로는 자살을 하거나, 무관심하거나, 방치하거나 등 도피 방법은 다양하다.

책에도 다양한 도피 방법들이 나오지만, 그중 '상상으로 도피'하기를 추천하고 있다.

상상으로 도피하는 일은 위험이 없고 남에게 들킬 일 없어 방해받지 않아 안전하다. 나름 만족도 누릴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정상을 유지하기 위해 애써야 하는 사회로부터 도피할 것을 권하고 있다.

신경계는 사회가 정상이라고 부르는 것을 유지하기 위한 긴장들이 계속된다면 뇌하수체와 부신겉질이 활성화되고 이는 실제로 우리 몸을 망가뜨려 위궤양이나 고혈압, 우울증 등을 일으킨다.

여기서 '정상'을 유지하는 일들이란 지배 체제에 적응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들을 의미한다.

우리는 사회 생활을 하면서 인간관계에서 정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일들을 자꾸 겪으면 실제로 우리 몸도 큰 영향을 받는다.

암도 스트레스가 한 원인이라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러니 '도피하라'라고 말한다.

신체와 마음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도피 예찬' 표지 )


'도피 예찬'이 우리 모두에게 인생 책이 될 시대가 왔다.


여기서 말하는 도피란 무책임한 일련의 행동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꽉 막힌 세계로부터 나를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에 가까운 느낌이다.

저자는 이를 뇌과학, 신경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신경계가 인간의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자세히 밝히고 있다.

이는 정말 대단한 일이다!

한 분야의 대가가 오랜 시간 학문을 연구하고 그것이 인간 개인과

사회에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면밀히 밝혔다는 사실도 대단하지만,

뇌과학이 우리 인간에게 미치는 행동과 마음에 초점을 두고 서술한 점은

요즘 널리 연구되고 알려지는 관심과 정말 일치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책이 이미 1976년에 출간되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무려, 50여 년을 앞선 책이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책들을 보면 뇌과학에 관련된 책도 다수 있는데 이는 우연이 아니다.

베르나르가 분명 인생 책이라고 했을 만큼 이 책을 통해

사람 마음과 신경계의 관계에 대해 큰 흥미를 느끼고 계속 연구하면서

소설책을 썼다는 것에

한 표 던진다.

두고두고 생각을 넓히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제목처럼 '도피 예찬'으로 도피할 수 있는 정말 멋진 책이다.

다만, 쉽고 가벼운 책은 아니다

평소에 뇌과학, 심리, 철학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분명, 각 분야에 대한 지식은 있는데

이것들을 인간의 마음, 삶과 어떻게 관련지을지 남다른 통찰을 원하는 분들이라면

베르나르처럼 인생 책이 될 것이다.



'도피 예찬'을 읽는 법


차례에 나와 있는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전혀 없다.

그러나 서문과 제1장은 반드시 읽기를 바란다.

어떤 책인지 중심을 잡아 주고 앞으로 어떻게 읽어야 할지도 알 수 있다.

제1장을 읽고 나면 순서 상관없이

오늘 자신이 관심 가는 대로 읽으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천천히 읽어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니

반드시 한 주제를 읽으면서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도피 예찬' 표지)

*황소걸음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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