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잔혹사 - 약탈,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역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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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킨'의 신간이 나왔다.

아마 우리나라에도 샘 킨의 팬들이 많으리라 짐작된다.

원소 주기율표에 얽힌 이야기를 다룬 '사라진 스푼' 이 많이 알려져 있다.

작년에 우리나라에 출간된 '원자 스파이'도 정말 흥미 있게 읽었는데

이번에 번역된 '과학 잔혹사'는 더 매력 있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샘 킨의 책이라면 믿고 읽는 과학 서적 1순위이다.

지은이 ; 샘 킨


('과학 잔혹사' 표지 일부분과 책날개 일부)

주로 과학 서적을 출간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2010년에 출간된 '사라진 스푼'은 왕립 학회 선정 '최고의 과학 도서'로 평가받았다.

그가 쓴 과학 서적은 일단 재미있다!

왜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하는지 충분히 공감이 간다.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과학 분야 이야기들을 샘 킨은 어디서 자료를 그렇게 구했는지 알지 못했던 정보들을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번에 우리나라에 번역된 '과학 잔혹사' 또한 정말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꼭 많은 사람들이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

'과학 잔혹사'를 읽기 전에




('과학 잔혹사' 표지)

샘 킨의 '과학 잔혹사'가 좀 남다른 이유는

과학 이면의 이야기를 단지 흥밋거리로 만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샘 킨은 잔혹해 보이는 과학자들의 이면에서 염두에 둘 몇 가지를 말하고 있다.

첫째는 사람들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선을 넘어 범죄와 비행을 저지르는 원인이 무엇인지,

둘째, 인권을 무시하는 과학이 과연 성공할 수 있는지,

셋째, 과학적 사고를 하는 범죄자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마지막으로 미래에 올 과학적 비행(범죄)은 어떤 모습일지. 등

('과학 잔혹사' p17~18, 발췌 정리)

이런 생각들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과학의 이름으로 벌어진 많은 악행들이 단지 흥밋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

남의 고통을 즐기는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과학 잔혹사'는 읽기 힘든 책이다.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과학'이 인권을 무시할 때 어떤 참혹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고

과학이란 이름으로 인간이라면 하지 말아야 할 태도와 행동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 잔혹사'는 꼬꼬무를 닮은 이야기책 같다.



('과학 잔혹사' 차례)

책의 구성 방식이 재미있다.

한 편의 이야기가 끝나면 마지막 단락에서 다음에 올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언급한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마지막 단락으로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당대 최고의 박물학자면서 해적이었던 댐피어를 새로운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인물로 평가하면서,

새로운 시대에 등장한 잔학한 행위인 노예 제도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박물학자인 영국인 헨리 스미스먼의 연구는 노예 제도에 얼마나 빚졌는가 지적하면서

당시를 살았던 어떤 의사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알면서도 모른 척 시신 도굴을 눈 감았던 해부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해부되어 발견된 어느 하버드 졸업생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해부학자들은 시신에게 고통을 주었지만, 이보다 더 끔찍한 일을 저지른 사람으로 에디슨을 언급한다.

에디슨과 테슬라, 이 두 사람의 경쟁에 대한 이야기는 공룡 뼈 발굴에서 경쟁했던 두 과학자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공룡 뼈 발굴 전쟁, 그 이면에 있었던 여러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이야기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할 의사들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된다.

20세기에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비난받을 일을 서슴지 않고 했던 또 다른 사람들로 신경 정신과 의사들, 모니스와 프리먼이 있다.

이들은 자신의 명예를 위해 살아있는 환자의 뇌를 절개했다.

CIA에서도 프리먼의 뇌 절개술을 눈여겨봤다는 이야기를 꺼내면서 다음 이야기는 원자 폭탄을 둘러싼 간첩 활동에 대한 이야기로 바뀐다.

이렇게

다음, 그다음으로 이야기들은 심리적 고문, 의료 과실, 증거 조작이라는 제목으로 계속된다.

샘 킨은 왜 굳이 잔혹한 '과학사'를 들추는가?


('과학 잔혹사' 책 날개 일부)

책은 제목처럼,

과학을 둘러싸고 벌어진 비윤리적이고 반인륜적인 행위들을 증언한다.

그럼 기록에 남은 역사에서, 최초로 과학을 비윤리적 실험에 이용했던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클레오파트라이다.

하지만, 샘 킨은 클레오파트라가 비윤리적이었던 이유로

오히려 과학 실험 조건을 '철저히' 지키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클레오파트라의 실험은 처음부터 잘못됐다.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하겠다는 그 발상부터 이미 잘못됐다고 봐야 한다.

샘 킨의 고민

샘 킨은 새로운 과학은 항상 윤리적 딜레마를 수반한다고 말한다 (책 p431)

미래 기술로 생길 수 있는 윤리적 딜레마를 잘 표현한 이야기가 바로 '부록'에 있다.

'미래의 범죄'라는 제목으로.

무중력 상태에서 벌어지는 살인, 컴퓨터를 이용한 범죄, 우주 식민지 범죄, 안드로이드가 저지르는 범죄, 유전자 프라이버시에 대해서... 등등 미래 사회는 기술 발달과 함께 범죄 형태도 달라질 것이다.

미래의 범죄를 상상해 본다는 발상 자체가 재미있다.

범죄를 보면 그 사회를 알 수 있기도 하다.

아무튼 샘 킨은 과학이 윤리도 고려하길 바란다.

윤리를 생각하지 않을 때 '과학'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

이 책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래서 클레오파트라가 시작했던 커다란 실수를

앞으로 우리들은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책에 나타나 있다.

'과학 잔혹사'는 의미 있는 잔혹한 역사들을 골라 묶었다.

연구를 위해 노예 제도에 반대했던 과학자가 노예를 팔고

살아 있는 생명체를 잔혹한 연구에 실험 대상으로 삼고 (이것도 연구를 위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사람에게 적용하는 등.

인종, 성, 나이, 계급 등등에서 사회적 약자가 잔혹한 실험 대상이 되는 역사를 과감히 들춘다.

이렇게 들추어낸 과학사를 많은 사람들이 읽으면서

'윤리 위반에 관한 이야기에 몰두해 비행의 충격적인 결과를 실제로 느끼기'

(책 p434)를 바랬다.

이것이 과학이 윤리를 무시할 수 없게 하는 한 방법이라고 샘 킨은 적고 있다.

12장으로 파악하는 '과학 잔혹사'



('과학 잔혹사' 내용 일부)

각 장 12장과 부록까지 총 13장 모두 누군가가 잘 써놓은 단편 소설 같다.

정말 믿을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들이라서 이 책을 읽는 순간, 아마 손에서 책을 놓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샘 킨은 잔혹한 장면을 적는 것에만

치중하고 있지 않다.

왜 과학자가 윤리를 고려하지 않고

잔혹한 행위를 했는지

그 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어

당시 사회 분위기와 과학자가 가진 욕망, 심리적 요인 등을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자료들을 모두 모았는지 책을 떠올릴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영국 해적이었던 댐피어는 찰스 다윈이 그의 제자라고 자처했고

'로빈슨 크루소', '걸리버 여행기'라는 작품이 탄생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

영국 대영박물관과 런던 자연사박물관은 과거 흑인 노예 제도를 증언하는 건물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이 박물관들을 보면 이제는 끔찍하게 살다간 수많은 흑인 노예들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에디슨과 테슬라에 대한 이야기들도 정말 재미있었다.

에디슨과 테슬라가 왜 갈라서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에디슨 성격과 테슬라 성격은 어떤지도 나와 있다. 세기의 대결이라고 불리는 '전기 전쟁'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지만, 초점은 동물 학대에 맞춰져 있다.

공룡 뼈 발굴을 위한 두 과학자 사이의 경쟁은 좀 어이없었다.

자신의 명예를 위해 경쟁자를 따돌리고 뒤통수치는 모습이 안타까웠고 두 사람 모두 전 재산을 공룡 발굴로 날려 먹기까지 했다. 서로 협력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끝까지 평행선을 달렸던 두 과학자의 모습이 정말 안쓰러웠다.

이외 등등 정말 잔인하고 끔찍한 이야기들이 많다.

진짜 소설로 꾸며냈어도 안 믿었을 것이다. 너무나 말이 안 돼서.

그런데 이 모든 일이 사실이다!

샘 킨이 들려주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과학사 뒷면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과학에 윤리가 필요한 이유를 다시 한번 기억하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과학 잔혹사' 표지)

이 책의 이야기들이 보여주듯이

일반 사람들이 염려하는 것을 무시하거나

인권을 짓밟는 과학은 예외 없이 제대로 된 성과를 얻지 못한다.

('과학 잔혹사' p15)

*해나무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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