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치고 잘 뛰네 - 남자들의 세상 속 여자들의 달리기
로런 플레시먼 지음, 이윤정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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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 여학생은 14세가 되면 또래 남학생의 두 배에 달하는 비율로 스포츠를 그만두고

17세가 되면 절반 이상이 완전히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치고 잘 뛰네' p28)


('여자치고 잘 뛰네' 표지)

책은 정말 흥미롭고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여자치고 잘 뛰네>는 다양한 층면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첫째, 로런 플레시먼의 자서전이기도 하고

둘째, 달리기 운동선수로서 들려주는 삶이기도 하고

셋째, 뭔가를 성취하려는 여성이 겪는 사회적 제약에 대한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그리 두껍지 않은 두께에도 읽을거리가 많은 책이 있다.

<여자치고 잘 뛰네>는 바로 그런 책이다.


('여자치고 잘 뛰네' 표지)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성공 가능성이 희박할 때 어떻게 해야 계속 시도할 수 있을까? 가슴 아픈 일을 겪은 뒤 어떻게 내 취약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까? 문학이나 소설 속 인물들의 삶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를 찾을 수 있었지만, 스포츠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선수들이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우승할 때가 아니면 말을 하지 않았고 오래전에 지나간 힘든 시절을 회상하지도 않았다. .... (중략).... 그래서 직접 썼다.

('여자치고 잘 뛰네' p243)

그렇다!

스포츠 스타들의 이야기는 온통 성공한 이야기다.

기록을 깼다거나 우승을 했다거나 금메달을 땄다거나.... 등 성공한 이야기만 주목받는다.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좌절하면서 '달리기'를 해 온 저자는 남들이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한다.

영화처럼,

'로런이 좌절 속에서도 어찌어찌해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우승했다'라는 이야기는 없다.

그러나,

'로런이 좌절 속에서도 달리기를 사랑하고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법을 깨달았다. 이것이 진정한 우승이다'라는 이야기는 있다.

운동선수들의 성공 이면에 있는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들 또한 얼마나 불안하고 긴장하고 애쓰고 있는지 내면의 솔직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저자 로런 플레시먼이 이 책 속에 자신의 많은 것들을 쏟아 넣었다는 진심이 느껴진다.

지은이 ; 로런 플레시먼



('여자치고 잘 뛰네' 책날개 일부)

위 저자 소개에 잘 소개되어 있듯이

저자는 실력 있는 미국 장거리 여성 달리기 선수이다.

미국 내 다수의 달리기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2011년 대구에서 열렸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5000미터 결승에서

당시까지 미국 여성 선수로 최고 순위인 7위를 했다.

부상으로 더 이상 달릴 수 없자

작가, 건강식품 개발 판매, 코치 등 다양한 삶을 살고 있다.

책은 어떻게 쓰여 있나?


<여자치고 잘 뛰네>는 저자 로런이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로 달리기에 맞춰진 인생 이야기다.

많은 다양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때로는 구체적인 대화글로 장면을 생생히 묘사하기 하고

때로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담기도 했으며

때로는 압축해서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한다.

있었던 일을 쓰고 있으니 더 흥미 있게 느껴진다. 저자의 연애 이야기와 건강식품인 '에너지바'를 만들고 판매하는 이야기들이 정말 재미있었다.

우리나라 한국을 언급하는 부분도 있다.

달리기 선수가 다이어트를?




('여자치고 잘 뛰네' 내용 일부)

달리기 운동선수들도 다이어트를 한다!

기록이 잘 나오는 '이상 체중'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저자 로런은 건강하고 편하게 음식을 먹으면서 잘 달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선수 생활 내내 다이어트와 음식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로런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남성이 체격과 체력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보여주는 반면,

여성의 몸은 임신과 출산을 위한 준비를 한다.

책 초반에 사춘기를 지나면서 한 남학생이 달리기에서 자신을 앞서버린 이야기가 나온다.

이때 로런은 잠시 충격을 받는다. 별 노력 없이 몸이 어른으로 변하면서 자신보다 달리기에서 1분이나 더 빨랐던 남학생.

이는 오래전부터 인간 몸에 새겨진 유전자 작용이다.

이 시기 '운동을 위한 이상 체중'을 달성하는 일이 여성에게 더 어려운 이유이다.

이런 이상 체중이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말이다.

이런 무리한 다이어트는 여성 달리기 선수의 몸에 여러 이상을 가져온다. 이런 체중 관리가 과연 옳은 일인가? 저자는 의문을 제기한다.

여성 스포츠 선수가 결혼을 한다는 것은?

여성 스포츠 선수만이 아니다.

결혼은 여성이 하던 일에 제약이 되는 경우가 많다.

여성 스스로가 결혼을 선택하면서 지금껏 해 왔던 자신의 성취를 포기하거나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임신과 출산, 육아는 여전히 여성의 몫이다.

나이키에서는 여성 선수가 임신을 하면 연봉을 받을 수 없다.

유명 달리기 여성 선수가 무임금으로 스포츠 광고를 찍은 것을 로런(저자)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이 중요하고 소중한 일인데도 여성 선수에게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되는 셈이다. (이 이중적인 메시지..... 이것을 저자는 어떻게 돌파했을까? )

스포츠 분야만 그런 것은 아니다.

여성이 사회적 성취를 얻기 위해 결혼과 일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면?

로런 플레시먼은 연애와 선수 생활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여성이라면 꼭 한 번 이 책을 읽고 로런이 선택한 경험들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여자치고 잘 뛰네' 내용 일부)

로런 플레시먼의 삶의 태도

로런은 질문을 던질 줄 안다.

자신이 바라는 바,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솔직하다.

글에서 느껴지는 로런의 통찰이 달리기 선수로 오래 살아남게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삶의 태도는 로런이 달리기 선수가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었으리라 짐작하게 했다.

책 곳곳에 나타난 이런 로런의 생각을 읽는 일이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책에는 수많은 좌절과 노력과 실패가 나온다.

그때 로런이 느꼈던 감정이 무엇인지,

이런 어려움 속에서 어떻게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는지

그 태도를 읽는 데서 정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실패는 부끄럽다.

숨기고 싶고 보여주기 싫다.

이런 모습들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부상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은 어떠했는지,

선수 생활을 포기해야 했을 때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었으며,

'달리기'와 함께 결혼도 하고 사람들과 소통도 하면서 더 넓은 삶의 방식을

어떻게 만들어 갔는지

그 모든 과정들을 살펴보는 일이 <여자치고는 잘 뛰네>를 읽는 일이다.



('여자치고 잘 뛰네' 내용 일부)

'여자치고 잘 뛰네'를 읽으면서

단지, 달리기 스포츠 분야에서 만연한 남녀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그러나, 그것뿐만 아니라 더 넓게 스포츠가 '여성'에게 어떤 삶인지 알게 되었다.

나도 로런처럼 이렇게 무언가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도전해 본 일이 있는가?

로런도 달리기 선수를 하면서 항상 승리했던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좀 잘 할 때도 있고 때로는 못 할 때도 있다.

다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열심히 나아갔다.

로런의 이 말이 정말 마음에 와닿았다.

"나는 메달을 원했지만, 메달을 필요로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메달을 쫓는다는 생각이 더욱 즐거웠다. "

('여자치고 잘 뛰네' p240)

우리나라처럼 경쟁이 심하고

성공하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만연한 사회에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내 서재'에 꼭 챙겨 놓을 책 1순위

<여자치고 잘 뛰네>

('여자치고 잘 뛰네' 표지)

*글항아리 출판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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