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조선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0
정명섭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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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여기서 이야기가 끝인가?


'빙하 조선' 정말 재미있다.

('빙하 조선' 표지)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이런 상상도 가능하다니!

이번에 나온 이 책은 거대한 서사 중 그 첫 시작 같다.

이다음에 어떤 이야기들이 벌어질지, 새로운 한국 판타지 이야기가 탄생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문장이 섬세한 뛰어난 글은 아니지만,

이야기가 살아있는 글이다.

웹툰과 게임, 웹 소설을 흔히 접하고 커온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분명, 재미있게 읽고 다음 편을 기다릴 것이다.

지은이 : 정명섭

('빙하 조선' 책날개 일부)

지은이가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소재로 청소년 이야기를 쓸 수 있었을까? 궁금했다.

작가는 이력이 재미있다.

대기업에 근무했고 바리스타까지 경험한, 전혀 글쓰기와는 관계없는 일을 했다.

어쩌면 이런 이력이 남다른 글을 쓰는 바탕이 된 것 아닐까.

'빙하 조선' - 실제 조선 시대 '소빙하기'가 도래했었다.


('빙하 조선' 내용 일부)

조선 시대 어느 여름날,

만약! 갑자기 눈이 내리고 온 세상이 꽁꽁 얼어버렸다면?


이런 엉뚱한 상상이 이 소설의 시작이라고 한다!


농업을 최고로 치는 조선 사회에 갑자기 눈이 내린다.

그것도 한창 곡식이 익어갈 6월에.


그러면 수확할 곡식이 없고 순식간에 사람들은 굶주린다.


실제로 작가는 우리나라가

"17세기 중후반에 평균 기온이 2~3 도 정도 떨어져 소빙하기"(책 P205)

겪었다고 한다.


이때 안타깝게도 100만 명이 굶어 죽었다 한다.

이 역사적 사실에 작가만의 상상을 덧붙여 '빙하 조선'이 탄생했다.


한국형 판타지가 보여주는 새로운 세계


"힘이 강하고 잔인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네.

이런 세상에서 누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착하면 살아남기 어려운 건 확실해."

('빙하 조선' p98)


('빙하 조선' 내용 일부)

갑자기 모든 것이 얼어버린 세상!

생존을 위해 인간이 인간의 적이 되어버린 무법 천지 세상에서

화길이와 경혜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 개성 강한 캐릭터 >

등장인물들이 다양하지만, 각 등장인물들이 뚜렷이 구분될 만큼 성격과 사연이 제각각이다.

책을 읽어 가면서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마음속으로 쉽게 형상화할 수 있다.

이는 이야기에 좀 더 몰입할 수 있게 한다.

< 빠른 전개 >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되지만 서두르지 않는다.

할 이야기기 다 하면서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만든다.

작가가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가 대단하다.

< 조선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단어들 >

조선이기 때문에 사용되는 물건들이 있다.

'빙하 조선'이 아니었다면 '조족등'을 몰랐을 것이다.

조족등은 한자로 '발을 비추는 등'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밤에 마을을 순찰하던 군인들이 들고 다닌 등이다. 꼭 현대 손전등처럼 들고 다니는 방식이라 촛불이 박처럼 생긴 등 안에서 기울어지지 않을까 했는데 웬걸?

촛불이 조족등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 조금씩 흔들려도 제자리를 찾아가게 만들었다.

이 기술이 정말 대단하다. 우리 조상들이 가진 삶의 지혜에 감탄하였다.

이 외에도 '둥구니신'이라고 겨울 눈이 왔을 때 신는 꼭 현대 장화처럼 또는 어그 부츠처럼 생긴 신발이 있다. 이름도 참 예쁘다. '둥글다'라는 느낌이 드는 단어다. 아마 생긴 모양을 보고 그렇게 지었지 않았나 싶은데 짚으로 만든 신발 발등 부분이 이름처럼 동그스름하다.

'설피'라는 신도 꼭 작은 스키처럼 생겼다. 이렇게 지금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다시 검색해 보고 살펴보면서 우리 문화와 조상들이 가진 지혜와 기술에 감탄했다.

'급수비자' '해괴제' '면주전' '여리꾼' 등......

조선 사회로 배경이 정해지면서 등장하는 많은 단어들을 익히는 일은 배경지식도 쌓고 문해력도 높이는 시간이다.

그 시대에는 그 시대만의 언어가 있다. 이 당연한 생각이 새삼 느껴지는 '청소년 소설'이다.

이런 단어들로 우리 청소년들은 '빙하 조선을 읽으면서 조선 시대를 상상할 수 있다.

모르는 단어들로 책 읽는 시간이 방해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작가도 고려해서 (특히, 청소년층을 겨냥한 소설인 만큼) 문맥상 꼭 이해가 필요한 단어들은 글 속에서 자연스레 단어 해설을 하고 있다.

< 극한 상황 속 인간 본성 >

꼭 이렇지만은 않다. 인간의 선택은 좀 더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설마 이런 일이 생기겠어? 하는 최악의 상황도 현실에서는 진짜로 벌어진다.

극한 상황 속에서 인간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어떤 선택들을 할까?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용기를 내는가?

이런 고민들도 자연스레 할 수 있게 했다.

< 입체적 인물들 >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 예를 들면 심청은 효녀고 흥부는 착한 동생이다.

이 인물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일관되게 성격을 유지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인간들은 상황에 따라 때때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상황에 따른 인간들의 선택이 결국 그 인간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셈이다.

믿을 수 없는 불안한 현실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사람들이 선택하는 다양한 방식을 인물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는 분명히 내가 아는 세계 인식을 확장하는 일이다.

이렇게 인간의 선택을 이해하고 조망해 보는 일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책 읽기, 독서가 아닐까 한다.

('빙하 조선' 표지)

중고등 청소년을 위한 문학

공부와 일상에 빠져 살다 보면 할 수 없는 고민들을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부딪히고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역시 독서의 큰 장점이다.

올겨울 방학 청소년들이 이 책만큼은 꼭 읽어보면 좋겠다.

재미도 있고 생각할 거리도 있어서 문해력과 사고력을

확장할 수 있는 '빙하 조선'이다.

(p161, 6번째 줄에 "바르쟝"이 아니라 "타이샨"이 문맥상 맞을 듯하다.

오타가 아닐까 싶다.)

('빙하 조선' 표지)

*다산 책방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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