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 창비아동문고 333
박하익 지음, 신슬기 그림 / 창비 / 202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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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 손이 가는 책이 있다.

읽으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서 읽는 책!

<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는 그 제목만 듣고

아이가 바로 책을 가져가서 다음날 '다 읽었다'를 외쳤다.



('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 표지)

우리 집에도 산다.

도깨비폰에 홀려서 실제 생활보다 가상 세계 속에 더 빠져 사는 학생 한 명!

아이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일상을 들여다보면,

정말 다른 세계에 사는 것 같다.

실제 친구들이 아니라

스마트폰 속 누군가들과 채팅을 하고 문자와 전화를 주고받는다.

단 한 번도 만나 적 없으면서!

매일 안부를 묻고 생일도 챙기고

심지어 고민 상담도 하면서......

<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를 읽으면서,

우리 집 아이와 어쩌면 그렇게 닮았는지!

이 시대 우리나라를 살아가는 많은 초등 고학년, 중학생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모습을 좀 깨닫고 적절히 스마트폰을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다고 교훈적인 내용의 책을 절대 아니다.

오히려 재미와 감동!

두 가지를 다 잡아 전작보다 더 깊어진 내용으로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다.

('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 1편 2편 표지)

2018년,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작은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였다.

우연히 도깨비폰을 손에 넣은 주인공 지우가

도깨비폰을 사용하면서 겪는 일을 정말 재미있게 쓴 이야기였다.

이때, 도깨비폰에서 사용하는 앱 이름이

'술술술', '감쪽가튼', '달빛 각시탈' .... 등이었고

드론 택배를 '날대야'라고 표현하는 등 우리 말을 재미있게 살려 쓴 점이 인상 깊었다.

도서관에서 발견해서 한 번 읽더니

아이에게 인생 책이 되었다.

서점 구매로 이어졌고 그 뒤 몇 번을 되풀이해서 읽었는지 모른다.

아이는 아마,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를 읽으면서

그 세계 속으로 빠져들어 상상하는 시간들이 즐거웠던 것 같다.

책 마지막에도 후속작을 예고하는 듯한 느낌이 있었는데 드디어 6년 만에 후속작

<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가 출간되었다.



('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 표지)

역시 아이의 평가는 '재미있다!'

전작과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이면서 더 깊어진 작가의 사유도 느낄 수 있었다.

도깨비폰을 사용하면서 원하는 것을 다 이룰 것만 같았던 주인공 수범은

도깨비폰에 기가 다 빨려 죽을 위기에 처한다.

이런 모습은 정말 우리 아이들의 현실 모습 같다!

스마트폰을 보려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늦게까지 잠도 안 자고 생활하다 보니

괜히 피곤하고 온갖 일에 짜증이 난다.

학습도 제대로 안 되고 학교 가기는 더 싫어지고.

정말 저러다가 '좀비'가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과 안타까운 마음에 스마트폰을 금지 시키면 또 난리 난리 생난리다!

이런 모습이 바로 도깨비 아닌가?

책을 읽으면서 아마도 아이보다 어른인 내가 더 공감했는지도 모른다.

현재의 삶이 힘들다고 도깨비들 세계로 도망간다면

결국 도깨비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힘들어도 결국 내가 진짜 밥을 먹을 먹을 수 있는 곳은 바로 현실이다.

힘들어도 현실을 살아야 한다.

그냥 어떤 때는 그 시기를 잘 견디기만 해도 잘 사는 일일 때가 있다.

견디다 보면 좋은 날도 온다.

많은 아이들이 <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를 읽고 현실을 살아갈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 내용 일부)

첫 문장부터 심상치 않은 책

<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

'우리 할머니가 랩 배틀에 나갔어야 했어.'

할머니의 잔소리를 재미있게 표현한 첫 문장부터 재치가 가득하다.

잔소리 내용도 우리 일상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아 아이들이 정말 공감할 것 같다.

이야기는 뜸 들이지 않고 바로 '독갑 다리'를 증거로 내세우면서 도깨비가 등장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게 우연히 수범이는 '도깨비시장'에 들르게 되고 도깨비폰을 손에 넣게 된다.

작가의 글솜씨가 워낙 유머러스해서 글은 정말 유쾌하게 잘 읽힌다.

책은 재미있지 않으면 거들떠도 안 보는 요즘 아이들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다.

제목부터 흥미롭지 않은가?

더 깊어진 내용

전학을 와서 수범이는 힘들다.

이미 친해진 무리 속에 끼이는 일이 쉽지 않다.

게다가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인데 전학생이라는 이유로 모함을 받기까지 한다.

'외로우면 마음이 병든다.'

('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 중에서)

자신이 외로웠던 적이 있었던 수범은 친구의 외로움을 알아본다.

어쩌면 우리 모두 외로워서 스마트폰으로 도망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작가의 저 한 문장이 마음을 울린다.


('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 내용 일부)

"내가 가수가 되길 바란 거 아니야?"

('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 중에서)

수범이는 드디어 깨달았다. 자신이 노래를 잘 못한다는 것을!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할머니를 위해, 가수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래 연습을 한다.

그런데! 반전!

할머니는 수범이가 가수가 되길 바랐던 것이 아니었다!

작가는 할머니를 통해 말한다. 할머니가 수범에게 왜 노래를 그렇게 연습시켰는지.....

할머니의 그 대답이 정말 마음을 울렸다.

이것이 바로 우리 부모들이 자식을 키울 때 가져야 할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많은 아이들이 수범이가 되어서

책 속에서라도 할머니에게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분명, 많은 부모들이 표현은 못 해도 아마 할머니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공부를 하라고 자꾸 잔소리하는 것도.

할머니가 수범에게 노래 연습을 자꾸 시킨 이유는, 힘들고 지루하고 어려운 인생을 살 때,

잘 버티라고......

이런 내용에서 우리 아이들도 책을 읽으면서 감동을 받을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책은 재미뿐만 아니라 이렇게 깊어진 감동이 있다!


('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 차례)

* 그리고 드디어 1권에서 궁금증을 자아냈던

윤진사의 정체가 <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에서 밝혀진다. *

신비로운 느낌의 2권 책표지

1권 책표지가 촌스러웠다.

당시 신간이었음에도 꽤 오래전에 나온 20여 년 전 책 같은 느낌이었다.

초록빛 표지 색깔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번 2권은 보라색 표지가 뭔가 신비스러운 느낌을 준다.

산뜻하면서도 도깨비폰의 느낌을 잘 살렸다.

사각 테두리가 시리즈임을 강조하고 있고

1권 2권 같이 놓으니 1권도 그다지 촌스럽지 않아 보인다.

'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를 읽고

아이가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면

자신의 아이에게 꼭 권해줄 도깨비폰 시리즈 이야기다.

스마트폰을 주제로 만든 장편 어린이 소설 중에는 동서양을 통틀어

이 이야기가 최고다!

아이가 스마트폰에 빠져 헤어 나오고 있지 못하다면

절제가 왜 중요한지 현실의 삶이 왜 중요한지

깨우칠 수 있는 이야기로 꼭 권한다.

('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 표지)

마지막으로 예언을 한다면.

요즘 예언이 유행이던데,

나도 예언을 한다면

분명, 이 책을 가지고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누군가가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어쩌면 시리즈물이 될지도 모르겠다.

*창비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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