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트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7
설재인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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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트'

도대체 어떤 말로 이 책을 소개할 수 있을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딜리트'는 출간되지 말았어야 할 소설이다.

우리 교육 현실이 무너졌고 우리 청소년들의 삶과 미래가 절망적이고 암담하다는 것을

숨기지 않고 과감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리 사회가 건강하고 교육에 희망이 가득했다면 절대 이런 이야기는 쓰이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출간되었다 하더라도 누군가 '교육에 대해 어두운 미래'를 그린 판타지라고 생각하고,

말도 안 되지만 재미있는 그저 그런 이야기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딜리트'는 모른 척할 수 없는 소설이다.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서 10대 청소년이 있는 학부모, 선생님들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

('딜리트' 표지)

못 본 척 넘어가지 못하는 10대들을 위해서

너도, 엄마 아빠가 말했던 대로 나중에 잘 될 인맥을 만들면서 편하게 지낼 수도 있었어. 그렇지만 눈에 보였잖아. 이상한 점들이. 그걸 못 본 척 넘어갔다면 삶이 편했겠지. 그런데 너는 그럴 수가 없는 사람이고 나도 마찬가지야

('딜리트' p218)

진솔이 보았던 '이상한 점들'은 무엇을 말할까?

우리 사회에서, 우리 교육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점!

우리 교육은 학교 교실에서부터 경쟁을 조장한다.

실질적으로 고교 평준화는 이미 무너진 상태이고, 특목고 자사고 등으로 고교 입시가 부활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일반고는 이미 경쟁에서 밀린 아이들이 진학하는 곳이 되어 버렸다.

대학은 고교 1학년 성적으로 결정된다는 말은 이제 상식이다.

우정을 소중히 하고 양심을 지키고 선생님을 따르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가치 있는 것을 지향할 줄 아는 젊은이의 덕목 같은 것은 이제 교육에 없다.

줄넘기도 공부고, 그림도 공부고, 음악도 공부고, 심지어 봉사 활동마저도 능력을 평가하고 측정하는 경쟁 도구로 전락했다.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동료가 잘못하면 비난하는 것은 당연하고 친구의 사정이나 마음을 알아주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 되어버렸다.

'함께 돕는다', '같이 한다'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우리 10대 청소년들이 알기는 할까?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며 친구를 돕는 용기가 있는 아이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특히,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 중에서. 학폭도 권력층 자녀가 저지르는 경우가 많이 드러나고 있다.

이런 아이들, 이런 괴물들의 탄생에는 결국 어른들의 욕망이 숨어 있다.

아이들은 어른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래서 슬프다.

소설 '딜리트'는 이런 사회에서 살아가는 두 아이 '해수와 진솔'의 마음 아픈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딜리트' 표지)

이제 드디어 출간된 소설, 작가는?

누군가는 말해야 했다.

우리나라 10대 학생들의 마음과 현실을 알리는 진짜 이야기!

신인이 썼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신인이 담기에는 어려운 이야기일 수 있으니까.

오히려, 정말 오랫동안 이 문제를 고민하고 생각하고, 어떻게 표현할까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작가가 정말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는 것도.

또한, 10대들의 학교생활을 모르고서는 이런 이야기 절대 할 수 없는데 싶었다. 단지 지식이 아니라 정말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 말이다. 학생들과 학생들, 학생들과 선생님, 부모님 사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 의미 말이다.

역시나 작가가 외고 출신 선생님이라고 한다.

선생님이었으니 누구보다 교육 현장에서 우리 아이들을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문제의식이 드디어 이렇게 소설로 출간된 것이다.

작가가 2019년에 소설집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것을 보면, 작가로 활동한지 아직 몇 년 되지 않는다. 앞으로 작품이 정말 기대되는 작가이다.

('딜리트' 책날개 일부)

인간을 버린, 정의롭지 못한 교육 현장

'딜리트'를 통해 우리나라 교육 현장이 얼마나 망가져있는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이미 교육에서부터 차별을 가르치고 정당화한다. 다양한 이름으로 우열 학교를 편성하고 성적이 낮은 학교는 이미 낙인을 찍고 절망과 무력감을 가르친다.

실제로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직업 체험이란 이름으로 저임금 고강도 장시간 노동을 강요해서 목숨을 잃는 경우를 우리는 뉴스를 통해 아직도 종종 본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고위층 자녀가 학폭 주동자이지만 처벌은 고사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무마되고 대학을 가는 일도 종종 본다.

양심이 사라지고 정의가 무너지는 사회는 교육도 이렇게 무너져 간다.

교육이 무너지면 희망이 없다.

지금 현재 우리나라 20대가 희망이 없다.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90년생 들은 차별과 억압 속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고 자기 안으로만 침잠하는 것이다. 정말 너무 안타까운 우리나라다.

90년생 들을 이해 못 하겠다는 말들을 종종 기성세대들이 하는데

그들의 중고등학생 시절이 바로 이 '딜리트'다.


('딜리트' 중에서)

의미심장한 '딜리트'결말

딜리트의 결말은 일제강점기 '신경향파' 문학의 결말을 보는 듯했다.

계급 갈등이 모든 것을 불태우는 것으로 끝나는 결말처럼, '딜리트' 결말도 출구가 없다.

출구 없는 우리 교육 그 자체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는 듯하기도 했다.

청소년 소설답게 희망을 꿈꾸도록 끝이 나고 있지는 하지만, 진정한 결말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 가야 한다.

공부 잘하는 이기주의자들을 만들지 말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알고 기꺼이 함께 하고 나눌 줄 아는 마음 따듯한 청소년들을 만드는 교육을 하면 좋겠다.

두 아이가 함께 다닐 수 있는 학교를 꿈꾸며

분명, 많은 청소년 학부모 선생님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문제의식을 느낄 것이다.

'딜리트'를 시작으로 이제는 우리 교육의 불평등함을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왜 교육을 하는지, 우리 사회는 어떤 인재들을 만들어나가야 하는지,

정말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진솔과 해수 ... 우리에게는 둘 다 소중한 아이들이다. 10대 중학교 시절부터 굳이 차별을 가르쳐야 하나? 우정과 연대가 더 필요한 나이다.

두 아이가 함께 같은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장면은 정말 상징적인 모습이었다. 서로의 꿈을 지지해 주는 그런 교육을 우리 학교들도 다시 꿈꿔보았으면 하고 바라본다.

경쟁보다 협동과 응원, 지지를 보내는 교육을 학교 현장이 다시 찾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우리 사회 그래도 다시 교육과 희망의 씨앗을 꿈꾸며,

'다산책방 청소년 문학'

다산에서 새롭게 '청소년 문학'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는 듯하다.

의외로 청소년들이 읽을 적당한 이야기책이 잘 없다. 이런 와중에 '다산 책방'에서 정말 좋은 기획을 한 것 같다.

도서관 한국 문학 코너에 가면 어느덧 '웹 소설'류가 한 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웹 소설도 좋지만, 내가 처한 현실을 통찰할 수 있는 '딜리트'와 같은 책도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서 '다산 책방 청소년 문학' 적극 환영한다.

아래 소개된 책 중 '열기구가 사라졌다'라는 읽은 적 있는데 이 책도 감동과 재미 둘 다 잡은 멋진 책이다. 기회가 되면 꼭 읽어보면 좋겠다. 어른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딜리트' 책날개 일부와 표지)

*다산 책방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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