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이고 싶은 적 없었어
쥘리 델포르트 지음, 윤경희 옮김 / 바람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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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정말 깊다!

단 한 문장,

"여자아이이고 싶은 적 없었어"

맞다. 태어나고 자라면서 내가 여자아이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들은 언제인가?

치마를 입힐 때?

할머니가 "여자아이가 칠칠치 못하게!"라며 핀잔 줄때?

화장실 갈 때?

........

"여자아이"임을 느끼게 되는 방법이 상식적이고 차이를 인정하는 따뜻한 분위기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부당하고 불쾌한 경험에서 오는 일이라면........

'여자아이'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먼저, '아이'라는 입장에서 존중받는 것이 먼저다.

이 존중은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부딪히는 문제다.

바로 이 지점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섬세하게 삶에서 성찰하는 책이다.

우리 사회가 '여성'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여자아이이고 싶은 적 없었어' 표지)

내가 느낀 건 배신감

........

여자 혼자 아이를 돌보게

방관하는 모든 남자들에게

('여자아이이고 싶은 적 없었어' 내용 일부)

젊은 작가의 솔직한 통찰이 담긴 저 말이 얼마나 마음을 울리는지 모른다.

아직도 아이를 돌보는 일의 대부분은 여성의 몫이다.

여성들은 직접 아이를 돌보지 않는 시간에도

아이에 대해 집안일에 대해 세세하게 하루 종일 신경 쓴다.

 

('여자아이이고 싶은 적 없었어' 내용 일부)

1960년 대 작업실을 수리했을 때, 토베는 요리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주방은 필요 없다고 일러 두었다.

대신 창밖으로 바다를 볼 수 있게 층을 하나 더 올리도록 했다.

('여자아이이고 싶은 적 없었어' 내용 일부)

1983년 프랑스 생 말로에서 태어난 작가 쥘리 델포르트가 만든 이 책은

원래는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에 대해 쓰려던 것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무민'작가로 유명한 토베 얀손은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책에서)

작가 토베 얀손 또한 요리를 좋아하지 않았고

대신, 바다가 보이는 창을 냈다!

멋지다!

과감히 주방을 없앤 토베 얀손. 지금 시대에도 이런 선택을 하고 집을 짓는 것을 본 적 없는데 말이다!

100여 년 전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이 더 이상 '집안의 천사'이기를 그만두어야 한다고 말했고

토베 얀손 또한 아이를 돌보는 일에 일생을 보내기를 주저했고

이 책의 작가 쥘리 델포르트도 여성 작가로 산다는 것이 어떤 삶인지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여자아이이고 싶은 적 없었어' 내용 일부)

말하지 않는 것들은 우리 내부에서 부패한다.

('여자아이이고 싶은 적 없었어' 내용 일부)

우리나라도 결혼하지 않는 여성들이 많아지는 데는 단지 경제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지 않을까?

이 책이 우리나라 MZ 세대들에게도 많은 질문을 던지는 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자라고 요리를 잘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 사회 또한 아직도 '집안의 천사'라는 역할을 여성에게 짐 지우는 사회는 아닐지......

그래서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당함과 두려움이 결혼을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은 아닐까?

이 책 < 여자아이이고 싶은 적 없었어 >로 이 시대 여성들이 '우리 사회의 성 역할'에 대해 솔직하고

과감하게 떠들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정말 좋겠다.

 
 

('여자아이이고 싶은 적 없었어' 표지 일부)

프랑스 예술 교육이 탄생 시킨 '프랑스 그래픽 노블'

프랑스는 아동에게 예술 교육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을 탄생시킨 문화의 바탕이 아닐까?

특히 '그래픽 노블'도 유럽 중에서도 프랑스가 유명한 것을 알고 있다.

어릴 때부터 예술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몸소 체험하는 교육이 이렇게 삶을 성찰하는

철학적 내용을 담은 '그래픽 노블'들로 탄생하는 밑바탕이 된 것 같아 부럽다.

우리나라도 어릴 적 미술 학원 안 가 본 아이들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단지, 소수만이 '그림'이라는 언어를 이해한다.

왜 그럴까?

< 독특하면서 자유로운 그림체 >

솔직히, 이 책이 유럽 작가니까 출간되었지, 우리나라 작가였다면 아마 퇴짜 맞았을지도.

아니면, 우리나라 작가 중에는 이렇게 표현하는 사람이 없거나.

개인적으로는 자유로운 그림들이

작가의 솔직한 자기 고백적인 글들과 정말 잘 어울린다.

그림을 이렇게 자유로운 표현 방법으로 다루고 이해하는 그들의 문화가 부럽다.

이 책은,

그림은 그리고 싶은데, 잘 못 그려서 안 그린다는 사람에게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다.

나도 이렇게 생각을 그림과 글로 표현해 보아야겠다는 결심이 절로 들 것이다.

('여자아이이고 싶은 적 없었어' 표지)

당신이 만약 여성인데, 결혼을 했는데 요리를 좋아하지 않아서 고민인가?

토베 얀손과 이 책의 작가는 말한다.

고민하지 말라. 그 모습이 당신이라면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고.

지금은 느끼는 대로 말하고 떠들면서 새로운 대안을 찾아가야 하는 시대이다.

이 시대를 살아갈 젊은 여성, 특히 우리나라 2030 여성들은 반드시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먼 나라에서 들어온 책이지만

책에 드러난 문제의식은 누구보다 더 많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결혼하지 않으면 출산하지 않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상황은

작가가 살고 있는 외국 어느 나라보다 더 어둡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자아이이고 싶은 적 없었어'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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