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것에 관하여 병실 노트
버지니아 울프.줄리아 스티븐 지음 / 두시의나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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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것에 관하여 병실 노트' 표지)

고전적인 책의 모습 '정말 멋지다'

책 자체가 정말 클래식하고 진짜 예스럽다!

새해에 장만하는 다이어리 크기에, 145여 쪽 되는 적은 분량과 고급스러운 양장 제본으로

책 그대로가 정말 아름다운 책이다.

가방 속에 넣고 다니기 좋고

어디서든 간단히 읽기 좋고 책으로 연출하는 모든 상황에서 멋진 소품이 되는,

손에 들고 카페에서 사진 찍으면 영화가 될 것 같은 멋스러운 책이다.

이런 책은 읽지 않아도 좋다.

박문호 박사님 말대로

'책은 사는 것'

요즘 이렇게 클래식하게 만드는 책, 참 드문데.

이런 책은 그냥 사 두는 책.

 

('아픈 것에 관하여 병실 노트' 표지)

더불어 내용도 클래식하다.

'100년이 지나도 읽힐 것이다'

('아픈 것에 관하여 병실 노트' 차례)

< 책의 구성 >

독특하고 재미있는 구성이다.

버지니아 울프와 그의 어머니의 글을 함께 실었다.

제1부 '아픈 것에 관하여'는 버지니아 울프가 쓴 에세이

제2부 '병실 노트'는 버지니아 어머니가 쓴 실용적인 간병 방법

차례를 보면 이 두 편의 글 뒤로,

그들의 글들을 각각 분석하고 해석한 내용을 주석으로 싣고 있다.

버지니아의 어머니, 줄리아 스티븐의 '병실 노트'

 
 

('아픈 것에 관하여 병실 노트' 내용 일부)

버지니아의 어머니 '줄리아 스티븐'은 병간호를 정말 잘하고 많이 하신 '집안의 천사'였다.

버지니아는 여성이 글을 쓰려면 '집안의 천사'를 그만두어야 한다고 했지만,

그의 어머니는 기꺼이 '집안의 천사'였다.

많은 사람을 간호하면서

세심하게 목욕하는 법부터 양초 끄는 법, 병문안 오는 사람 대처법 등에서

마지막 환자의 죽음에 이르러 간호하는 사람이 지녀야 하는 태도까지 잘 적고 있다.

당시 간호할 때랑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요즘은 간호에도 문명의 이기 덕을 많이 보고 있다.

지금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당시로서는 세심히 신경 써야 할 일.

예를 들면, 음식 온도를 적절히 유지하는 일, 음식을 데우는 일 등이 간호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양초 끄는 법을 말할 때는 100년이 지난 지금도 공감이 갔다.

양초를 끌 때 매캐한 연기가 많이 난다.

그 연기가 나지 않게 양초 끄는 법을 가르쳐 주는데 이는 현대에도 꿀팁!

'부스러기'에 대한 글은 여러모로 놀라웠다.

우선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 문제를 말했다는 점.

병간호를 하는 여성들이면 누구나 공감하지만, 아무도 쓰지 않기 때문에 사라지는

이런 내용들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많았을까?

또, '부스러기'에 대해 줄리아가 얼마나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 글을 통해 단번에 알 수 있었는데

이는 병간호를 직접 오랫동안 해 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내용이다.

문학적으로

남들이 신경 쓰지 않는 소재, 이야깃거리를 글로 쓴다는 것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줄리아 스티븐의 딸 버지니아 울프가 쓴

'아픈 것에 관하여'

 

('아픈 것에 관하여 병실 노트' 내용 일부)

짧은 에세이인데도 버지니아의 문학적인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글이다.

버지니아는 말한다.

'사랑, 전쟁, 질투 같은 문학의 굵직한 주제들에 왜 질병의 자리는 없는지'(책 p17)

그래서 과감히 버지니아는 '아픈 것에 관하여' 말한다.

'대중은 독감을 다룬 소설을 플롯이 결여됐다고 말하고 그 안에 사랑이 없다고 투덜대겠지만 틀린 말이다'(책 19)

그러고는 병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면서 병에 등장하는 질투와 영웅과 악당은 재치 있게 묘사한다.

아프면 우리는 어떤 상태가 되는가?

버지니아는 특유의 섬세한 감성으로 아픈 상태에서 성찰하는 것들에 대해 말한다.

동정심, 식물, 시인, 경솔, 갑작스러운 죽음 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우리도 버지니아처럼 남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작다고 지나치는 것, 일상으로 겪는 일 등에서

의미를 찾는 글을 자유롭게 써 보는 용기를 가지면 좋겠다.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으로 유명한 '버지니아 울프'

여성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오랫동안 '글쓰기'조차도 남성들의 일이었다.

글쓰기로 남지 않는 일은 인류가 기억하지 못한다.

'사건' 또한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는 '버전'이 된다.

남성들이 쓴 글이 남으면서 '사건'도 어쩌면 반쪽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지금 인류에게 전해진 건지도 모른다.

<자기만의 방>은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쓰고 있다.

그때 버지니아의 고민은 지금 글을 쓰는 여성 작가들에게 그대로 이어지고 있고,

이 책, < 아픈 것에 관하여 병실 노트 >에서도 버지니아 울프의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에 나온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을지도.

< 목마와 숙녀 > - 박인환 -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

(생략)

 
 

('아픈 것에 관하여 병실 노트' 표지와 속표지)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을 말할 자유

모든 소수의 이야기는 역사적으로 묻힌다.

내가 작고 초라하고 가진 것 없고 게다가, 가난하다면 글을 써야 한다.

이런 이야기는 나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100년이 지나도 살아남는 것은, 바로 우리에게 이런 용기를 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은 다르다.

그러니 글을 쓰기 위해 책을 많이 읽어야 할 필요도 없다. 버지니아의 어머니 '줄리아 스티븐'이 '병실 노트'로 보여주고 있다.

양장으로 된 겉표지만 멋진 책이 아니라

내용 또한 지금도 여전히 우리를 도발하고 있고, 용기를 내서 선입견과 편견과 맞서 싸우고, 자기 삶에 혁명을 꿈꾸라고 말하고 있는 상징적인 책이다.

어디든 가지고 다녀도 '폼'나는 이런 책이라면 MZ 세대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남들이 말하지 않는 이야기에 목소리를 내는 작가로 버지니아는 어느 시대를 살든 그 시대 소수를 위해 영원히 읽힐 것이다.

('아픈 것에 관하여 병실 노트' 표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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