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이스 닌 : 거짓의 바다에서
레오니 비쇼프 지음, 윤예니 옮김 / 바람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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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

"매년 1월 말에 프랑스 작은 마을 앙굴렘에서 열리는 출판 만화 축제라고 한다. 1974년에 처음 시작되었고 평균 20만 명이 찾는다. 프랑스 5대 국제 문화 행사 중 하나이다. "

('다음' 인터넷 검색)

'아나이스 닌' 은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서 '야수상'을 수상했다. 야수상의 의미를 잘 몰라 검색을 했는데, '야수상'은 잘 찾지 못했고, '황금 야수상'은 최고의 작품상을 뜻했다. '황금 야수상'을 이 책 표지에서 그냥 '야수상'이라고 적은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국제적인 만화 축제에서 상 받은 작품이다.

 

('아나이스 닌' 표지)

'무지개 색연필'로 만화 그림을 그리다니!

진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아래 그림들은 모두 '아니이스 닌' 책 안에 모두 담긴 그림들이다.

이 그림들에 쓰인 재료는? 바로 색연필!

그중에서도 특히, 문구점에서 어린아이들에게 파는, 우리나라 말로, '무지개 색연필'!

바로 이 재료를 사용해서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들을 그렸다는 점에 감탄 ~~~~

정말 놀라웠다.

 
 

('아나이스 닌' 중에서)

아래 그림을 보면 '무지개 색연필'로 그린 드로잉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드로잉 선의 색깔이 한 선 안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전체적으로 그림이 화사해 보인다.

(*무지개 색연필이 뭐냐면, 한 연필 안에 다양한 색깔을 섞어 놓은 색연필을 말한다)

('아나이스 닌' 중에서)

진짜 놀라웠다. 이 책의 작가 '레오니 비쇼프' 가 '색연필'이라는 재료를 선택했다는 것이.

왜?

아이들이 좋아하고 많이 사용하는 가장 가벼운 재료가 색연필이다. 아이러니한 재료이다.

책의 저자가 그림으로 표현해야 하는 내용은 절대 어린이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아나이스 닌'의 내면과 일상을 표현하는데 '색연필'을 떠올렸다는 점은 우리나라 작가에게서는 좀처럼 나올 수 없는 용기, 창의성이다.

그것에는 '프랑스'라는 환경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였다면 색연필로 그린 '만화'가 인정받았을까?

프랑스 만화를 '그래픽 노블'이라고 하며 예술성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를 알겠다.

(*그래픽 노블은 '그림 소설'쯤으로 해석해 보았다. 결국 소설이라고 인정한다는 프랑스 사회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아나이스 닌' 중에서)

프랑스 '그래픽 노블' - < 아나이스 닌 >

프랑스 그래픽 노블의 표현력 가득한 그림들을 '아나이스 닌' 작품에서도 느낄 수 있다.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단순하게,

배경을 이용해서 등장인물의 내면을 드러내고, 몇 가지 상징적 그림으로 감정을 절제하며 표현했다.

움직임이 자유로운 드로잉 선도 인상 깊다.

'아나이스 닌' 한 권 안에 이야기의 흐름과 등장인물의 내면에 따라

표현되는 그림들이 굉장히 다채롭고 풍요롭다.

이렇게 풍부한 표현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정말 가치 있다.

글을 그림으로 표현해야 하는, 그림 작가들의 고민은 바로 이런 것일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 내용을 풍부하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바로 이 점에서 '아나이스 닌'은 정말 훌륭한 작품이다.

이것은 단지, 글 작가가 의뢰한다고 탄생할 수 없다.

즉, 매뉴얼이 정해져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이런 작품의 탄생은 그림 작가의 해석과 열정과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작가가 누굴까?

어떤 애정과 관심으로 이 작품 '아나이스 닌'을 탄생시켰을까?

그래픽 노블, '아나이스 닌'의 저자 일러스트레이터 '레오니 비쇼프'

 

('아나이스 닌' 중에서)

< 드디어 7~8년 만에 탄생한 '아나이스 닌' >

"저자는 대학 시절 '아나이스 닌'의 일기를 접하고 가슴을 울리는 무언가를 느낀다. 그 '마법'을 다른 이들과 나누기 위해 작가의 일대기를 기획하고 작업에 착수했지만 잘되지 않아 그대로 두었다.

그러다 7~8년이 지나서 다시 작업을 했고 지금의 '아나이스 닌'이 탄생했다. "

('아나이스 닌' 중 옮긴이의 말 일부 인용)

작가 비쇼프가 이 책에서 다룬 아나이스 닌의 삶은 1930년대 초반, 즉 아나이스 20대 후반의 나이대라고 한다.

이 시기 아나이스는 예술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방황하며 자신만의 표현 방식과 정체성을 탐색하는 시기였다고 한다. ('아나이스 닌' 옮긴이의 말 중에서)

왜 이 시기를 작가 비쇼프는 선택했을까?

방황하는 아나이스의 모습에서 비쇼프 자신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품 '아나이스 닌'이 풍부한 표현력을 가진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비쇼프가 감동을 받고 전하고 싶었던 '아나이스 닌'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아나이스 닌' 표지와 속표지)

'아나이스 닌' - 누구인가?

< 헨리 밀러 >

'북회귀선'이라는 작품을 아는지!

실제 책이나 영화를 본 적은 없는데 엄청 외설스럽다고 한창 떠들썩했던 작품이다.

그 '북회귀선'을 쓴 미국 작가 헨리 밀러, 그 헨리 밀러의 연인으로 등장한다.

책은 '아나이스 닌'의 일기를 통해 아나이스의 입장에서 그 관계 또한 그리고 있다.

북회귀선이 헨리 밀러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말이 있던데 그럼 이때의 아나이스와의 관계를 소설로 그려냈던 것일까? 아무튼 헨리는 자유분방한 '성'을 말한 작가로 알려져 있었다.

분명 '아나이스'가 헨리 밀러에게 영감을 주고 자극을 주었던 것은 사실인 거 같다. 우리가 소설을 읽을 때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그 소설에 담긴 태도, 열정, 마음도 같이 읽어내기 때문이다. 헨리의 글 안에 분명 '아나이스'와의 관계를 통한 그 열정이 녹아들었을 테니까.

헨리 밀러는 그런 삶을 살고 예찬해도 된다.

바로 이점에서 안타깝지만 여성과 남성이라는 사회적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 여성의 사회적 지위 >

'아나이스'가 살았던 1900년대, 20세기 초반은 아직 여성에 대한 사회적 권리가 많이 보장되지 못했던 시기이다. (아나이스 출생 연도는 1903년 이다)

"여성이 단두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면 의정 단상에 오를 권리도 있다"('다음' 검색에서)

프랑스 여성 극작가 올랭프 드 구즈가 1791년 주장했던 이 여성 참정 권리가 프랑스에서는 1944년이 되어서야 인정된다. (스위스는 1971년이다! 놀랍다. 생각보다 늦어서)

'아나이스 닌'을 읽으면서

아나이스를 대하는 주변 남성들의 태도를 보면, 당시 여성의 지위가 어땠는지, 남성이 여성을 보는 인식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대강 짐작할 수 있다.

거의 100년이 지난 오늘날 프랑스 여성의 삶을 본다면 아나이스는 어떤 생각을 할까?

< 아나이스 닌의 일기 >

이런 사회에서 자유분방한 예술적 감각을 가졌던 '아나이스 닌'은 여성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했을까?

'아나이스 닌'은 일기를 썼다!

일기는 아나이스에게 자신의 분신, 또 다른 자아이며 상담사이며 치료사였다.

그 일기를 통해 보는 '아나이스'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프랑스 그래픽 노블 <아나이스 닌>에 담겨 있다.

난 자기 생각이 있는 여자를 만나본 적이 없어요

('아나이스 닌' 중에서)

제 글을 읽은 남자들은 모두 제 글쓰기를 바꾸려고 했죠.

남자처럼 글 쓰는 데는 흥미 없어요

('아나이스 닌' 중에서)

< 일기를 통해 보는 '아나이스 닌'의 삶 >

솔직한 '아나이스'의 모습에서, 또한 일기라고 하니까

남의 숨겨진 인생 이야기를 이렇게 훔쳐봐도 되나 하는 죄책감(?)이 살짝 든다.

그러니 그녀의 인생을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아나이스는 자신의 욕망대로 자신의 생각대로 살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 인생이 실패이든 성공이든 자신의 생각으로 선택해서 살아 나갔다는 그 자체가 주는 감동이 있다.

누구도 '아나이스'처럼 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엄마가 되기 보다 '연인'이 되기를 선택한 아나이스가 인상 깊다.

아나이스는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남성들이 주장하는 거처럼 엄마가 되지 않아도 돼! 엄마가 될지 아닐지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 또한 여성에게 있는 거야!'

< 아나이스 닌의 남편 '휴고' >

아나이스의 남편 '휴고'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아나이스 최고의 행운은 '휴고'이다. 남편의 이해 덕분에 경제적인 걱정 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이런 행운은 요즘 사회에서도 찾기 힘들다.

아나이스가 글 쓰는 것을 지지하고 문인들과 어울리는 것도 이해해 주고 용서해 주고.....

최고의 1등 신랑감이다.

아나이스도 휴고 덕에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아나이스는 절대 휴고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아마, 인생의 끝까지 같이 할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아나이스 닌' 표지 일부)

'아나이스 닌' 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샤넬이 청소년기를 보낸 수녀원에서 수녀들이 말했다고 한다.

"여성들도 직업을 가져야 한다. 어쩌다 아이를 가져서, 애를 키우기만 하면서 인생을 보내지 말라고. "

아나이스도 애만 키우면서 인생을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프랑스 그래픽 노블 '아나이스 닌'은 거의 100년 전 살았던 한 여성의 고민과 생각과 삶을 엿볼 수 있는 아름다운 책이다.

우리 모두는 분명 '아나이스'처럼 살 수는 없지만, 그가 고민했던 지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있다. 아나이스가 살고 싶었던 삶을 100년이 지난 우리는 살고 있는가?

한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한 시대를 먼저 살다간 프랑스 여성 '아나이스 닌'의 삶을 엿보면서 지금 우리 여성들의 삶을 생각해 본다.

('아나이스 닌' 표지)

(청소년들이 읽기에는 지도가 필요한 성적인 장면들이 다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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