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마이어 - 보모 사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현상하다
앤 마크스 지음, 김소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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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셔터를 눌러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

대상을 파악하고 사진을 찍는 데까지 불과 1초!

어린아이와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을 둔 거리의 사진가!

- 비비안 마이어 -

 

('비비안 마이어' 표지)

생각지도 못했던 비비안과의 엉뚱한 교류에서 나는 아이비리그에서 배운 것보다 훨씬 더 풍요로운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비비안을 만나면서 이민자들에 대해, 함께 살아가는 다른 인종에 대해, 어린이 복지와 공공 주택에 대해 배웠죠. 살면서 처음으로 네덜란드 이민자들의 농장에, 1번로에 있는 영지에, 뉴욕시 문서 보관소에, 스타이타운에, 프레시 폰드 화장터에, 퀸즈의 수많은 거주지에 가볼 수 있었고요. 외제니와 잔 덕분에 내가 알게 되리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상류층의 삶도 엿볼 수 있었답니다. ......

('비비안 마이어' p435, 책의 저자 앤 마크스가)

이 책 '비비안 마이어'는 앤 마크스가 6년간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쓴 비비안 마이어의 '전기'이다.

보모 사진작가로 알려진 비비안. 그는 누구인가? 어떤 삶을 살았던가?

그에 대한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아 글을 쓰는데 상당히 어려웠다고 하는데 결국은 성공했다.

책을 통해 그가 어떤 삶을 살았고 누구였는지 이해할 수 있다.

글은 비비안을 솔직하게 나타내기 위해 노력했다.

비비안을 과장해서 천재성을 찬양하지도 않고,

쓸데없이 동정하지도 않고 (괜히 비비안을 불쌍하게 만들지도 않고)

어두운 면, 부도덕적인 면, 이해할 수 없는 면도 숨기지 않고

비비안을 만나 본 사람들의 증언과 남겨진 자료들을 토대로 있는 그대로 비비안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다.

한 인간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과정을 꼭 경험해 보았으면 좋겠다.

올해 최고의 책 중 한 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전도( ~~ 2022. 10. 28까지) 열리고 있다고 한다.

좀 더 깊이 전시회를 관람하고자 한다면 이 책을 읽고 가는 것은 필수!

(그러나 그냥 가도 분명 그의 사진들에서 감동을 받을 것이다.)

'비비안 마이어'의 발견 - 비비안의 사진이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비비안 마이어'에서 읽고 정리함)

 
 

('비비안 마이어' 표지)

2007년, 존 말루프는 당시 집필하던 책에 실을 만한 사진이 있을까 싶어 경매장을 찾는다.

그때, 말루프는 상자 속 어느 무명 사진작가가 찍은 네거티브 필름과 사진이 아주 특별하다는 사실을 직감한다. 그 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무명 사진작가의 사진들을 구매하고 모았다.

전문 지식을 갖춘 사람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처음 20장 남짓한 사진을 인터넷에 공유한 순간, '비비안 마이어'는 세상에 신화가 되었다.

존 말루프와 또 다른 구매자 제프리 골드스타인은 비비안 아카이브(기록 보관 집, 기록 보관소)를 준비해 나갔다.

2014년 겨울, 이 책의 저자 앤 마크스 또한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들에 사로잡혔으며 수수께끼 같은 비비안에 대해 호기심을 느꼈다. 결국, 존 말루프와 제프리 골드스타인의 요청과 도움으로 6년에 걸쳐 자료를 수집, 드디어! '비비안 마이어의 전기'를 이렇게 출간했다.

비비안은 사진에 정보를 거의 적어두지 않았기 때문에 비비안과 교류한 사람들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중략)

6년 동안 비비안 가족의 기록을 셀 수 없이 살피고, 비비안의 모든 작품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뉴욕과 캘리포니아, 시카고를 누비며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프랑스 알프스 지역을 방문하고, 말루프가 영화를 찍으려고 모은 광범위한 자료를 검토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비비안 마이어의 전체 모습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비비안 마이어' p21~22)

 

('비비안 마이어' 표지)

책의 형태 - 멋진 양장본!

불가능한 일을 이렇게 멋지게 해낸 앤 마크스 저자의 6년간의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

이런 노력으로 책에 나온 비비안에 대한 이야기들은 자료와 사람들 인터뷰를 바탕으로 매우 근거 있게 쓰여 있다. 설명에 필요한 사진들도 충실히 싣고 있다.

사진을 많이 싣고 있어서인지, 책은 양장으로 속지는 매끄러운 종이를 사용하고 있다.

미술책들이 그러하듯이.

책에 들인 정성만큼 세대를 넘어 어른이면 누구나 읽어도 좋기 때문에

두고두고 자녀들에게 물려줘도 아깝지 않을 책이다. 덤으로 비비안의 사진도 간직하는 셈이고.

< 책의 저자 - 앤 마크스 >

('비비안 마이어' 책날개 일부에서)

영원히 묻힐 뻔한 '비비안 마이어'의 삶과 사진들

('비비안 마이어' p25)

 
 
 

('비비안 마이어' 내용 일부)

< 고흐와 닮은 예술가 >

존 말루프는 2007년 경매에서 '비비안 마이어'를 처음 발견하고 그가 누구인지 인터넷을 모두 뒤졌지만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2009년 4월이 되기 며칠 전, 시카고에 난 부고를 보고 '비비안 마이어'란 이름을 찾게 된다. 그 이름을 발견했을 때, 존 말루프는 얼마나 들떴을까? 부고를 낸 가족에게 연락하면서 비비안의 존재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시대를 잘못 만난 예술가는 죽고 난 뒤 명성을 얻는 것이 운명인가?

사람들이 비비안의 사진에 열광하기 시작했을 때, 비비안은 조용히 생을 마감하고 있었다.

안타깝다.

비비안이 자신의 사진들을 사람들이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어땠을까?

비비안의 이야기가 비비안의 사진이다.

그렇다면,

신은 비비안에게 고흐처럼, 예술을 주는 대신 평범한 삶을 가져간 것일까?

죽고 난 뒤 명성을 얻은 점이 고흐와 닮았다.

책에서 비비안도 고흐를 언급하며 그것이 예술가의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언급한 대목이 있다.

<비비안은 행복했을까?>

당연하다.

비비안은 끝까지 자신의 방식대로 삶을 살았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산다고 자유롭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여러 제약이 있었지만 비비안은 삶의 마지막까지 자신의 느낌대로, 자기 자신의 모습대로 살아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비비안 이야기'에서 감명받는 점은 바로 그 점이다.

내 삶이 힘들고 지치더라도 끝까지 살아내는 것! 주관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그것은 굉장히 중요한 삶의 태도이다.

<비비안 사진이 존 말루프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 >

영원히 사라졌을 것이다.

아니면 여기저기 흩어져서 그 흔적만 몇몇 사진작가들의 소장품으로 계속 떠돌았을 것이다.

아주 맨 처음 비비안의 사진 두어 장을 인터넷에 올린 사람은 '슬래터리'였다. 그러니까 맨 처음 대중에게 비비안의 사진을 알린 사람은 슬래터리인 셈이다.

초기 비비안 사진들을 보고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중 존 말루프도 있었다. 자신이 경매에서 산 사진을 몇 달 뒤 열어보고 감탄하게 된다.

결국은 존 말루프의 열정에 슬래터리도 자신이 갖고 있던 비비안 사진을 존 말루프에게 판다. 존 말루

프는 그렇게 비비안의 사진들을 모은다.

처음에는 이 무명작가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2011년 1월 시카고 문화 센터와 함께 첫 전시회를 열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최대 소장자였던 존 말루프는 거의 10년의 세월을 투자하면서 대부분 인화되지 않았던 비비안의 필름들을 인화하고 목록을 작성하고, 전시 판매도 하면서 비비안의 사진을 알렸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2019년, 비비안의 마지막 남은 필름은 인화하고 정리해서 많은 소장품과 빈티지 프린트 대부분을 시카고 대학교에 기증했다.

"2014년이 되면 보모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는 누구나 아는 이름이 된다."(책 364)

그러나 이 유명세가 단지 존 말루프 한 사람의 열정 때문만 일까?

아니다.

보는 순간, 느껴지는 비비안의 사진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비비안은 사진에 무엇을 담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할까?

비비안 마이어는 어떤 삶을 살았기에 인화하지도 않은 그 많은 필름들을 남겼을까?

이 책은 그것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제시해 준다.

우리는 왜 비비안의 사진에 열광하는가?

 

('비비안 마이어' 차례와 내용 일부)

< 비비안의 사진이 주는 감동 >

우리가 '비비안'에게 열광하는 것은 비비안이 담아내는 인간에 대한 따듯한 시선,

숨기지 않는 피사체의 내면을 한순간 포착하는 시선 때문이다.

카메라의 기술적 문제를 잘 파악하고 잘 활용할 줄 알았던 것은 기본이고

남들이 관심 가지지 않는 대상들을 자기 식대로 담아낼 줄 아는 눈을 가졌다.

예민하게 사진 프레임을 구성할 줄 알았고 쓰레기나 철근 등 산업 생산물들에서도 아름다운 패턴을 볼 줄 알았다.

거리 사진의 거장 '조엘 마이어로위츠'는 비비안의 사진을 두고 말한다.

"비비안의 사진에는 장악력이 있고 순간을 포착하는 힘이 있으며, 유머와 통렬함, 비극 그리고 완벽한 타이밍까지 모든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략)

비비안의 사진을 볼 때마다 나는 그곳에서 독창적인 지성을 느끼는데, 그건 당연히 본질적인 것이지, 부차적인 것이 아닙니다."

('비비안 마이어' p391~392)

< 비비안의 삶 >

비비안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 책의 주요 내용들

비비안이 성취한 사진의 특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사람들은 비비안을 이해하고 싶었다.

앤 마크스 저자는 비비안의 할머니 '외제니'의 어린 시절 가족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부록을 포함해서)

1. 할머니 외제니에서 어머니 마리, 비비안의 어린 시절로 이어지는 가족의 역사

2. 비비안이 어머니로부터 독립해서 보모 일을 하면서 사진을 찍은 비비안의 역사

3. 비비안 사후, 비비안을 찾기 위한 노력들, 비비안의 사진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

책 '비비안 마이어'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베일에 가려져 있던, 숨은 보모 작가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전기이다.

('비비안 마이어' 표지)

*부록에는 숨은 비비안을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비화'로 나온다.

작은 단서 하나를 찾기 위해 고전분투하는 작가의 모습은 탐정을 보는 것 같다.

찾은 정보의 95%는 조사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런 노력으로 탄생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두 번 다시는 아무도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비안 마이어'의 전기를 읽으면서.......

<비비안은 천재 사진작가인가?>

우리가 비비안의 사진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시대를 살다간 비비안은 우리 자신들의 또 다른 모습이다. 

내가 만약 비비안과 같은 조건과 상황에 처했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 수많은 선택들 속에서 비비안은 '롤라이 플렉스'를 선택했고 카메라로 세상과 대화하는 삶을 살고 싶어 했다.

남들이 못 보던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낼 줄 알았고,

카메라로 세상과 가까워지고 싶었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비비안. 

차갑고 자신을 절대 드러내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인간에 대해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을 가졌던 사진작가.

그 아이러니함이 더 마음 아프게 느껴지는 그의 전기 '비비안 마이어'이다. 

비비안의 사진 전시회는 안 봐도 이 책은 꼭 읽어 보면 좋겠다.

끝까지 자신의 삶에 충실했던 비비안 마이어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모두 자신의 삶에도 용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비비안 마이어' 표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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