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파괴할 힘
이경희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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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눈을 떠. 혁명의 시간이 왔어"

('모두를 파괴할 힘'에서)

('모두를 파괴할 힘' 표지)

지은이 ; 이경희

 
 

('모두를 파괴할 힘' 표지와 책날개 일부)

작가의 책으로 처음 접했던 작품은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다산북스)였다.

우리나라 SF 소설이 이렇게 새롭고 재미있다니!

한국 SF 소설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이 책에 실린 '살아 있는 조상님들의 밤' 작품의 멋진 상상력이 놀랍다!

지극히 한국의 현실에 바탕을 두면서도 SF 적이라 너무나 독특해서 이 작품을 잊을 수 없다.

이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가가 이번에 새로 책을 출간했다. 읽지 않을 수 없다.

'이경희'작가의 작품이라면!

(이름을 보고 여성 작가인 줄 알았다. 이름을 지어 주신 분이 아버님이시라면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은 어쩌면 유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옛날 편견 없는 자유로운 사고가 이름 짓기에 드러난 것 아닐까? 아버님의 자유로운 사고가 작가에게 이어진 것일지도.)

작가가 '이경희'라면, 560여 쪽이나 하는 두꺼운 작품이지만 괜찮다!

오히려 두꺼운 두께가 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우리를 어떤 멋진 상상의 세계로 초대할까?

내친김에 작가의 'SF,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도 읽었는데

SF 소설을 읽어 왔던 저자의 경험들과 작법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만약 SF 소설 작법에 관심 있으신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모두를 파괴할 힘'을 읽고 나서

 

('모두를 파괴할 힘' 표지)

혁명을 꿈꿔 본 적 있는가?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 세계를 바꾸고 변화시키는 꿈을 꿔 본 적 있는지.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조금이나마 애써본 적 있는지.

아니면 바꿀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상상해 본적도 없는 것은 아닌지

'혁명'을 둘러싼 우리의 생각과 경험은 세대마다 개인마다 다르다. 

그 혁명을 꿈꿔 본다! '모두를 파괴할 힘'을 통해.

문장이 짧고 글도 어렵지 않다. 재미있게 잘 읽힌다. 

현실에 바탕을 둔 SF 소설이라 고민할 수 있는 질문들도 많다. 

'뫼비우스 띠'와 같은 이야기 구성

작가도 경고하고 있다. 절대 뒤를 돌아 보아서는 안된다. 책 뒤를!

처음을 읽다가 너무 궁금한 나머지 마지막 장으로 바로 달려가는 독자들에게 경고를 날리고 있다.

정말이다.

읽기로 마음먹었다면 끈기 있게 읽어 보길.

처음의 이야기는 마지막과 연결되어 있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마지막 이야기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구조.

이 구조가 정말 인상적이다. 이 구조 때문에 이야기를 계속 읽어나가게 만든다.

지루한 부분들이 있다. 그 부분들을 참고 계속 앞으로 읽어 나가게 만드는 동기기 된다.

"그래서 과연 이 이야기의 끝은 어디인가?"

계속 떠올렸던 호기심이었다.

책은 총 4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3부까지 분량이 많고 4부는 이야기의 마무리.

글은 어렵지 않기 때문에 편하게 하루 1시간만 투자하고 읽는다면 두께에 대한 부담감도 덜 수 있다.

좀처럼 볼 수 없는 실험적 시점

- 2인칭 시점 -

시점의 변화가 특이하다. 

1부는 대체로 3인칭 시점으로 글이 진행된다. 이해하기 쉽다. 흔한 소설의 시점이니까! 

2부에서부터 2인칭 시점으로 글이 진행된다. 중간중간에 3인칭 시점도 섞이면서. 

2인칭 시점의 대표적인 글이 '편지글'이다. 

누군가 듣는 대상이 있고 그 대상을 향해 말하듯이 소설을 쓰고 있다. 

누가 말하고 있나? 누가 '너' 또는 '너희들'이라고 지칭하는 것일까? 

라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서 책을 계속 읽게 만드는 동기가 된다. 

이 사람의 정체가 거의 소설의 끝에 가서 나온다.

그러니 중간에 절대 포기하지 말기를! 

처음 1부가 아니라 2부에서부터 이 시점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점도 영리한 전략이다. 

왜냐하면 지금껏 읽은 것이 아까워서라도 꼭 끝까지 읽으라고 이렇게 권하기 쉽기 때문이다. (ㅎㅎ)

마지막 반전은 괜찮다.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다소 실험적인 시점이라 

익숙해지기 전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중간에 책 읽기를 포기하는 독자가 나오지 않을까 조금 걱정은 된다. 

 
 
 

('모두를 파괴할 힘' 내용 중에서)

혁명의 이유

아마 한국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능 때문인 모양이다.

방사능에 노출되어 인간의 유전자가 변형되었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인간들이 가지지 못한 초능력을 얻게 되었다.

이들을 '데비안트'라고 부른다.

데비안트들의 조절되지 못하는 힘은 보통의 인간들을 위협했다. 그래서 데비안트들에 대한 차별이 당연시되었다. 일제 식민지 시절, 일제가 한국인을 핍박했던 것처럼.

데비안트들은 이런 사회를 바꾸고 싶다.

데비안트들도 보통의 인간처럼 교육받고 취업하고 일하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이들의 혁명은 성공할까?

시작은 달에서......

주인공 '화경'은 우주선 수면 캡슐에서 잠을 깬다.

게다가 맨 처음 마주친 것은 우주복을 입은 남자의 시신이었다.

화경은 왜 이곳에 있을까?

기억을 더듬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작가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작가는 떠올렸다고 한다.

세상의 약자들에게 핵무기와 같은 힘이 생긴다면!

그럼 세상은 좀 더 약자들을 배려하는 곳으로 바뀔까?

바로 이 아이디어로 거대하고 두꺼운 이야기들을 만들었다니 대단하다.

작은 아이디어가 이야기가 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책이다.

결론 또한 뻔한 마무리는 아니다.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이 돌연변이 인간들을 만들었다는 비밀을 폭로하고 발전소를 폐쇄한다는 다소 진부한 이야기들을 떠올릴 수도 있는데, 아니다.

이 책은 데비안트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만들었다.

'데비안트'란 누구인가?

이 계층을 확장해서 생각해 본다면 우리 사회의 소외된 약자들을 대변하는 인물들로 상징화한 것이리라 짐작할 수 있다.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경제적 약자, 저소득층 ..... 등등.

이들에게 세상을 바꿀 강력한 힘이 생긴다면?

우리 사회에서 거대한 담론을 말하는 소설은 잘 없어서 이야기는 신선하다.

전 지구인이 이야기의 등장인물이다.

프랑스인, 미국인, 일본인, 중국인, 심지어 로봇까지 등장한다.

감히, 우리 시대에서 혁명을 꿈꿔보지 못한 젊은 세대들이 많이 읽어 보면 좋겠다.

 
 

('모두를 파괴할 힘' 표지 일부)

'모두를 파괴할 힘' 은

작가가 죽기 전에 꼭 한번 써 보고 싶었던 작품이 아니었을까?

라고 짐작해 본다.

왜냐하면 서사도 물론 흥미 있지만,

서사보다는 어떤 하나의 세계를 보여주고, 대립되는 생각들과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입장들을 알아나가고 고민해 보는 그 과정이 이 책의 주된 이야기이다.

프랑스 혁명, 러시아 혁명 등에서 우리나라 5년 전 촛불 혁명까지 인간들은 언제나 좀 더 나은 새로운 사회를 꿈꾸며 변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어떨 때는 성공하고 어떨 때는 실패하기도 하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좀 더 인간적인 새로운 사회를 향해 변화를 꿈꾼다.

그런 인간들에 대해 작가는 관심을 기울였다.

작가는 SF 지만 사회를 통찰하고 사회를 변화 시킬 수 있는 작품을 한 번쯤은 써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것이 대중에게 먹힐지 아닐지 상관없이!

자신의 색깔을 찾아 나가는 작가가 다음에 어떤 작품을 쓰게 될지 기대된다.

('모두를 파괴할 힘' 표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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