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1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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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는 올해 애플 TV에서 8부작 드라마로 나오면서 해외에서 큰 화제를 일으켰다.

오히려 외국에서 유명해져서 우리나라에 알려진 드라마다.

이 드라마의 원작 소설을 책으로 만나게 되었다.

이미 2017년에 출간된 '파친코'는 미국 사회에서 출간 즉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뉴욕 타임스>, <USA투데이>, 아마존, BBC, 등 75개가 넘는 주요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고 전미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33개국에 번역 출간되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파친코' 책 앞날개 일부에서)

 

('파친코 1' 표지와 책날개 일부)

작가 ; 이민진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일곱 살 때 가족과 함께 뉴욕으로 이사했다.

'파친코'는 그의 두 번째 장편 소설이며 완성하는 데 30년이 걸렸다.

30년!

이 세월을 상상하니 정말 대단하다. '이민진 작가의 삶으로 쓴 소설이구나'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힘이 아닐까!

 

('파친코 1' 책날개 일부에서 )

'파친코 1' ; 시대적 배경

파친코는 1권과 2권으로 나누어져 있다.

1권은 일제 식민지 시대가 시작된 1910년부터 한국 전쟁 반발 전 해 1949년 까지를 다룬다.

2권은 아직 읽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기대된다. 다음은 어떤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을지.

더 흥미진진한 내용들이 많을 것 같다.

여기 이 글은 1권에 대한 내용들만 다룬다.

'파친코' -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을 잇는 작가'

(책날개 중에서)

파친코는 옛날 학창 시절 읽던 한국 소설들을 생각나게 한다.

문체가 정말 예사롭지 않다.

작가는 미국인이다.

한국계이긴 하나, 책을 번역한 한국인이 따로 있다.

놀라운 것은 파친코 소설 속 언어이다.

한국 문화를 담은 언어

즉, 한국인만이 이해할 것 같은 단어들을 정말 잘 사용하고 있다는 것. 번역의 솜씨일까?

영어로 된 원작 소설은 도대체 이 단어들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예를 들면, 부산 사투리와 한국인들만이 이해할 법한 '한지 장판', '무명천', '소쿠리', '부침개', '(한복의) 동전', '고깃간 포장지' 등등의 단어들.

이런 단어들의 등장이 소설을 고전적인 느낌이 나게 만드는 것 아닐까?

그것이 미국인들에게도 통한다는 사실이 진짜 놀랍다.

그들도 느꼈다. 그래서 제인 오스틴이나 조지 엘리엇에 견주는 것일 거라 생각한다.

전 세계 33개국으로 번역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수많은 나라 사람들이 우리 문화가 담긴 단어를 공유하고, 그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정말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미 문학인가? 한국 문학인가?

'파친코'를 읽는다는 것은 특이한 경험이다.

이 책은 영미 문학일까? 한국 문학일까?

영미 소설들을 읽을 때, 알 수 없는 그들의 문화를 담은 단어, 문장들은 깊이 있게 공감하기 힘들다.

머리로 읽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파친코'는 한국 작가가 쓴 한국 소설을 읽는 것처럼, 글들이 맛깔나게 읽힌다.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 문화를 잘 모르는데도 '파친코'를 자신들의 이야기로 읽고 감명받았다고 한다.

더구나 우리는 한국인이다. 우리 한국인들이야말로 그들보다 더 감동적이고 깊이 있게 '파친코'를 읽어 낼 수 있는 행운의 민족이다. 어떤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어찌 책을 읽지 않을 수 있을까?

 

('파친코 1' 표지)

보는 책과 읽는 책

드라마는 보지 않았는데,

만약, 드라마와 책 중 하나만을 봐야 한다면 단연 책이다!

서사 또한 흥미 있지만,

그보다 '파친코'의 문장은 역사이고 문화이고 민족이고 이해이다.

문장 속에 담긴 그 역사를 읽어야

제대로 파친코를 이해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인간애, 여성의 시각

가난하고 힘든 삶이지만 서로를 챙기는 한국인들의 모습은 마음을 정말 따뜻하게 한다.

본인의 처지가 어려운데도

하숙집 딸의 혼인을 축하하며 이틀 치 임금을 선물로 내어 놓는 모습과

궂은 집안일을 하는 고아 자매가 실수할 때 감싸는 하숙집 딸의 마음 등에서

일제 식민지라는 문화적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는 훈훈한 마음들을 본다.

그 세계가 참 따뜻하다.

누군가를 돌보는 것, 약자를 배려하고 그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시각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파친코' 1권 전체에서 가장 많이 흐르는 주된 정서는,

바로 '돌봄과 챙김'이다.

훈이네 가족들이 그랬고

요셉과 이삭이 그랬고 경희와 선자도 그랬고

이기적인 한수조차도 그랬다.

이렇게 누군가를 챙기고 돌보는 방식으로 인간을 보고, 세계를 보는 시각은 '어머니의 시각'을 닮았다. 이는 여성적이다. (*생물학적인 구분이 아니라 문화적인 시각에서)

물론 한계도 있다. 소설에서 서로를 챙기는 동력은 바로 '핏줄'이다. 친인척을 포함한 가족.

그러나 그것은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요셉은 말한다.

요셉은 결코 독립운동가가 되지 말라고 한다. 굳이 어리석은 신념을 위해 목숨을 버리지 말라고 한다. 일제가 신사 참배를 원하면, 창씨개명을 원하면 그냥 하는 척하면 된다.

살아남는 것이 중요했다.

또한 구체적으로 일제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위치도 알 수 있다.

남성에게 종속된.

시대가 어려울수록 여성의 삶은 더 고되다.

( 1. 혼인은 끔찍한 것 2. 살림하는 사람 3. 좋은 남자를 만나야 한다. .... 등으로 책에 표현되어 있다.)

식민지라는 족쇄, 남성 가부장제라는 족쇄.

그 이중고 속에서 그래도 인간적인 가치관과 신념을 지키면서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는 여성의 강한 모습이 소설 '파친코 1'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

 
 
 

('파친코 1' 표지와 내용들)

한국인도 모르는 한국인 이야기

나는 성인이 된 후 줄곧 세계 속에서 우리 한국인이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면서 보냈다.

('파친코 1' - '한국 독자들에게' 중에서 )

일제 식민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이야기 중에서도

'파친코'에서 다루는 한국인 이야기는 친숙하면서도 새롭다.

저자 이민진은 일제 식민지를 살아내는 한국인의 모습을

정직하며 부지런하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 따뜻한 멋진 민족으로 그리고 있다.

우리가 그랬나?

갈수록 각박해지는 한국 사회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많구나 싶다.

민족성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나 보다.

자본이 지배하는 지금의 한국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작가가 바라보는 현재 한국인들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는 2권도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책 1권의 마지막은 새로운 사회 변화를 암시하면서 끝나고 있다.

즉, 일본인이지만 주류 일본 사회에 섞일 수 없는 하루키와 한국인 모자수가 친구가 되는 것으로.

2권은 더 재미있을 것 같다.

한국 전쟁과 경제 성장, 좌우 이념 대립, 등

그 역사를 관통하며 살아남은 한국인들, 그들은 누구인가?

 
 

('파친코 1' 표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

책 표지가 참 아름답다.

이런 식으로 표지 그림을 과감하게 사용하다니!

다른 책표지들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로 유명해진 만큼 이 기회에 많은 한국인들이 '파친코'를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

우리 한국인이 얼마나 멋진 사람들인지 경험해 보았으면 한다.

('파친코 1' 표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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