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스스 변소각시 보리 어린이 창작동화 2
이미정 지음, 여름꽃 그림 / 보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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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에 까다로운 우리 아이가 재미있다고 한다.

'으스스 변소각시'

'그래?'

대체로 아이가 재미있다고 하는 책과 어른이 재미있다고 하는 책이 조금 다르다.

'이 책 정말 좋은 책이야 읽어 봐.' 하면

미루다가, 처음 몇 쪽을 얼마간 읽다가, 재미없다고 치워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으스스 변소각시'는 웬일인가?

제목과 표지를 보더니 마음에 들었나 보다.

미루지 않고 선뜻 책을 가져간다.

슬그머니 속으로 기다려본다.

 

('으스스 변소 각시' 표지)

으스스 한 표지 모델, 변소각시

('으스스 변소 각시' 표지)

표지가 좀 무섭다.

개인적으로 겁이 많아서

저 모습을 진짜 화장실에서 보게 된다면......이라고 상상하는 순간 무서운 표지이다.

아이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혹시 밤에 잠을 못 자면 어쩌나

혼자 화장실을 이제 못 가면 어쩌나

괜히 혼자 오버(과장) 해서 걱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으스스 변소 각시' 그는 누구인가?

 

('으스스 변소 각시' 속표지와 차례)

차례를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변소각시를 통해

다양한 한국의 신들을 만나고

모험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신나는 상상이 가득한 이야기다.

오히려 변소각시는 친구다.

미운 할머니와 무시무시한 터주 신을 상대할 때 옆에 있어 준 친구!

좀 ......

특이한 친구이긴 하지만.

그래서 이야기를 읽다 보면 변소각시가 무섭지 않다.

이 책을 다 읽었을 때쯤엔 이 표지의 변소각시가 반갑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으스스 변소 각시' 내용 일부)

요덕이는 왜 집을 나갔나?

('으스스 변소 각시' 내용)

주인공 요덕이는 할머니가 싫다.

자기를 보고 업둥이라고 부르는데 엄마가 동생을 임신하고부터는 그 말이 더 마음을 찌른다.

요덕이는 입양된 아이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자신을 미워하고 동생만 챙기는 할머니가 너무 밉고 싫고 서럽다.

그래서 집을 나가기로 했다.

새 집을 찾아서

변소각시와 함께 살 수 있는 곳으로.

한국 고대 신들이 가득한 '으스스 변소 각시'

<1. 만득이 시리즈>

우스갯소리로 만득이와 귀신 이야기가 유행한 적 있다.

지금도 어린이 만화책 '만득이는 아무도 못 말려'는 우리 아이가 엄청 좋아하는 책 1위다.

만득이도 '파란 휴지 줄까?, 빨간 휴지 줄까?'라면 묻는 귀신과 맨날 같이 붙어 다닌다.

그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이 생각났다.

만득이 이야기는 현대의 옛이야기다.

<2. 한국 고대 신들>

그러고 보면, 우리 고대 신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

'으스스 변소 각시'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조왕신, 터주신, 성주신, 칠성신, 삼신 할망 등.

책을 다 읽고 난 뒤, 세상을 둘러보면 내가 사는 곳이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조왕신이 다루는 무기가 '소금'이고, 터주신이 돈 항아리 안에 살게 된 이유도 알 수 있다.

칠성신에게 기도하는 법도 배울 수 있고,

삼신 할망이 아기를 보호하는 신이라는 것도 안다.

정성과 마음을 다하면 눈에 안 보이는 복주머니가 커진다는 것도 깨닫게 될 것이다.

<3.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이야기 구성>

100여 쪽 되는 짧은 분량임에도 이야기는 300쪽 책 한 권 정도의 모험을 하고 온 기분이다.

이야기는 처음에 요덕이 집 그것도 화장실에서 시작되어 집 밖 세상으로 이어지고

잘 아는 동네를 벗어나 낯선 곳으로 더 넓은 공간으로 이어지더니

결국 죽음 이후의 공간으로까지 확장된다.

시공을 넘어서 계속 나아가기만 하는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려고 그러나 싶었는데

마무리도 무리없이 잘 설득된다.

한바탕 신나는 모험을 하고 온갖 경험을 한 요덕이는 그전보다 마음이 더 성숙해졌다.

<4. 감동적인 마무리>

요덕이는 결국 깨닫는다. 할머니가 표현이 거칠어서 그렇지 요덕이를 미워하는 게 아니라는걸.

똑같은 잔소리를 하는데도 이제 요덕이는 할머니가 밉지 않다.

 
 

('으스스 변소 각시' 표지 일부들)

어떻게 '으스스 변소각시'를 미루지 않고 읽었을까?

"모든 게 바뀌었어. 할머니가 오고 나서부터야"

처음부터 드러나는 할머니와 요덕이의 대립이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만든다. 내가 봐도 할머니가 정말 피곤하다.

요덕이의 갈등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보여 줘서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첫 시작부터 아이들을 사로잡는다. 그래서 우리 아이가 끈기 있게 읽을 수 있었다.

긴 이야기는 밑밥을 까는 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 나가야 한다. 배경도 이해하고 등장인물도 형상화하고 갈등이 무엇인지 따라가는데 분량과 시간이 소요된다. 그 사이 아이는 지쳐서 포기하고 만다.

아니 조금만 더 읽으면 재미있을 텐데.......

재미를 느끼기까지 읽어나가게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으스스 변소각시'는 책을 잡고 첫 장만 읽는다면 단숨에 끝까지 읽어 낼 수 있다.

그 뒤로도 사건은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벌어져서 이야기는 더 재미있어지니까

많은 아이가 책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누가 읽을까?

모든 연령의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글자 크기를 보면 혼자 읽기에는 초등 3학년 이상,

엄마가 읽어 준다면 1, 2 학년도 충분히 즐겁게 읽기 좋은 내용.

지은이 ; 글 - 이미정 / 그림 - 여름꽃

 

('으스스 변소 각시' 책날개 일부)

'으스스 변소 각시'를 읽으며

유대인을 유대인이라 부르는 것은 그들이 지키는 문화 때문이다.

한국인이라는 특징도 우리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문화 속 공통 가치를 공유한다면 설명하지 않고 통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것이 한국인을 형성하는 토대이다.

우리 옛이야기... 사실 외국 판타지 소설 못지않게 재미있다.

이 책이 옛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도 되면 좋겠고 우리 민족이 가졌던 상상력의 세계를 우리 아이들도 즐겼으면 좋겠다.

('으스스 변소 각시' 표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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