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사의 기술 - 느낌을 표현하는 법
마크 도티 지음, 정해영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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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단순히 어떻게 글을 쓰는지를 알려주는 매뉴얼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여,

안심해도 좋다. 이 책은 시에 대한 안내 책자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매일 그리고 어디에서든 쓰는 말들에 대한 즐거움과 흥분에 대한 책이니까

('묘사의 기술' 뒤표지 일부분에서)

글쓰기 그중에서도 시나 소설 쓰기는 배울 수 있는 것일까?

배운다면 무엇을 배운다는 것일까?

작가의 방식을 그대로 베끼고 형식을 따라 한다면 작품 쓰기를 습득할 수 있다는 뜻인가?

책은 묘사의 기술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첫 번째는 먼저 작가의 태도이다.

어떤 마음 상태로 글을 쓰는가? 그가 묘사를 할 때는 어떤 생각을 하는가?

단어 사용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는가?

'묘사의 기술'은

내가 작가가 되어, 작가의 시각에서 글을 쓴다는 게 어떤 것인지

작가로서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는지

그 시도를 이해해 볼 수 있는 작법서이다.

 

('묘사의 기술' 표지)

묘사는 생각의 방식이다.

('묘사의 기술' p48)

지은이 - 마크 도티

 

('묘사의 기술' 책날개와 표지 일부분)

작가 마크 도티는

전미 도서상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또한 미국 시인 최초로 T.S. 엘리엇 상을 수상했다.

시집 발간을 먼저 했고 후에 논픽션 작품도 발표했다.

시집이 먼저 인정을 받았고

이 책 '묘사의 기술'도 시를 해석하는 책이기도 하다.

'묘사의 기술' - 느낌을 표현하는 법 -

<책의 구성>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모두 189쪽의 얇은 책인데

아래 차례를 보듯이 앞부분과 85쪽 이후 '묘사의 말들'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책의 내용 - 서술 방식>

영어권 작가들의 시 작품을 해석하면서 작가가 이 지점에서 고민한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시어와 맥락과 흐름을 설명하면서 왜 이 시가 좋은 시인지 이 표현이 어떤 점에서 훌륭한지를 '묘사'라는 주제에 따라 말하고 있다.

'묘사의 기술' 내용 맛보기

 
 
 

('묘사의 기술' 내용 일부분들)

<시인이 하는 일>

개랑 산책을 하다 보면 예민한 청각과 후각을 가진 개를 경험하게 된다. 우리 인간의 시각도 아무리 좋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결국, 어떤 사물을 온전히 감각으로 느끼고 안다는 것은 완벽히 이루어질 수 없다.

"모든 설명들은 부분적인 것 같다. 따라서 모든 지각은 잠정적이고 해석의 기회이며, 추측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책 p13)

완벽하게 지각할 수 없는 세계를 언어라는 도구를 가지고 딱 맞게 표현해 낸다면 그 순간이 짧을지라도 세상과 내가 일치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언어로 세상과 나를 일치시키는 일을 하는 것. 그것이 시인이 하는 일이다.

차례의 첫 장 <말로 그린 세상>에 나오는 내용들이다.

꼭 읽어봐야 할 장이다. 언어로 시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나타나 있다.

글 좀 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하고 시나 소설 등 글을 쓰는 많은 사람들이 알면 좋을 '표현의 의미', '묘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각, 의식, 묘사>

묘사는 지각을 필요로 한다. 지각한다는 것 - 내가 지각한 것과 타인이 지각한 것이 같을까? 지각에는 의식이 따라온다. 의식하지 못하면 지각하지 못하기도 한다. 좋은 묘사란 무엇인가?

'묘사의 기술'에는 묘사가 무엇인지 묘사를 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무엇을 묘사해야 하는지 먼저 그 개념부터 이야기하고 있다. 어떻게? 실제 시를 해석하면서......

따라서, 실제 시를 쓰거나 소설을 쓰거나, 에세이를 쓰거나 등 다양한 글을 쓰는데 직관적인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시'에 드러난 표현들을 살펴보면서 시인이 무엇을 고민했는지 따라가다 보면 '나도 그랬는데'라며 고민했던 사실 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묘사의 기술? >

그래서 정해져 있는 '묘사의 기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틈! '묘사'에 숨어 있는 작가의 상상력, 시각, 관점, 마음이 묘사의 핵심이다.

이런 내용을 실제 '시'를 직접 해석하면서

작가가 진짜 표현하고자 한 묘사의 핵심을 찾아내고 있다.

그렇게 '시' 속을 여행하고 헤집고 다니는 책이 '묘사의 기술'이다.

이런 맥락 안에서 책은 '묘사의 말들'로 제2부를 시작하고 있다.

<묘사의 말들>

우리가 익히 아는 묘사의 다양한 방식들. 학창 때 국어 시간에 배웠던 '시'를 해석했던 표현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또 여기에 더해서 저자가 제시하는 다양한 '묘사의 말들'도 꼭 읽어보면 좋다.

저자는 말한다. 이런 표현들, 즉 묘사의 말들은

"우리에게 세상뿐 아니라 관찰자의 내면세계까지 선물해 줄 정도로 대단한 기술(art)이다."(책 p85)

책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 내용이 실용적인 작법들, 표현 방법들이다.

저자가 인정한 '묘사의 도구들'로 몇 가지 예를 들어 보면,

'공감각', '도덕성', '갈망', '비유로 말하기', '수식어', '어조', '음향성' ..... 등등이 있다.

이런 기술(art) 들에 대한 저자만의 시각을 읽는 일은 정말 즐겁다. 진짜 시를 많이 읽고 써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관점들이다. 시인이 된다는 것은 이런 시의 기술들에도 자신만의 관점, 기준이 생긴다는 뜻이다. 그만큼 언어로 표현하는 일에 고민을 많이 했다는 의미일 거다. 바로 이런 점에서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예를 들면 '기묘'함에 대해서 저자는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우리는 '기묘'한 일에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일상을 '기묘'하게 만들어 내기도 하는 것이 시인이고 작가이다. 저자는 말한다. "이 시대의 미국에서 시인이라는 것은 ...... 근본적으로 기묘하다"라고 (책 p93)

<마무리>

다만 번역문이고 원래 영어로 된 시들을 해석했기 때문에 그 어감이나 느낌까지 이해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저자가 하려는 작업이 무엇인지 크고 넓게 생각하고 읽어 나간다면 글쓰기를 하는데 충분히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매력 있는 책이다.

엑스북스(xbooks)에서 출간된 작법서 몇 가지

 

('묘사의 기술' 표지와 책날개 일부)

'묘사의 기술' 책날개에 지금껏 엑스북스에서 출간한 작법서들도 소개되어 있다. 책들 중 작가란 사람이 (또는 직업이) 얼마나 매력 있는지 보여주는 책으로 '유도라 웰티의 소설 작법'을 추천해 본다. 작가가 되어 상상력으로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데 같이 동참하고 싶어질 것이다.

'묘사의 기술'을 읽으며......

때로 우리는 기교, 기술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그 기교나 기술들이 왜 탄생했는지 잊어버릴 때가 많다.

그냥 그래야 한다고 믿고 절차와 과정을 따라가는데만 너무 몰두하는 것이다.

시나 소설 등 글쓰기는 그래서는 안된다. 기교나 기술 이전에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상상, 마음, 느낌이 먼저 있다. 그것을 어떻게 잘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것! 그것에서 기술이 나온다.

'묘사의 기술'도 전달하려는 내용은 작가의 '느낌'을 어떻게 언어로 표현하는지 실제 시에서 보여주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숨은 '묘사의 기술'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더불어 시를 해석하는 시각도 자연스레 길러진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시 뿐만 아니라 다른 문학 작품을 쓰는데도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묘사는 어떤 글쓰기에서든지 반드시 꼭 필요한 일이니까.

묘사가 글쓰기이다.

('묘사의 기술' 표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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