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오늘의 젊은 문학 4
이경희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 놀랍고 충격적이고 신선한 소설집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새해 2022년을 맞이해 새로운 세상에 대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들!

더구나 한국 작가의 SF 소설이라니!

'오징어 게임', '지옥'이 한때의 유행이거니 생각했는데

'K- 컬처' 흐름이 한동안 계속될 거라는 확신이 이 소설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를 읽으면서 들었다.

우리 문화의 힘, 상상력이 언제 이렇게 확장되고 깊어졌을까?

분명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손색없을 과학 소설 작품집이다.

양장본이어서 더 좋았다. 두고두고 읽을 것 같기 때문이다.

도대체 작가가 누군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래 소개 참조)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표지)

작가 - 이경희 / 신인 같지 않은 신인 작가

벌써 몇 권의 책을 출간하신 그러나 아직은 신인 작가!

위 소개 중 작가의 논픽션 <SF,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를 읽으면

작가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읽었다. <SF,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를.

이 책은 작가가 어떻게 SF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과거 학생 때부터 읽어 온 만화, 게임, 소설 등 탐독했던 책들을 중심으로 SF 소설이 어떤 것인지

얼마나 매력적인 장르인지 적고 있다.

작가는 판타지와 SF 소설에 대한 관심으로 젊은 날 다양한 분야에 도전을 하지만 좌절과 실패를 겪었다.

그 뒤, 결혼도 하고 직장도 다니면서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러다 어떤 계기로 첫 장편 '테세우스의 배'를 쓰게 된다.

작가가 신인이라는 것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그 밑바탕에는

젊은 날의 장르 문학에 대한 탐독, 열정과 인생을 살면서 겪어 낸 깊어진 삶이 묻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런 삶을 보면, 아이들의 삶을 또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긴 인생에서 보았을 때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비록, 실패하기도 하고 노력을 들인 일과 전혀 관계없는 인생을 살게 될지라도 말이다.

인생이란 정해진 것이 없다는 '법륜 스님' 말도 떠오른다.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표지)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를 읽으면서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차례)

책은 6개의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모두 독특하고 재미있다.

첫 번째 소설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밤>은 정말 신선했다

SF 소설이란 것에 이런 방식도 포함되는 구나라는 '장르'에 대한 구속감이 사라지는 느낌.

소설 자체도 정말 흥미롭고 놀라웠는데 역시 여러 군데에서 상 받은 작품이다.

나 또한 여섯 단편 중 하나를 남에게 소개하라면 이 첫 번째 단편을 가장 먼저 추천할 것 같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이면서 가장 기발한 상상력으로

우리 사회의 꼰대 문화를 콕 집어 SF라는 장르로 표현한 정말 멋진 작품이다.

당신이 만약 SF를 좋아하지 않거나 잘 모르거나 유치하다고 생각한다면

첫 번째 작품을 꼭 읽고 난 뒤 다시 이야기해야 한다.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표지 일부분)

개인적으로 가장 독특하면서 현대적이고 강렬한 상상력으로 정말 새로웠던 이야기는

세 번째 소설 <다층구조로 감싸인 입체적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였다.

역시, 작가의 말에서 이 이야기는 작가의 꿈을 바탕으로 썼다고 한다.

왠지.... 다른 작품들과 달리 굉장히 독특하다.

아무리 꿈에서 힌트를 얻었다고는 하지만, 이야기를 세련되게 만들어 내는 것은 작가의 능력인 것 같다.

만약 작가 인터뷰 같은 것을 하게 된다면 그때 물어 보고 싶다.

'어떤 부분이 창작이고 어디까지 꿈을 쓴 것인지, 특히 마지막 동전들은 꿈인지, 창작인지......'

'욕망'에 대한 이야기인데,

주제도 흥미 있고 추리 소설같이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구성도 좋았는데

마지막 한 단어에서 좀 김빠졌다.

" - 아이야 무엇을 원하니?"(같은 책 p170)

여기에서 끝냈어야 했다.

모든 것을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나머지는 독자의 욕망에 맡기는 게 더 좋았을 것이다.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 바벨의 도서관 - 일부분 )

네 번째 작품 <바벨의 도서관>은

아르헨티나 작가 보르헤스의 소설에 나오는 단어이다. 아는 단어라 반가웠다.

'바벨의 도서관' 과 모든 것을 기억하는 '푸네스'도 보르헤스의 소설에 등장한다.

'바벨의 도서관'과 '푸네스'란 용어는 이제 작가가 말하는

'공용의 자산 언어'가 되었나 보다.

작가는 SF 용어 중 어떤 것들은 이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단어라서 굳이 그 용어를 설명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런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바벨의 도서관>은 마지막 장면들에서 정말 빵 터졌다! 그 책 한 권의 정체가 대박!

결말이 유쾌하면서 긍정적이다. 앞의 내용들과도 흐름이 이어져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도 더 잘 와닿았다.

정말 재미있었던 모험 이야기이다.

게다가 약자가 꾀로 강자를 이기는 옛이야기를 닮은 여정 이야기 같았다.

그러나 정말 새롭고 신선하다.

무언가를 찾으러 떠나는 여정 이야기라는 점에서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도 비슷하다.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양장 표지)

하지만, 마지막 이야기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는 더 아름답다.

계속 계속 미래로 나아가는 '한정원'이 더 나아갈 미래가 있을까?

도대체 그 끝을 어쩌려고 작가는 계속 등장인물들을 미래의 아주 먼 시간으로 보내버리는 건지?

저자의 말에서 작가는 이 작품을

"너무 만족스러워 더는 글을 쓰지 못해도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같은 책 p373)

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아름다운 느낌이 드는 단편이다.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해도 좋을 정도'의 글을 써 본다는 것은 어떤 마음일까?

작가의 다음 작품들이 기대된다.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가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게 만든 자유가 느껴지는 소설집이었다면,

다음 작품들은 또 어떤 세계를 보여줄까?

정말 기대된다.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표지)

SF, 이제 알았다. 이 좋은걸.

SF 소설이란 것이 얼마나 자유로운 장르인지 처음 알았다.

소설의 가능성을 다시 꿈꾸게 되었고 한국 SF 소설로 눈을 돌리게 될 것 같다.

분명 내가 아는 SF 소설들과도 다르다.

한국이라는 문화적 배경이 어느 나라 SF와도 다른, 어떤 독특한 형태를 만들어 낸 것 아닐까?

서구적이지 않고 그렇다고 촌스럽지도 않다.

그저 새롭고 신선하다.

SF라고 해서 결코 어렵지 않다. 어려운 과학 용어를 다 이해할 필요도 없다.

그냥 과학적인 그럴듯함으로 이야기를 만든 것이기 때문에 편하게 이야기에 집중하면 되고

오히려 그래서 더 자유로운 상상을 보여준다.

바로 그 점이 이야기임에도 어떤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한국 SF 소설 좋은 것을 이제 알았다.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를 읽으면서.

"상상력이 소설이다"를 정말 잘 보여준 단편집.

읽는 내내 새로운 세계로 초대받아 실컷 놀다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세상 어딘가에 책 속에 나오는 어떤 상상의 세계가 존재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그래도 과학을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표지)

"다정함을 잃지 않으면 돼요.

한 사람에게서 모든 걸 빼앗으려 들지 말고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씩 얻으려 해봐요.

더 많이 나누려 해 봐요.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지니고 있으니까"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p3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